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천순 시인

얼마나
한이 맺혀
밤을 밝혀 새겼을까

가장 낮은
땅바닥에
감춰놓은 붉은 가슴

가만히
토해낸 숨결
생명으로
숨기고

긴 세월
깨어있는
마음으로 기다려 온

신 새벽은
얼싸안고
춤을 추는 대동 세상

미망을
뚫고 일어나
미륵세상
이루사

아직도
비옵나니
갈라지고 찢겨진 땅

우리 모두
손을 잡고
힘을 모아 하나 되어

한겨레
통일된 한국
어느 누가
얕보랴

시인 안천순(58)은 보성 출신으로 경찰에 투신한 이후 광주 민주화의 상징인 충장로와 금남로를 관할하고 있는 동부경찰서(당시 광주경찰서)에서 32년간 근무하였다. 특히 경찰 근무 대부분을 정보과에서 근무하여 조대운동권을 중심으로 많은 교분을 가지고 있다.

안천순 시인은 5·18민주화운동, 6·10항쟁, DJ정부 출범 등 역사의 현장을 지켜봤다. 특히 정보과 형사로 근무하던 1988년에는 5·18 추모식이 금남로에서 열리지 못하자 당시 전남지방경찰청과 광주시청 등을 오가며 집회 신고가 가능하게 하는 데 일조한 일화도 있다.

안천순 시인은 1991년에는 명지대 학생이었던 강경대 씨가 전경이 휘두른 쇠 파이프에 맞아 사망하자 잇따라 분신한 박승희·윤용하·정상순씨 등의 시신이 망월동 묘지까지 운구 되는 동안 장례행렬을 통제하는 역할을 맡기도 했다.

조대운동권들 사이에서는 너무도 ‘인간적인 정보과 형사’로 통하는 안 시인은 1976년 1월 동부경찰서에 발령받은 뒤 근무하며 일기처럼 써 온 시와 수필을 모아 최근 `금남로에서 탈출을 꿈꾸다’라는 시집을 내었다.

그는 “5·18을 만났던 금남로에서 많은 학생들의 죽음을 지켜보고 농부들의 고함소리를 들으면서 갈등과 분노,울분을 터뜨리며 탈출을 꿈꾸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탈출의 방법으로 글을 썼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