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박소영 씨 (연예예술인협회 화순지부 가수분과위원장)

예술가는 대중에게 감동을 선물해야 한다. 화가는 그림으로, 춤꾼은 화려한 몸짓으로 그들만의 언어를 뿜어내야 한다. 가수 박소영 씨는 목소리에 혼을 담아 청중의 귀를 즐겁게 하고 감동을 주는 현대판 소리꾼이다. 연예예술인협회 화순지부(지부장 구희권) 가수분과위원장인 그는 언제나 그랬듯 오늘도 그를 찾는 곳이면 어디든 마다하지 않고 달려가 마이크를 잡는다.

아름다운 사람 박소영
이서면 인계리 마을회관에 구수한 트롯트 가락이 흘러나온다. 화순보건소가 운영하고 있는 행복마을 노래교실에서 4월 한달 간 초빙강사로 활동 중인 박소영 씨의 목소리다. 마을주민들이 둘러앉은 마을회관에 들어서자 주민들의 웃음소리와 노래 소리가 어우러져 흥겨운 마당이 연출되고 있었다.

“어르신들은 최신곡을 가르쳐 드리면 답답해 해요. 그래서 다들 귀에 익은 옛날 곡 위주로 합니다. 무엇보다 그분들에게 웃음을 많이 드리려고 노력해요.”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도 박소영 씨 앞에서는 다들 어린애가 돼버린다. 처음엔 머뭇거리다가도 그만의 걸죽한 입담에 녹아내리기 일쑤여서 이내 선생님 말에 잘 따르는 얌전한 학생이 돼버리고 만다. 박수소리와 웃음꽃으로 가득한 마을회관은 흔히들 어렵다고 말하는 대중과의 소통이 완벽하게 이루어지는 자리였다.

삶의 고단함을 잠시 잊고 주름진 얼굴에 웃음꽃을 피게 하는 것. 대중과 부대끼며 하나가 되는 진정한 예술은 바로 그곳에 있었다.

집안의 반대에도 노래가 너무나 하고 싶었다
박소영 씨는 경북 김천이 고향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무렵부터 노래에 빠져 그룹사운드 생활을 시작한 게 벌써 20여년 전의 일이다. 그러나 음악에 빠져들수록 자신의 가족과 점점 멀어져가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처음에 음악 한다고 하니 집에서는 난리가 났어요. 특히 오빠의 반대가 심했는데 음악하면 다리몽댕이를 부러뜨린다고 해서 3년 동안 집에를 못 들어 갔었지요.”

그러다 너무 그리워 집에 전화를 했었는데 다 이해하니 제발 돌아오라는 동생의 말에 힘입어 집을 찾아 나섰다 한다. 그의 어머니는 딸을 보자마자 눈물을 흘리며 안고 뒹굴었고 그도 그동안 쌓인 그리움과 미안함 때문에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그동안 집에서는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생겼을까봐 포스터를 붙이고 다니며 그를 애타게 찾았었다고 한다.

“지금은 세월이 흘러서 다 이해하고 추억으로 생각되지만 당시에는 음악하기가 너무 힘들었어요. 그러나 좋아하는 노래를 포기할 수는 없었죠. 그냥 물 흐르는 대로 노래 가락에 몸을 맡기고 지금까지 살아왔어요.”

화순은 제2의 고향이다
박소영 씨가 화순에 터를 둔건 3년밖엔 안 된다. 시댁이 장흥인데 시어머니가 몇해 전 돌아가시면서 홀로 된 시아버님을 가까이서 모시고 싶어 화순에 둥지를 틀게 됐다. 음악 하다 만난 남편과의 인연이 그를 여기까지 오게 한 셈이었다.

“시어머니는 참 좋은 분이셨어요. 며느리로서 오히려 죄송할 정도로 잘해주셨는데 보답할 틈도 없이 돌아가셨어요. 그러면서 내 삶에도 변화가 오기 시작했죠.”

시어머니의 죽음은 지금까지의 그를 바꿔놓는 전환점이 됐다. 그 동안은 음악적 욕심이 강하고 성격이 곧은 편이어서 주위를 돌아볼 여력이 없었지만 지금은 둥글고 느긋하게 살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다른 이들의 삶도 들여다보고 그렇게…

박소영 씨가 이서면 인계리 마을회관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다

매순간 최선을 다해 살고 싶다
박소영 씨는 현재 광주에 있는 7080라이브클럽에서 밤무대 가수로 활동하고 있다. 밤10시부터 새벽 1시까지 노래 부르다 집에 오면 새벽 2시가 넘지만 낮에 열리는 행사에도 틈틈이 찾아다니며 끼와 열정을 뿜어내고 있다. 또한 ‘어서빨리’라는 신트로트풍의 타이틀곡이 수록돼 있는 1집앨범은 그를 가수로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밑받침이 됐다.

“무슨 일이 닥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매 순간 최선을 다하고 싶어요. 그리고 가수니까 설 무대가 많으면 좋겠죠. 돈도 벌고 노래도 하고… (웃음)”

그는 주어진 일에는 최선을 다한다. 어떤 자리 어떤 무대에서도 대충대충 하지 않고 한곡을 부르더라도 온 힘을 다해 열심히 한다. 그래서일까. 한번 그를 본 사람이면 언제고 다시 그를 찾는다고 한다.

봉사는 또 다른 나의 삶
박소영 씨는 어렵고 소외받고 있는 이들을 위해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을 어렸을 적부터 했다고 한다. 그래서 지금도 봉사하러 가자는 제의가 들어오면 만사 제쳐두고 흔쾌히 따라 나선다고 한다.

“봉사하는 곳은 여러 곳 있지만 굳이 내놓고 하고 싶지는 않아요. 알린다는 게 부끄럽기도 하고 무엇보다 마음이 중요하니까요. 대가를 바라지 않고 부르는 노래는 그래서인지 더 힘이 나는 것 같아요.”

봉사하는 곳 하나정도는 알려달라는 부탁에 한 달에 한번 씩 백혈병어린이를 돕기 위한 ‘새생명나누기’에서 노래봉사를 하고 있다고 털어 놓는다.

에필로그
그의 요즘 최대 관심사는 잘 먹고 잘 사는 것이다. 배불리 먹고 내놓라 하며 사는 것이 아닌 건강하게 먹고 다른 이들에게 관심을 보이며 사람냄새 나게 사는 것이다. 청중을 압도하는 노래 소리 만큼 내면의 보이지 않는 곳도 매력으로 다가오는 건 그만이 가진 따뜻함 때문일까. “내 인생은 단순해서 풀어놓을만한 이야기가 없다”는 그의 말에서 노래와 삶을 갈무리한 연륜마저 느껴졌다.

인계리 마을 주민들과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박소영 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