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승규(50) 토원전통식품·문화마을 지기

새들도 느리게 날아가는 산골의 작은 쉼터… 생활에 지쳐 고향의 품이 그리워질 때 찾아가 보고 싶은 곳… 토원.

동복면 가수리의 옛 가수분교에 자리잡은 ‘영농조합법인 토원전통식품·문화마을’은 화순보다는 오히려 외지에서 더 유명세를 타는 곳이다. 전통식품과 체험학습, 민박 등을 운영하고 있는 토원은 특별한 홍보 없이도 다녀간 이들의 입소문을 타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매스컴에도 여러번 소개 돼 화순을 알리는 전령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마음이 번잡할 때나 공기 좋은 곳에서 하룻밤 쉬고 싶을 때 고향 시골집 같은 토원으로 놀러 한번 오세요. 언제나 버선발로 맞아 주던 어머니 같은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토원을 운영하고 있는 토원 지기 전승규 씨의 말이다. 전 씨는 동복 출생으로 도시에서 건축사업을 하다 10여년 전 나고 자란 고향의 품으로 귀농했다. 어쩌면 고향을 떠날 때부터 꿈꿨을지도 모르는 태자리로의 회귀를 더 늦기 전에 이루고 싶은 마음에서다.

방치 돼 있는 폐교의 교실을 쓸고 닦고 망치질 해가며 전통문화 체험공간으로 만들고 운동장에 야생화를 심고, 야채 씨앗을 뿌려 고랑 깊은 텃밭도 만들었다. 또한 자신을 포함해 도예가, 대나무 목공예가, 야생화·한약초 재배가, 천연염색가 등 5명이 의기투합 해 영농조합범인도 설립했다. 전통식품 판매와 전통문화체험, 민박이 한곳에서 어우러지는 토원은 누구도 눈길 한번 주지 않았던 동복의 한 폐교에서 그렇게 시작되었다.

토원에서는 동복과 북면 등에서 무농약으로 재배된 콩과 고추를 이용해 된장과 청국장, 고추장, 간장을 만들어 판매하고 천연염색과 도예, 야생차(茶) 만들기 등의 전통문화체험을 제공하고 있다. 하룻동안 만 다녀가기 아깝다고 생각하는 이들을 위해 마련된 황토로 만든 민박과 허브산채 비빔밥, 청국장, 된장찌개 등이 한상 가득 차려지는 식사도 토원의 빼놓을 수 없는 명물이다.

장 하나에도 담는 이의 정성과 물과 바람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합(合)의 정신을 지켜온 토원은 2008년 식품 안전성은 물론 제품의 차별화, 소비자인지도, 생산 및 관리 등의 탁월함을 인정 받아 ‘전남도지사 품질인증상표’를 획득하기도 했다.

2차 가공식품에 대한 화순군의 지원이 아쉽다. 그리고…
토원 지기 전승규 씨는 귀농한지 10여년이 다 되었지만 아직도 투자단계라고 말한다. 춥고 배고픈 일이지만 경제적 이득 보다는 화순을 알리고 화순의 문화를 전파한다는 자부심으로 일하고 있다는 전 씨는 그러나 몇몇 개인의 주머니를 털어 운영하다보니 현실적인 벽에 부딪힐 때가 많아 화순군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얼마 전에는 뽕잎 된장을 포장 할 포장지 비용을 군에 지원을 바라고 찾아 갔지만 뽕잎 된장은 1차 생산품이 아닌 가공 식품인 탓에 지원해줄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심지어는 군관계자로부터 군수한테 직접 찾아가 말해 보라는 말을 들었을 때는 할말을 잃고 한숨만 쉴 수 밖에 없었다.

“2007년에 향토가공식품 지원사업비를 신청 해 심사에 통과됐었습니다. 올해 1월경에는 세부계획안까지 제출 했었는데 갑자기 지원조례안이 바뀌어 버렸다더군요. 출자금이 1억원 이상인 영농조합법인에 한해서만 지원해 줄 수 있다고 하는데 시골에서 갑자기 돈을 마련할 방도가 있어야죠.”

영농조합법인 토원(土原)의 전경

그래서 현재 전 씨는 지원사업비를 받아야 될지 포기해야 할지 망설이고 있는 상태라고 한다. 화순군이 가지고 있는 문화를 팔면 농산물은 자동으로 팔린다고 주장하는 전 씨는 토원이 화순의 문화를 알리는 전령사이길 바라고 있다. 그러나 관광안내도 설치나 관광객들이 편히 쉴 수 있는 토원 주변 환경지 조성 등과 같은 일은 개인으로서는 엄두가 나지 않아 군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한다.

특히 토원 내부에 새로 계획 중인 화순군 특산품 전시장은 각 면의 대표 특산품을 전시해 토원을 찾는 사람들이 전시된 특산품을 보고 해당 지역으로 찾아가게 만드는 연계관광의 역할을 하게 만든다는 포부도 세우고 있지만 이 역시 개인의 힘으로는 벅찬 것이 사실이다.

“흩어져 있는 화순의 관광자원을 상품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하는 전 씨는 화순군은 토원과 더불어 만연산과 모후산 아토피 체험장, 동복 개미마을 목공예 체험장, 도암면 봉하 산촌마을 등 화순군의 대표 체험관광지들을 단순히 개인이나 영농법인의 영역에 묶어두기 보다는 화순과 화순의 문화를 알리는 전령사로서 이들을 적극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화순을 찾는 관광객들이 1회성의 외유 관광에서 벗어나 방문한 관광지가 화순의 다른 지역으로 관광객들을 유도하는 연계관광지로서의 역할을 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한여름 뙤약볕에서 운동장 가장자리에 연못공사를 하느라 비지땀을 흘리고 있는 토원 지기 전승규 씨는 머지않아 우리의 전통음식을 소재로 한 작지만 알찬 행사를 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힌다. 작은 영농법인으로서 운영의 어려움을 뒤로하고, 찾아 오는 이들에게 ‘자연과 너나들이(자연과 우리가 어우러지는 나들이)’의 환경을 제공하고 싶다는 소신을 간직 해 나가고 있는 그가 아름답게 다가온다.

참살이(웰빙) 지킴이 토원(土原) : 전남 화순군 동복면 가수리 861(옛 가수분교) / 전화 061_373_6767 / 손전화 011_9220_1667

천연 염색 체험

초등학교 어린이들의 체험 학습

무농약 청정 원료로 만든 된장, 간장, 청국장 등의 가공 식품

황토로 만든 민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