잊혀져갔던 우리 농촌의 막걸리가 다시 부활을 하여 이웃 일본에서 다큐멘터리 방송을 타는 등 막걸리에 대한 재조명이 이루어지고 있어 반갑기 그지없다. 어느 나라든지 그 나라의 대표 전통주라는 브랜드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반만년 역사를 지닌 우리나라는 영국의 스카치위스키(죠니워카)를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되었다.

오랜 역사 동안 우리의 전통주로 자리잡아온 막걸 리가 이런 푸대접을 받는 현실이 안타깝던 차에 막걸리를 찾는 이들이 점차 늘어나고 나아가 외국인들의 입맛까지 사로잡고 있다는 소식에 반가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막걸리’라는 이름은 <막 거른 술>이라는 데서 비롯된 것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역사가 오래된 고유의 술이며, 맑은 술을 떠내지 않고 바로 그대로 걸러 짠 술로, 주정 도수는 6% 정도이며, 빛깔이 흐리고 맛이 텁텁한 것이 특징이다.

막걸리에 관한 기록으로 가장 오래된 것은 <삼국사기>이다. 고려 때에는 막걸리용 누룩을 배꽃이 필 때에 만든다고 하여 이화주(梨花酒)라는 이름으로 불리었고, 이외에 맑지 않고 탁하기 때문에 탁주라 부르기도 하고 식량대용 또는 갈증 해소로 농부들이 애용해 왔으므로 농주(農酒)라고도 불러 왔다.

막걸리의 이름도 다양하여 십여 가지가 넘는데, 그 명칭을 열거하여 보면 탁주(濁酒), 탁료(濁료), 곡주(穀酒), 재주(滓酒), 회주(灰酒), 백주(白酒), 합주(合酒), 탁배기, 가주(家酒), 농주(農酒), 이화주(梨花酒), 부의주(浮蟻酒) 등 열두 가지나 된다. 일반적으로 숙성된 양조주를 여과하여 약주를 제조한 후 막걸러 막걸리를 만들기도 하나 약주를 만들지 않고 순수한 막걸리만을 제조하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현대사에 묻힐 뻔 했던 막걸리
우리의 전통주가 현재, 제 모습을 갖추고 온 국민의 사랑과 관심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맛이 외래주인 맥주나 양주보다 못해서일까? 그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모든 것처럼 우리 역사의 비운에서 시작 한다. 조선말, 빠르게 변모하는 국제정세의 흐름 속에 재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대한제국의 종말과 더불어 조선총독부에 의한 일제의 수탈 작업이 시작되었다.

일제는 1907년 7월에 조선총독부령에 의한 주세령 공포로 제일 먼저 주세를 세금원의 대상으로 삼고, 같은 해 8월에는 주세령 시행규칙 공포가 있었다. 또 9월에 주세령의 강제 집행이 시작됨과 동시에 전통주는 맥이 끊어지기 시작했다. 1916년 1월에는 주류 단속이 강화되는 가운데 전통주류는 약주, 막걸리, 소주로 획일화시켜 우리의 전통 고급주를 사장시켰고, 1917년부터는 주류 제조업 정비가 시작되면서 자가양조를 전면적으로 금지하여 각 고을마다 주류 제조업자를 새로이 배정하였다.

1945년 광복 후에도 일제치하의 주세 행정이 그대로 이어져 다양했던 전통 주류는 잠적을 거듭하였다. 특히 우리의 막걸리는 만성적인 식량부족을 이유로 재료를 쌀 대신에 잡곡을 사용토록 하였고 이로 인한 맛의 저하로 우리의 입맛에서 멀어지게 되었다. 또한 격동의 현대사에서 외국문화와 같이 들어온 양주나 맥주가 현대화라는 대중적 인식 속에 빠르게 우리의 입맛을 잠식해 우리의 술은 대중에게서 더 멀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90년대에 들어서 막걸리의 원료가 100% 쌀로 바뀌면서 잃었던 우리의 술맛을 다시 찾게 되었고 제조공정도 과학화됨에 따라 더욱 향상된 맛을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우리도 이제는 막연히 우리의 술을 외면만 할 것이 아니라 지키고 계승시켜 나아가 왜곡되었던 우리의 주조사를 다시 써야할 것이다

◎현대인에게 가장 필요한 술, 막걸리
막걸리에는 우리의 애환과 정이 담겨져 있다. 막걸리는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가장 합당한 음료라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알콜 도수가 적당해 몸에 부담을 주지 않으며, 둘째로 사람에게 필요한 여러 가지 영양소를 두루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알콜 도수가 높은 술을 마시게 되면 곧 취하게 되고 부담을 많이 주게 된다. 그런데 막걸리는 알콜 도수가 낮아 부담을 주지 않을 뿐 아니라 사람에게 유용한 단백질, 아미노산, 구연산 등의 성분을 함유하고 있어 건강식으로도 제격이다. 미국 머시재단연구소 부소장(이규학 박사)은 누룩으로 제조한 막걸리가 항암 성분이 있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아 암예방에 있어 탁월한 효능이 있음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기까지 했다.

