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경재칼럼리스트

담산 안규홍(安圭洪, 1879.4.10 〜 1911.5.5)의 머슴출신인 의병장은 한말(韓末) 의병사에 전무후무한 매우 특이한 인물이다. 무산계급의 노비들이 가끔 작당하여 반란을 일으킨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이며 배운 학식 없이 왜적을 대항하여 의병을 통솔하고 비범한 작전을 수행하여 여러 차례의 승리를 거둔 사실은 단연코 범상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가 이끄는 의병부대는 스스로를 ‘농민’이라고 내세웠던 토착농민으로 구성된 평민 의병부대였다. 필자는 어린 시절 산정이란 옆 마을에 꼴머슴이 의병장이 되었다는 부친(仁堂 李振燮)의 말씀에 사랑방에서 들으며 청소년 시절을 보내며 미래의 꿈을 품으며 자랐다. 사랑방에 동네 머슴들은 자신들의 신세 한탄을 늘어놓으며 자유당 정권의 부패한 안타까운 체감현상에 머슴살이를 한 담산을 우상으로 떠올리는 것을 듣고 자랐다.

머슴이란 신분은 우리 고유의 말 중에 아이들을 낮잡아 부를 경우에 계집아이를 ‘가시내’라고 부르고 사내아이를 ‘머슴아’ 불렀던 것이다. 가시내란 집안일을 이여 갈(承) 아이(兒)의 한자말인 ‘가승아(家承兒)’에서 유래 되었고 머슴아란 노동력을 지닌 사내아이라는 의미의 언어학자의 견해이다.

구한말 노비제도가 사라지면서 노동력이 있는 사내가 주로 농가에 고용되어 그 집의 농사일과 잡일을 해 주고 대가를 받는 직업을 ‘머슴’이라고 했다. 일반적인 별칭으로 ‘더부살이’ ‘담살이’ 등으로 호칭되었다 머슴들은 1년 동안 주인집에서 기거하면서 농사일은 물론 불 땔 나무라든지 가축을 돌보는 먹이 조달 등 가정의 대소사를 맡아 처리하였으며 섣달 그믐날이 되면 세경(임금)을 받아서 옷가지를 주인에게 얻어 자기 집으로 가곤 했다.

의병의 신분은 따로 없으며 이들은 국가의 위급함을 구하려고 스스로 모인 자발적인 군대다. 승려ㆍ서민(농민)ㆍ평민ㆍ양반ㆍ군인ㆍ노비ㆍ상인 등을 말한 것이다.

안규홍 의병장은 보성의 죽산 안씨로 우봉 문강공 안방준의 10대손이다. 별명은 계홍(桂洪), 안담살이, 안진사, 자는 제원(濟元)호는 담산(擔山)으로 보성출신이다. 집성촌인 택촌에서 부친 안달환와 모친 정씨사이에 태어났다. 그의 집안이 쇠락했기 때문에 태어날 당시의 경제력은 매우 궁핍한 상태였다. 안의병장은 4살 때 부친이 세상을 떠나자 가난했던 어머니 정씨는 어린 규홍을 데리고 우산리 택촌에서 약 20여 킬로나 떨어진 봉덕면(현 문덕면) 범화리에 사는 먼 친척뻘 되는 부농 박제헌의 집에 의탁했다. 여기서 자란 규홍은 소년티가 채 가시지 않은 10여세의 어린 나이에 약 20여년을 머슴살이 업으로 전전하며 생활하였다.

시대를 잘못 만나 태어나 배움의 기회마저 박탈해 버렸지만 모친을 효성으로 지극히 봉양하고 몸과 마음만은 배운 사람 못지않게 다부지고 강하게 성장하였다.

어린 날 가정형편으로 머슴살이를 했기에 얻어진 이름이 ‘담살’이다. 의병 명칭도 ‘안담살이 의병’이라고 불리어 졌으며 후인들을 그의 호를 담산(擔山)이라 그렇게 불렀던 것이다. ‘담살’이란 이 고장 방언으로 ‘나이 어린 머슴’을 일컫는 말이다.

