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 앞이 칠층석탑, 그 뒤가 쌍교차문 칠층석탑이다

매서운 한파가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12일, 화순군 끝자락에 위치한 운주사(雲住寺)에도 눈이 내렸다. 눈꽃으로 만발한 천년고찰의 모습엔 세인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한 봄, 가을과는 사뭇 다른 백치미가 가득 배어 있었다.

천불천탑(千佛千塔)도, 천년의 역사도 잠시 접어 두고 내리는 눈에 모든 것을 맡긴 채 서있는 모습이 어머니의 품처럼 포근하게 와닿는다. 천불산 각 골짜기 바위너설 야지에 자리한 비로자나부처님(부처님의 빛, 광명)을 주불로 크기도 얼굴 모양도 각양각색으로 서있는 탑과 불상들은 이날 만큼은 눈이 와서 신이 난 아이들의 놀이 대상이 돼주었다.

눈사람을 만들다 심드렁해진 아이들이 던지는 눈뭉치에 얼굴이며 가사 자락이며 성한데 없이 맞고 있는데도 그저 웃기만 하는것 같다. 한번, 두번, 세번… 그래도 웃고, 또 웃고…

눈이 와서 신이 난 아이들이 눈사람을 만들고 있다

운주사 경내

＃1.Secret천년의 비밀
‘천년의 비밀 운주사’의 저자인 최홍씨는 “천불천탑’의 성지로 불리는 화순 운주사는 해상왕 장보고를 기리는 추모 유적지이고, 경내에 장보고의 유골과 유물이 묻힌 능묘가 있다”고 주장하며 관련단체·기관들에 공개적인 탐사, 발굴을 제안했다.

이 책은 각종 언론의 주목을 받았고, 광주방송(KBC)에서는 책 내용을 다큐멘터리로 제작, 방영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사단법인 장보고연구회가 주관하고 완도군청이 후원해 완도군의 중·고교생, 교사, 일반인 등 60여 명이 장보고 유적지 답사의 일환으로 운주사를 찾기도 했다.

대웅전 뒤편 구릉, 탑 두기가 있는 이곳이 해상왕 장보고가 묻혀 있다고 주장되는 곳이다

그에 따르면 운주사 경내에는 이른바 최고의 명당이라는 터가 전해지고 있는데 그곳이 바로 두 기의 탑이 세워져있는 대웅전 뒤편에 있는 작은 구릉이라는 것이다. 그는 “역사는 종종 한 영웅을 말살시키지만 민중은 영웅을 말살시키지 않는다. 민중은 영웅을 제대로 평가하고 후세에 기리기 위해 어떤 식으로든 조치를 취한다.”고 주장한다. 운주사가 불가사의로 남은 것은 어떤 식으로든 권력과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며 그 관련이란 곧 운주사가 불교유적지가 아니라 장보고를 기리기 위한 추모지이며, 운주사에 장보고의 유골과 유물이 묻혀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그는 “이러한 주장을 여러 관계기관에 알리고 탐사나 발굴을 권고해왔지만 그때마다 번번이 높은 벽과 한계만 실감했을 뿐이다”고 말한다.

발형다층석탑(전라남도 유형문화재 제282호)

눈꽃속에 묻혀 있는 산수유. 그 뒤로 지장전이 보인다.

＃2.아낌없이 주는 나무 - 아낌없이 주는 운주사
쉘 실버스타인의 「아낌없이 주는 나무」에 나오는 사과나무와 운주사는 닮은 점이 많아 보인다. 때로는 아이의 친구로, 혹은 쉼터로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것을 주며 행복해 하는 사과나무처럼 운주사 또한 스쳐가는 인연 하나 소홀히 하지 않고 자신을 찾아 주고 알아 주는 이들에게 아낌없이 뭔가를 주고 있는것은 아닐까.

도랑턱에서 바라본 운주사

와불로 가는 계단 길

운주사는 화순의 홍보대사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한적한 산골에 묻혀 있다 유명세를 타면서 관광객들을 불러 모아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고 화순을 전국에 알리는 역할을 해주었다. 비록 수 많은 발자욱 들로 생채기가 나고 쉼없이 터지는 카메라에 몸을 맡겼지만 말이다. 그러다 먼 훗날 잊혀져 인적이 끊긴다 해도 다시 찾아 오면 무언가를 또 내주기 위해 묵묵히 기다리고 있을것만 같다. 사람들 편리하자고 만든 계단길에 다시 모습이 흉해지는 것은 아랑곳 하지도 않고…

와불로 가는 중턱에서 바라 본 운주사

공사바위쪽에서 바라 본 운주사

＃3.에필로그
운주사는 언제나처럼 그 자리에 그 모습 그대로 서있다. 매서운 한파 만큼 어려운 경기에 세인들이 힘들어 하고 아우성을 쳐도 묵묵히 천불산에 둘러쌓인 채 앉아만 있다. 정치가 소용돌이치고 빈곤층은 생활고에 허덕여도, 각자의 삶을 돌보느라 이리 저리 분주 해도 그저 말없이… 지켜보기만 한다.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무명 불상들

눈 덮인 와불

보물 제797호 운주사 석조불감

운주사 입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