◎3대 애주가에 얽힌 막걸리 이야기
우리 역사에서 3大 호주가로 세조 때 大提學 洪逸童과 성종 때 정승 申用漑, 중종 때 정승 孫舜孝를 든다. 워낙 대식가(大食家)이기도한 洪逸童은 한 끼에 떡 한 그릇, 국수 세 사발, 밥 세 그릇, 두부국 아홉 그릇 찐닭 두 마리 어회 한 쟁반씩을 먹는데 반주로 막걸리 40잔을 마셨다 한다.

그 잔이 보통 잔이 아니라 반되들이 주발이었다 하니 알아볼만하다. 이 주량이 소문나자 세조가 불러 막걸리 한 항아리를 내리자 임금이 보는 앞에서 그 항아리를 비웠다한다. 그의 무덤에서 나는 풀뿌리마다 탁주 내가 난다던 후세 詩人의 詩가 실감이 날 정도다.

정승 신용개는 언제가 술손님이 없는 밤에 여자종더러 손님 아홉 분이 곧 오실 테니 아홉 동이의 술상을 들이라고 시켰다. 술상을 들이고 후에 가보니 국화꽃 화분 아홉 개를 들여놓고 국화꽃과 주거니 받거니 하며 혼자 아홉 동이 술을 다 비우고 있더라 했다. 대단한 풍류가 아닐 수 없다.

名相 孫舜孝의 재능을 무척 아꼈던 中宗이 석잔 이상 마시면 御命을 어기는 죄로 다스릴 것이라 하자 그 三杯酒戒를 지키긴 했는데 그 술잔의 크기가 바가지만 했다 한다. 임종에 무덤에다 술 한독 묻어 달라 해서 더불어 묻었다하니 대단한 애주가가 아닐 수 없다.

이렇듯이 막걸리가 우리 한국인의 주체적 술임은 새삼 논할 필요가 없다. 막걸리에는 五德이 있는데 醉氣가 심하지 않고, 또 길지 않으며, 추위를 덜어주고, 일하기 알맞게 해주며, 허기를 달래준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 맛도 입에 잘 붙어 이미 옛 중국이나 일본에서 소문나 있는 수출상품 또는 보세가공 상품이었다.

◎일본 '포천막걸리' 상표권 등록한 한국인
일본 기업 청풍(淸風)이 한국 기업에 앞서 포천막걸리와 일동막걸리 등의 명칭에 대한 상표권을 일본 특허청에 등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회사의 정체와 국내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등기부등본에 해당하는 일본의 '이력사항전부증명서'(履歷事項全部證明書) 등에 따르면, 청풍이라는 회사는 2006년 6월 일본 고베(神戶)시에 자본금 3,000만엔 (약 4억원)으로 세워진 주류(酒類) 수입·도매상사이다. 국내 일동주조의 '포천일동막걸리'와 설악양조의 '수라' 등을 가져다 일본 전역에 판매하고 있다.

그런데 증명서상 이 회사의 취체역(이사)으로 오른 이름은 한국 이름의 박정식(朴正植)씨다. 젊은 날 푸른 제복을 입고 군 복무를 해본 사람은 누구나 포천 막걸리의 맛을 잊지 못하는데 그 포천 막걸리가 유명브랜드로 유행을 타게 되어 일류호텔에서 까지 뜬 것이다.

◎세계인들이 찾는 명주가 되기를…
한국에서는 옛 부터 비오는 날에 빈대떡과 함께 막걸리를 즐기는 습관이 있다. 최근에는 「막걸리가 일본에서 주목을 끌고 있다」고 하는 보도가 여러 미디어로 전해지고 있어 한국에서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인뿐만이 아니라 외국인 사이에서도 인기가 올라가고 있는 한국을 대표하는 브랜드 막걸리가 전 세계인들이 소박하게 즐겨 찾는 술이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