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년 운주축제 개막식 장면

못다 이룬 민초들의 간절한 염원이 서린 천불천탑의 운주사에서 11월 1일과 2일 이틀 동안 13번째 다채로운 운주문화축제가 진행된다.

단풍이 곱게 물들어 가고 석불과 불탑에도 홍조가 스며드는 만추, 도암면 1,700여명의 주민들의 화합의 마당이자 지역의 어제와 오늘을 반추해 보며 더욱 아름다운 내일을 가꾸기 위한 한마당을 준비한 것이다.

가장 지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이라 하듯 화순군 도암면 천불동 계곡에 숨어있는 불상과 불탑들은 이미 이 땅의 모든 이들이 한번은 찾아보고야 직성이 풀리는 신비함으로 익히 알려진 곳이다.

운주사와 절 앞 광장에서 열리는 이번 축제의 주제는“천불천탑과 함께하는 사람들”이다.

비바람에 풍장을 당했거나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천불천탑의 공간을 사람들이 들어섬으로서 다시 회복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지역민이 준비한 축제답게 프로그램은 매우 소박하면서도 풍진 삶 속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고 살았던 농촌사람들의 과거와 현재의 일상을 이해 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도암의 천태초등학교 어린이들은 도장리 마을에 전래되어 오는“도장 밭노래”가 다른 여느 농촌처럼 고령화로 인해 소멸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내내 전수 받아온 공연을 선보인다.과거 목화 농사를 짓기 위한 전 과정이 공연되며 도암의 아낙들이 간직한 희노애락이 노동요로 드러나는 자리이다.

도암중학교 학생들은 관현악 연주와 사물연주 등을 가지고 무대의 흥을 돋군다.

또한 도암면 관내의 모든 어르신들이 한 자리에 모여 무병장수를 축원 받는“기로연”행사가 두 번째로 열린다.부녀회에서는 1,000여명에 이르는 어르신들을 봉양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며 음식을 장만하지만 면민 모두가 함께 이렇게 뜻 깊은 날 모시게 되어 행복한 표정들이다.기로연의 뜻 깊은 행사에 어울리게 (사)화순국악진흥회 국악 마당이 펼쳐진다.

매해 한 쌍씩 신혼부부를 만들었던 전통혼례 또한 올해는 손00군과 조00양이 초례청을 펼치기도 한다.

또한 다문화 사회로의 이행기에서 서로에 대한 이해와 친선의 기회를 넓히기 위한 다문화체험 마당도 준비된다. 단순히 음식만 나누던 것에서 이제는 각국의 전통의상도 체험해보고 놀이도 즐겨보는 마당이다.

도암의 어르신들도 틈틈이 연습한 고유의 민속놀이를 선보인다. 도암농악시연과 산으로 나무를 다녀오는 과정을 재현한 나무꾼 지게놀이, 집을 지으면서 벌어지는 전 과정을 보여주는 집짓기놀이 등은 아파트에서는 상상도 못할 예전의 일상을 보여주는 마당이다.어른에게는 고향의 추억을 상기시켜주고 어린이에게는 민속이 되어 버린 불과 30여년 전의 세계를 실물로 보여주는 시간이다.

부모의 손을 잡고 떠나보는 운주축제는 역사문화의 체험학습의 장이 이미 펼쳐진 곳인데다 운주사를 지켜왔던 사람들의 삶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게다가 어린이들이 즐기고 체험할 것들도 다양하다.인형극을 보고, 글쓰기 그림그리기 대회에 참여하고, 도암과 운주사의 모든 것을 퀴즈로 알아가는 골든벨 대회도 있으며, 점토를 이용하여 천불천탑을 만들어 보는 행사도 있다.

마침 운주사 입구에서 과거의 역사를 정밀하게 연구하는 발굴 작업도 이뤄지고 있는데 발굴 팀에서는 역사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발굴의 과정을 설명해 주는 시간도 마련했다고 한다.

전남대의 호남학연구소에서는 운주사의 다양한 이야기를 문화컨텐츠로 연결하여 에니메이션, 만화, 동영상, 대본, 캐릭터 등으로 창작한 운주사 문화원형 전시 또한 축제의 장에서 펼친다.

도암의 특산물이 옥수수와 감, 콩이다. 이들도 축제에서 한 몫을 한다. 옥수수체험과 전통음식 체험 등을 통해 관람객들의 입맛을 돋우어 줄 것이다.

불자들에게는 양일간 전개되는 탑돌이 행사와 소원엽서 달기, 13번째 석불을 모시는 행사가 기다리고 있다.

이런 다양한 밥상이 차려져 있는 운주축제에 가는 것은 그 동안 못내 아쉬웠던 운주사의 허전함을 단번에 메꿀 수 있는 좋은 기회라 생각된다.그리고 축제의 주제처럼 그곳에 가면 나도 천불이 되는 시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