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 불사가 한창인 유마사

맑은 계곡물과 가을철 단풍이 절경인 모후산 자락에 안겨 있는 유마사.

화순읍에서 차를 달리면 거리로는 28km, 시간은 30분 정도 소요되는 너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적당한 거리에 위치해 있는 이곳은 대한불교조계종 송광사의 말사이기도 하다.

백제 무왕 28년(627년) 당나라 사람 유마운과 그의 딸 보안이 창건했다는 전설을 간직하고 있지만, 그러나 천년고찰이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옛 영화의 흔적들은 찾아볼 수 없다. 세월의 깊이를 되새겨 보고 주위의 울창한 삼림과 쉼 없이 흐르는 계곡물에서 즐거움을 찾는 다면 유마사는 더 없이 좋은 곳이다.

그렇지 않고 여느 잘나가는 대형 사찰이나 운주사처럼 볼거리 많은 곳을 찾아다니는 취향이라면 아쉽게도 실망을 느끼기에 부족함 없는 조건들을 두루 갖추고 있다.

유마사는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유실되었다 최근에서야 복원 과정을 거치며 옛 모습을 조금씩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경내는 공사 통에 아직도 정리되지 않았고 조금 오랜된 건물과 덜 오래된 건물, 그리고 최신 건물들이 나란히 들어서 있어 사찰로써의 정취를 좀처럼 느끼기 힘든데다 지금까지도 요사채와 누각 등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어 볼품면에서는 많이 뒤처지는 감이 있다.

유마사 주지 일장스님(60)

유마사에는 1900년대 중반 한국현대사의 아픔이 깊게 배어 있다. 한국전쟁 당시 빨치산 전남도당이 유마사에 은거하면서 모후산과 백아산을 주 무대로 활동하였고 이를 진압하기 위해 국군의 손에 모두 소각 당하면서 폐촌이 되는 일이 있었다. 그러다 오호연, 김혜은 스님이 절을 중수하여 명맥을 유지해 오다 2001년 송광사로부터 일장스님(현 유마사 주지스님)이 발령을 받아 오면서 2년 후부터 불사를 시작하게 되었다.

1400여년의 역사를 지닌 대가람이었던 유마사는 역사의 풍랑을 넘지 못하고 좌초되었다 비구니 전문 교육도량(승가대학)을 호남지역에 최초로 세우기 위한 송광사의 의지가 뒷받침 되어 지금에서야 기지개를 켜게 된것이다.

불사의 내용으로는 대웅전 외 부속건물 14개 동을 신축하고 총 사업비 127억여 원을 들여 2001년부터 10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되어있다.

“뜻을 크게 품고 시작했지만 재정적인 문제에 부딪혀 겨우 60% 정도 진행된 상태지요. 그래도 우선은 승가대학을 지어 스님들을 가르치고 교육도량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는 것이 다행입니다”라며 일장스님은 애초의 계획보다 뒤처진 불사의 진척을 애써 위안하는 듯 했다.

유마사는 현재 문화재청과 전남도청, 화순군청으로부터 복원비를 지원 받아 불사 작업을 벌이고 있다.

유마사 승가대학은 2007년 3월 개교해 4년 교육과정을 통해 경율론 삼장과 불교사 등을 가르치고 있으며 현재는 10여 명의 비구니승이 3명의 교수로부터 홀로 설 수 있는 수행의 자질을 쌓고 있다.

2007년 3월 세워진 호남 최초의 승가대학

조계종법에 의하면 승려가 되기 위해서는 출가해서 6개월간의 행자생활을 거쳐 교육기관에서 단일계단의 계를 받아야 한다. 또 2년 안에 불교 관련 4년제 대학 과정을 시작하고 모두 이수해야 성별에 따라 비구계와 비구니계를 받을 수 있고 비로소 정식 스님이 되는 자격이 주어진다. 스님의 법명은 계를 받을때 은사 스님으로부터 받게 되며 이는 생전뿐 아니라 사후에도 불려지게 된다.

유마사를 둘러보다 보면 특이한 점이 눈에 띤다. 범종이 들어서게 될 종각은 지어져 있는데 정작 있어야 할 종이 없는 것이다. “사찰에서는 아침저녁으로 종을 칩니다. 종소리가 온 법계에 퍼져 고통 받고 있는 중생들을 구하기 위함 이지요.” “그러나 절 형편이 넉넉지 않아 아직 마련을 못하고 있어요.”

재정적인 문제로 종각만 덩그러니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 뜻 있는 사람들의 범종불사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일장스님의 말이다.

“지금 유마사는 옛 가람의 모습으로 복원하고 있는 불사도량 이기 때문에 전쟁통에 돌아가신 분들을 위해 매일 제사를 지냅니다. 허공에서 떠도는 많은 영가들의 고통을 없애 주고 극락왕생을 바라기 때문이지요.”

종이 울려퍼질때 모든 영가와 축생들 까지도 고통을 여의고 중생이 바른 삶을 살 수 있도록 발원한다는 일장스님의 말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범종 없는 종각. 현재 범종 불사가 진행 중에 있다

한편 유마사 여행을 하는데 있어 몇 가지 아쉬운 점이 눈에 보였다. 첫째는 유마사로 가는 동안 안내 표지판이 겨우 한 개만 있어 천년 고찰이 무관심 속에 방치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점이다. 초행길의 방문객이라면 불편함을 떠나 당황스럽기까지 할 만한 일인데도 화순군에서는 빠른 조치 대신 늦장을 부리고 있는 이유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일장스님에 따르면 군에서 이 문제를 알고 있고 표지판을 추가로 설치해준다는 약속을 했는데도 아직까지 감감 무소식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화순군에서 관리하고 있는 유마사 입구의 주차장에 있는 공중 화장실의 불결함이다. 들어서는 순간 악취가 코를 찌르고 손 씻을 물마저 나오지 않아 화장실로써의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지 못하다. 고려인삼 시원지 복원과 생태테마파크 조성 사업으로 유마사를 포함 모후산을 찾는 발길이 많아지고 있는데도 이와 같은 안일한 운영이 아쉬움으로 다가온다.

<유마사 가는 길>
▶자가용 이용시
⇒ 광주에서 너릿재터널을 지나 화순읍까지(국도22·29호선) 온 후 벌교,고흥방면으로 국도 제22호선을 따라 동면, 구암삼거리까지 간 후 구암삼거리에서 우회전하여 국도 제15호선을 따라 남면을 거쳐 벌교·고흥방면으로 간다. 남계리 유마사 입구 도로표지판을 보고 좌회전하여 곧장 가면 남계리 삼거마을, 유마마을을 거쳐 유마사가 있다.

⇒ 광주 -(12km)- 화순 -(7.3km)- 동면 -(3.5km)- 구암삼거리 -(4km)- 남면 -(6.5km)- 남계삼거리 -(4km)- 유마사

▶대중교통
화순군내버스(217번)
⇒ 광주광천동터미널앞 - 광주상공회의소 - 백운동로타리 - 남광주로타리 - 학동정류소- 화순읍군내버스터미널 - 동면 - 남면사평리 - 남계리

일주문

보물 제 1116호 유마사 해련부도

대웅전

2층 규모의 누각이 들어 설 자리. 뒤로 승가대학이 보인다.

공사 중인 요사채

새로 지은 공양간 내부

유마사 안내 표지판이 유일하게 여기 한곳 있다

한가한 안내소와 악취로 진동하고 물마저 나오지 않는 화장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