안규홍이 인물에 관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그의 사후 반세기가 지난 후 <담산실기>와 양자인 종연(鐘連)이 남긴 가장(家狀)에 그는 매우 강직한 성품을 지닌 청년으로 성장하였다. 강직한 성격이 표출된 바로는 세금을 걷는 관리가 규홍의 동네에 와서 횡포를 부릴 때 마을 사람 중 어는 누구도 말단 관리에게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고 있을 때에 홀로 횡포한 세리를 혼내주었던 행동에서 얼마나 의협심이 남달리 강한 청년 이였는가를 엿볼 수 있다.

안규홍이 나이 어리고 체구가 단신인데도 의병장에 추대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강직한 성격과 용기 있는 행동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담산실기〉에 의하면 안규홍은 당시 일본의 토지침탈로 각지에서 일어난 의병의 활동은 커다란 자극이 되었으며 그의 강직하며 솔직담백한 성격이 작용되었다.

안규홍의 의병활동은 낮에는 배 잠방이를 입고 삽을 메고 다니면서 왜구의 활동 내역을 탐지하여 두었다가, 밤에 홀로 기습하여 숨통을 끊기도 하였다. 이렇게 시작된 안규홍의 의병 활동은 한말 의병사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기게 된 것이다.

보성 동소산에서 봉기한 안규홍 의병은 대원사를 중심으로 보성ㆍ화순 일대를 근거지를 두고 능주, 순천, 광양 등 전남 동남부 지역을 무대로 과감한 의병투쟁을 전개한 전남. 광주지역 전국 대표적 의병장이다. 천민과 빈농출신 중심부대인 의병부대는 1907년을 전후하여 전라도 지역에서 들불처럼 번졌다. 이러한 의병들의 의거와 더불어 의병을 가장한 비적들의 피해 또한 적지 않았던 것이다. 민간들이 도적을 예방하기 위한 방도(防盜)조직을 실시하며 안규홍이 중심이 된 조직이 보성의 법화 마을에서 결성되었다.

방도 조직을 모체로 의병을 일으키려 한 것이다. 그러나 그를 따르는 자의 거의 머슴이나 가난한 농민들로서 그들이 가진 것은 겨우 호미나 괭이 나무 작대기가 고작이었다. 이에 안규홍은 자신의 거사 계획을 선비들에게 알려 경제적 도움을 청하였지만 선비들이 머슴출신의 안규홍과 함께 의병에 가담하는 것은 쉽게 허락할 수 없어 거절하였던 것이다. 그래도 우국지사인 참봉 안극(安極)의 묵계아래 안극 소유의 무기와 재산을 활용하여 동지를 규합 안규홍 의병부대의 출현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의병부대가 독자적으로는 많은 문제가 놓여 있었다. 무엇보다도 더 많은 의병모집과 전투경험이나 전술에 뛰어난 전략가가 필요하였다. 규홍은 지역의 장날을 순회하면서 농민을 적극 설득 의병을 모집하였다. 양반 유생들이 학연 지연을 중심으로 방이나 통문을 돌려 의병을 모집했던 방법과 대조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무렵 관동 의병활동을 하던 강용언(姜龍彦)이 일본군의 진압을 피하여 1907년 말 순천에 내려와 의병활동을 하고 있을 때. 안담섬은 그를 따르던 가난한 농민들과 머슴들을 데리고 관동 의병장 강용언의 부장(副將)이 되었다.

안규홍을 부장에 임명한 것은 지리에 어두웠던 약점을 토착의병이 해결해 주며 또 이 지역 농민들과의 원만한 관계 유지에도 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다.

관동 의병은 듣던 바와는 달리 지역에 민폐를 입히자 안담섬과 그를 추종하던 토착 농민들과 함께 1908년 4월에 양민의 재물을 갈취하고 아녀자를 농락한 것을 불쾌하게 여긴 의병 내부는 술렁였다. 의병들이 이러한 사건이 확산되고 있을 때에 몇몇 의병들이 은밀한 계획으로 부하 장사 신남일이 주동이 되어 강용원을 제거 살해하고 안규홍을 의병장에 추대함으로서 당당한 머슴 의병장이 되었다.

거병목표와 활동 방향은 “이들은 본래 농민들로서 비록 상하의 지시나 도움을 받은바 없지만 원수를 갚아 애국 구민하기 위해 죽음을 무름 쓰고 거병하였다.”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런 안규홍 의병부대의 활동 방향은 크게 세 가지로 볼 수 있다.

