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2월 1일 서울지방변호사회 교육문화관 개관 기념식 축하공연에서 춘향가 중 사랑가를 열창한 박종강 변호사

2008년 12월 1일 서울지방변호사회 교육문화관 개관 기념식 축하공연에서 현직 변호사가 판소리를 해 화제가 되었다. 법률사무소 ‘민중’의 박종강 변호사는 우리고장 화순 출신으로 한양대 법대를 거쳐 사법시험제33회(사법연수원 23기)에 합격해 현재는 유능한 변호사이자 소리꾼이자 <시민과 변호사> 변호사 기자이다. 지난 2월에는 그 동안 배운 판소리에 대한 글을 기고하여 본지에도 소개하고자 한다.

아래는 서울지방변호사회 2009년 2월호에 실린 내용의 전문이다.


소리를 질러라

우리는 소리 속에서 살아간다. 새가 내는 새소리, 자동차가 내는 경적, 아기가 내는 울음소리 등 사람은 살아가면서 매일매일 소리를 접한다. 우리는 또한 매일 말하고 산다. 말도 소리요 노래도 소리다. 사람사이의 의사소통은 실상 소리로 한다. 소리를 잘 듣고 잘 지르면 그게 참사람이다. 소리가 이렇게 중요하지만 정작 우리는 소리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필자는 2008년 1월부터 판소리를 배우고 있다. 판소리하면 으레 꽤 어려운 것인 양 취급하지만 실상 판소리는 이 나라 사람들이 해오던 발성법이다. 필자가 시골에서 살 때 동네 사람이 죽으면 상여로 장사를 지냈다. 이때 상여꾼들의 상여 매는 소리가 지금도 떠오른다. “아나아 어허어 아나리 넘자 널하널 어히 어히 어히 허히 아나리 넘자 널하널” 이게 사실 판소리다. 판은 마당을 의미하니 상여 나갈 때, 모내기할 때, 들일 할 때 부르는 소리가 다 판소리다. 그래서 필자는 판소리를 그리 어렵게 생각하지도 않았고, ‘그냥 하면 되지’ 하는 생각이었다. 또한, “어떻게 판소리를 배우려고 했는냐”라고 물으면 그냥 “쑥대머리로 유명한 임방울 선생이 소리공부를 한 전남 화순이 내 고향이다”라고 답을 해준다. 그러면 사람들은 “역시 피가 그쪽이라서 소리공부를 시작했군요”하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이걸 알아야 한다. 얼마 전까지도 이 나라 사람들이 판소리를 어느 정도는 흥얼거리고 살았다는 사실을… 예전에 무슨 오페라며, 아리아인가! 판소리가 사실 이 나라의 오페라이며 아리아다. 오히려 훨씬 사람들 간의 관계를 관객과 배우가 아닌 모두가 배우이게 하고 차별이 없게 하는 종합예술이 판소리다. 소리와 동작과 관객의 추임새가 들어가야 제대로 된 판소리다. 같이 하는 소리, 함께 내는 소리가 판소리인 것이다.

필자가 판소리를 배우게 된 동기는 사실 아주 단순하고 소박하다. 평소 목소리를 좀 더 컬컬하고 묵직하게 만들고 싶었다. 그래서 새물결 포럼의 멤버였던 유옥영 선생(중앙대 국악과 강사)에게 부탁을 드렸더니 자신의 애제자인 소리꾼 민은경 선생님을 소개해주어 소리공부를 시작한 지 이제 1년이 지났다. 민은경 선생님은 각종 국악대회에서 장원을 한 소리꾼이다. 1주일에 1시간씩 개인교습을 받았는데 먼저 선생님이 한 소절을 부로 필자가 따라 불렀는데 음이 맞을 때까지 계속 반복하여 따라하는 도제식 교습법이다. 모든 교육방법 중 실상 도제식 교육방법이 선생의 모든 것을 바로 전수 받을 수 있다고 본다. 먼저 목을 푸는 단가인 ‘사철가’를 배웠고, 춘향가 중 ‘사랑가’, ‘자진사랑가’, 심청가 중 ‘심봉사 황성 가는 대목’을 거쳐 지금은 ‘심봉사 눈 뜨는 대목’을 배우고 있다. 보통 한 곡을 하는 데 두 달 내지 석 달이 걸렸다.

