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불 운주사

화순 운주사가 국내외 많은 문학 작가들의 시․소설의 소재로 각광 받고 있다.올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프랑스 태생 작가 르 클레지오는 '운주사 가을비'란 시를 남겼다. 대산문화재단 초청으로 한국을 방문한 작가는 지난 2001년 10월 하순 어느 날 가을비가 내리는 산사를 걸으며 천불천탑의 경이로운 전설을 듣고 한편의 시를 읊었다.

<운주사, 가을비>
흩날리는 부드러운 가을비 속에
꿈꾸는 눈 하늘을 관조하는
와불
구전에 따르면, 애초에 세분이었으나 한분 시위불이
홀연 절벽쪽으로 일어나 가셨다.
아직도 등을 땅에 대고 누운 두분 부처는
일어날 날을 기다리신다
그날 새로운 세상이 도래할 거란다.
<중략>
운주사에 내리는 가랑비는
가을의 단풍잎으로 구르고
길게 바다로 흘러
시원의 원천으로 돌아간다.
두 와불의 얼굴은 이 비로 씻겨
눈은 하늘을 응시한다
한세기가 지나는 것은 구름 하나가 지나는 것
부처님들은 또다른 시간과 공간을 꿈꾼다
눈을 뜨고 잠을 청한다
세상이 벌써 전율한다.

이 밖에 운주사를 소재로 한 국내외 시․소설은 부지기수. 우선 우리 고장 출신 소설가 문순태씨의 단편소설 󰡐운주사 가는 길󰡑이 있는가 하면 같은 재목의 시집으로 역시 우리 고장 출신 임동확씨가 시집을 냈다.또한 성낙주씨의 소설 󰡐아수라의 눈물󰡑이 있다. 최홍씨는 소설 '천년의 비밀 운주사'에서 '운주사는 해상왕 장보고의 추모 유적지였다'고 새로운 주장을 폈다.

때마침 운주사에서는 11월 1․2일 운주문화축제가 열린다. 화순군 도암면 번영회(회장 민윤기)와 운주사(주지 정행)가 함께 마련한 제13회 화순 운주문화축제의 올해 주제는 '천불천탑과 함께 하는 사람들' 비바람에 풍장을 당했거나 어디론가 사라져버린 천불천탑의 공간을 사람들이 들어섬으로써 다시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즉 축제 참가자들이 와불의 염원을 되살리는 것으로 새로운 세상이 열리기를 기원하는 민초들의 작은 소망을 표현했다.

르 클레지오가 읊었듯 운주사에 내리는 가랑비가 남도의 산하를 적신 뒤 남해 바다의 품에 안겨 다시 새 생명을 잉태하게 만들지 않는가? 이 얼마나 오묘한 조화인지... 가을이 깊어가는 이번 주말 운주사에 가서 와불이 일어나는 모습을 꿈꿔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