▲첫째 탐학한 관리의 근절, ▲둘째 친일세력의 제거, ▲셋째 일본인들의 생활 구축을 못하도록 하는 것 등이다. 즉 그들은 탐관오리의 가렴주구와 친일세력의 활동역시 일본세력의 침투와 마찬가지로 국가의 근본을 위태롭게 한다고 판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강용언 의병장을 제거한 이후에 지방의 민심은 안규홍 의병부대를 신뢰하였다. 해산군인 출신 오주일(吳周一)등의 가담이 그것이다. 병법에 밝은 오주일은 소년 수십 명을 데리고 보성에 왔다가 규홍을 만나 “일을 하자면 반드시 맹주가 있어야 한다고 하면서 규홍의 부대에 합류했다.”오주일은 병법에 밝은 전략가로서 안규홍 의병부대에서 크게 활동하였다.


안규홍은 동향출신의 머슴들과 빈농을 근간으로 한 토착농민 장터 등을 순회하면서 확보한 인근 지방 농어민 그리고 관동의병과 해산군인 등으로 조직이 확대 개편되었다. 이러한 조직의 확대는 안규홍 의병의 항일 투쟁에 매우 유리한 조건이 되었다. 토착 농어민 출신의 의병은 그 지역 지리에 밝고 지역 주민과 밀접한 연고를 맺으며 전투경험이 풍부하고 오주일 등은 전략과 전술이론과 실제의 병법을 두루 갖추고 있었다.

득량면 예당의 ‘파청전투’에서 1908년 2월 왜군과의 대접전이 벌어졌다. 왜군이 보성. 벌교. 순천을 연결하는 토벌진을 구성하여 수색작전을 전개하자, 안규홍 의병부대는 평소 이 일대의 산악지리에 밝은 보성-벌교간의 국도변과 파청의 지리를 이용 이곳에 복병을 매복 시켜두었다. ‘미호(米戶)’와 ‘히라이(平井)’의 2개 부대가 골짜기 안으로 들이 닥치자 일제히 맹공격을 퍼부어 적군을 괴멸 시킨 뒤 적의 무기와 서류 등 많은 전리품을 노획하여 대원사로 들어가 회군하였다. 이것이 그 유명한 ‘파청대첩’이다.

이에 일본군은 보복을 하고자 대원사를 포위 공격하여 적지 않은 인명피해를 입었다. 또한 장경선(張京善)을 참모로 임명한 병력을 증가하여 1908년 8월24일 진산에서 수비대 및 기병과 화약과 군량을 준비하여 전투태세를 간춘 뒤 1909년 3월25일 원봉에 주둔하고 있던 적을 기습하여 큰 승리를 거두었다. 이것이 진산대첩ㆍ원봉대첩ㆍ파청대첩이 ｢보성 의병 3대첩｣이라 한다. 또 보성 병치에서 많은 전공을 세웠으나 유격장 안택환(安宅煥)ㆍ서기 임준현(任準鉉)이 전사하는 바람에 전세가 점차 불리해저 장흥 백사정(白沙停)으로 후퇴를 하였다.

패전의 원인을 분석해 적에게 의병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고정 간첩 토착된 왜구의 세력, 즉 토왜(土倭)의 제거가 시급함을 깨닫고 복내(福內)장날과 호곡 등지에서 토왜 섬멸전을 전개하였다. 이에 맞서 일본 측은 다양한 진압책을 세웠는데 의병진무책, 의병전담 토벌대 조직, 변장정찰대 운용 등이 그것이다. 의병 진무책으로 실시된 대규모 토목공사의 실시는 주민들의 비협조로 효과를 거두지 못하였다. 이에 일본 측은 1909년 4월 안규홍 의병부대를 진압할 목적으로 광주와 남원의 2개 대대를 차출하여 토벌 작전을 시작하였다. 이러한 일본군의 토벌은 실패로 돌아갔지만 이 같은 적극적인 의병진압 정책은 전남지역 의병에게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져다주었다. 그 결과 1909년 음력 3월에는 유명한 유생 의병장인 전해산 의병부터 머슴출신 안규홍에 까지 포함된 전남지방 의병의 연합작전이 이루어지기도 하였다.