사철가를 처음 배울 때 가장 열심히 하였던 것 같다. 집에 있을 때 흥얼거리며 딸과 아들이 그만 하라고 할 정도로 흥얼거렸다. 여름에는 주말에 걷기를 많이 하였는데 한강변을 걸으면서 소리를 지르고 다녔다. 요즘은 일요일에 동네 야산에 딸과 아들과 함께 올라가면서 소리를 하면 딸은 곧잘 따라한다. 이제 중학생인 딸도 판소리에 관심이 많다. 사철가와 사랑가는 어는 정도 할 줄 안다. 아들 녀석도 몇 소절을 흥얼거린다. 딸에게는 필자가 판소리 선생이 된 것이다. 필자는 또한 아는 변호사들에게도 판소리를 배우라고 하며, 특히 어린 학생들에게는 판소리를 배우라고 적극적으로 권유한다. 성인이 판소리를 하면 실상 삿된 생각이나 욕심들이 줄어들고, 복식호흡이 되니 건강도 좋아진다. 어린이가 소리하면 아랫배에 힘을 쓰니 자신감이 충만하고 삶에 밸런스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김치가, 김치가 되려면 삭혀야 제 맛이 나듯이 소리도 삭혀야 제소리가 나온다. 온몸을 휘감아 돌아서 나오는 소리, 삭혀서 나는 소리가 청중을 녹이고 청중을 우려 세상을 울린다. 그래서 삭혀서 나는 소리는 천둥소리이기도 하고, 잔잔한 파도소리이기도 하고, 봄바람 소리이기도 하다. 나도 삭서서 내는 소리를 내고 싶다. 저 밑 심연, 양심의 바다에서 끌어올려 세상을 굽이굽이 휘감아 돌아내는 소리를 지르고 싶다.

필자는 2008년 12월 1일 서울지방변호사회 교육문화관개관 기념식 축하공연에서 춘향가 중 사랑가를 불렀다. 갓과 도포를 쓰고 민은경 선생의 북에 맞추어 동료변호사들 앞에서 첫선을 보였다. 그 후 각종 모임에 가서 배운 곡 중 한 곡씩 한다. 판소리가 좋은 것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부드럽게 해주고 흥을 돋우어 주는 것이라고 본다. 필자가 해보니 확실히 그렇다. 판소리를 하기 전과 한 후의 그 판의 에너지는 다르다. 그래서 명창이 되려면 지르는 소리에 물결이 치듯이 소리에 결이 있어야 한다. 즉, 목에서 나는 소리가 아닌 배에서 끌어 올리는 소리, 어떻게 보면 내면의 소리를 질러야 한다. 아직도 판소리 선생님에게서 목에서 내는 소리가 아닌 통 소리를 내라고 지도를 받는다. 소리공부는 실상 끝이 없다. 양심의 강물에서 흐르는 소리를 끌어올려 계속 소리를 지르고, 또 지르고 그러다 보면 소리 없는 소리를 내지르지 않을까!

박종강 변호사 019-662-3358

박종강 변호사

《프로필》박 종 강
* 화순초-화순중-광주고-한양대 법대 졸업
* 제 33회 사법시험 합격
* 사법연수원 제 23회 수료
* 서울특별시 강남구청 법류상담위원
* 한양대 법대 대학원 입학(행정법 전공)
* 서울지방변호사회 당직변호사 및 무료법률상담위원
* 서울특별시 서초구청 법률상담위원
* 서울 동작로타리클럽 회장
* 공정거래위원회 법률고민(송무담당)
* LG-CNS(주) 및 다수기업체 법률고문
* 법률사무소 우평 변호사
* 법률사무소 민중 변호사
* <시민과 변호사> 변호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