이에 일본 측은 1909년 6월에 이르러 의병의 소재와 근거를 파악하기 위한 변장정찰대를 편성하였다. 변장정찰대의 편성은 당시 가장 우세한 의병장인 안규홍, 전해산, 심남일 등의 근거지를 찾는데 혈안이 되었다. 정찰대의 활동으로 주요 의병의 근거지가 파악되자 일본은 전남 의병을 점멸시킬 계획을 수립하였다.

이것이 바로 ‘남한 폭도 대토벌 작전’이다. 이 작전은 보병 2개 연대 ,공병1개 소대, 기선 1척 기정 약간 그리고 해군 11정대 등 대규모 병력이 한꺼번에 투입되어 육지는 물론 해상에 이르기 까지 완벽한 포위선을 구축하여 전남 의병을 송두리째 뿌리 뽑으려는 것이었다.

1909년 9월 1일부터 10월말까지 전개된 포악무도한 이 작전의 결과 103명의 의병장이 체포되어 사살되거나 전사했고 3천명이 넘는 의병이 체포 혹은 살해되었으며 투항한 자도 적지 않았다.

일본은 의병들의 혈족을 회유 협박 및 기만술책으로 그 동안 적극적인 반일 투쟁을 전개해 왔던 안규홍 의병부대도 9월 18일에서 19일 사이에 부장을 포함한 약 60여명의 부하들이 동요하여 투항하자 결국 해산 명령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1909년 9월 일단 의병을 해산 하였다.

고정간첩 토왜의 밀고로 왜병에 잡힌 안규홍 의병부대가 의병 진영을 잠정적으로 해산 시켰다는 소문은 급속히 퍼져 나갔다. 안규홍 의병장은 부하 염재보, 정기찬과 함께 귀향하던 중 보성 봉덕면 법화촌에서 고정간첩 토왜의 밀고로 ‘토미이시(富石)’부대에 붙잡히게 되었다.

경북 지방은 의병장 신돌석이 부하의 밀고로 왜병에게 잡혀 순직한 것과 대조적으로 부하로부터의 밀고는 받지 않았다. 현행 한국 근ㆍ현대사 국사교과서에 양반이 중심이 된 의병봉기 지역만 표시되어 있을 뿐 안규홍의 의병장 등 전라도 지역 103명의 의병장들의 활동에 대한 단 한 줄의 언급이 없다는 것이 부끄럽다. 더욱이 103명 전라도 의병장들의 활동상이며 민중의 지지가 대단하였지만 평민 의병장은 유일하게 경북의 신돌석만이 언급되고 있다.

안규홍 의병장의 최후는 그 후 광주감옥에 수감되어 대구 감옥으로 이감되어 혹독한 고문으로 1911년 5월 5일에 옥사 하였다. 사후 11년이 지난 1922년 양자인 종연의 노력으로 고향의 산자락에 안장하였다. 안의병장의 묘소는 보성 은곡리 대야부락의 뒷산 언저리이다. 광복이후 득량면 파청 국도변에 안의병장의 승첩비가 건립되었다. 그 후 1963년 건국훈장 국민장이 추서되었다. 국가 보훈처는 2001년 5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 발표했다.

<담산실기>는 육ㆍ해ㆍ공군 3군사관학교의 교재로 각 도서관에 비치하여 사관생도들의 전술 전략 교과서처럼 열람되는 서적이 되었다.

안 의병장의 항일 투쟁 내용들이 <동소산 머슴새>로 이 지역 민중시인 문병란 교수에 의해 출간 되었다. 6월 호국의 달 머슴살이로 의병장이 되어 활동한 그의 숭고한 정신과 이 지역 유지들이 비를 세웠지만 정말로 이 고장이 의향(義鄕)이라면 많은 의병장들과 평민출신들이 꽃다운 젊은 목숨을 조국의 재단 앞에 제물로 바쳤으니 아름다운 공원을 조성하고 빗돌로 기념탑을 조각하여 그분들을 혼과 넋을 고이 기리는 후손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란 바로 이런 정신에서 나온 것이다.

지역 단체나 의원들도 노력하여 조상들과 후손들에게 정신적 교육의 장이 되도록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정치 경제 사회가 어렵고 불안할 때 일수록 충효(忠孝)의 정신을 영원히 간직하고 후손에 물려줄 가장 아름다운 종교이며 미덕 이다.

초한지에 “백성은 ” 나라를 백성이 망하게 한 적이 없고 정치의 잘못으로 언제나 나라는 망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