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모시 옥색치마 금박물린 저 댕기가. 창공을 차고나가 구름 속에 나부끼다. 제비도 놀란 양 나래 쉬고 오더라.” 금수현 작곡 김말봉 작사인 ｢그네｣를 우리가 자주 불렀던 노래들이다.

정성으로 기어 기품으로 입는다는 옷이 바로 모시옷이다. 낡은 광한루에서 오락가락 그네를 뛰는 춘향이의 고운 자태. 세모시 옷과 치맛자락이 날린 것을 보고 한눈에 반해 버린 이몽룡의 가슴 아리는 연정을 느낄수 있다.

모시는 우리나라 특색을 지닌 옷감으로 충남 한산에서 생산하는 가는모시(세모시)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특히 모시는 곱슬 바느질한 깨끼저고리의 정갈한 맵시는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아름다움을 갖고 있다. 치마는 폭 28cm 12폭의 치마를 만들어 입었는데 빨고 풀 먹이고 만지고 다림이질 하는 여인의 특별한 솜씨와 정성이 깃들어야 한다.

모시옷은 깔깔하고 흡수성이 좋아서 옷을 입지 않은 것 보다 시원하다고 할 정도로 여름철의 귀한 옷감이다. 모시풀이 자라기 좋은 온도는 20-24도 이며 강우량이 1,000mm 이상이어야 한다. 덥고 비가 많이 오는 기후, 햇볕이 잘 들고, 물이 잘 빠지는 토양 등 재배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생산할 수 있는 지역이 한정 되어있다. 주로 충남, 전북, 경남 등지에서 재배되며 충남 한산의 모시는 양이나 질에서 으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시 적삼과 치마, 바지를 입을 때 남자의 경우 고의 안에 반드시 속적삼을 입는 것이 원칙이다. 여인의 경우도 모시 속바지위에 속치마를 입는 것이 순서이며 윗옷으로는 속적삼을 입고 모시적삼을 입어야 바른 차림새이다. 여인들이 12승 정도로 적삼, 깨끼저고리를 지어 입을 때는 꼭 속적삼을 입어야 한다. 속적삼 사이를 살짝이 보일락 말락 하는 외씨같은 여인들 젖꼭지가 매력적이라고 어느 시인은 말했다.

모시는 한자로 저(佇), 저포(佇佈), 저마포 (苧麻佈) 등으로 불리고 우리나라 최초의 문헌자료인 󰡔삼국사기󰡕 신라에서 삼십승 저삼단을 당나라에 보낸 기록이 나온다. 고려시대 󰡔계림유사󰡕에 고려방언으로 저왈저모시배(佇曰佇毛施背)라 하여 오늘날 모시라는 이름이 오래 전부터 있었음을 알 수 있다.

모시가 외국에 알려진 기록으로는 고려인종 때 송나라 사신 ‘서긍’ 의 글에 ‘모시가 백옥처럼 희고 맑아 결백을 상징하고 윗사람이 입어도 의젓함이 나타나며 백저포로 상복을 삼았다’ 라는 기록이 되어 있다. 특히 조선시대에는 그 수요가 폭증하여 공급이 이를 따르지 못하자 중종때 신분별로 엄격히 새수를 제한하는 금제령을 내렸다. 이로 인해 직조 발달이 퇴보하였고 겨우 한산을 비롯한 지방에서 명맥을 유지하여 일제강점기 초기 장날을 따라 모시 보부상들이 하나의 보부상들이 하나의 경제권을 형성하다가 말기에 이르러 한산모시의 명성이 전국에 떨치게 된 것이다.

모시옷 중에 고급 옷감은 충남 서천군 한산지역에서 나는 한산 모시를 들수 있다. 한산군의 모시 축제가 지금 열리고 있을 때 이다. 한 낱에 더위가 기승을 부를 때 대청마루에 화문석이나 보성 조성 축배의 문석을 깔고 앉아 부채를 한들한들 부치고 있는 품위로운 여인네들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았을 때 거기엔 깨끗하고 시원한 느낌을 주는 새하얀 모시옷을 볼 수가 있다. 정갈하고 매깔스런 청량한 모습이 바로 우리들의 어머니들의 모습 이였다. 대청마루나 모정, 정자각에서 더위를 피하려는 은근한 여인네들의 멋의 향기에 반하지 않을 남자가 어디 있었으랴. 우리 여인네들의 여름향기들은 왜 그리 아름다운 모습들인지. 지금도 가끔 모시옷을 입은 사람을 만날 때는 한 여름 속이 다 비칠 정도로 시원하다.

흔히 모시옷은 여인의 손에서 두 번 태어난다고 한다. 첫 번째는 대에서 껍질을 벗기고, 째고 베틀에 걸어 짜는 여인의 여공으로 구분 지어져 태어나 상품, 중품, 하품이 되고 두 번째로는 여인들이 빨고 풀 먹이고 만지고 가리는 정성여부로 경쾌한 옷으로 태어나거나 후줄구래하게 태어나는 것이 판가름 나게 된다. 모시는 입는 사람의 조심성 여부에 따라 그 태가 살고 죽는다. 탄성이 좋지 못하여 잘 구겨지는 단점이 있어 입는 것이 귀찮은듯하나 고운 모시옷을 입고 조심하는 버릇이 몸에 배면 더욱 우아한 자태를 풍기게 된다.

한산 모시는 품질이 우수하고 섬세하기로 유명하여 밥그릇 하나에 모시 한 필이 다 들어간다는 말이 생길만큼 결이 가늘고 고운 것이 특징이다. 지금도 한산지역에는 한산저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알려 주는 전설이 남아 있다. 신라 때에 한 노인이 산에 약초를 캐러 갔다가 유달리 깨끗한 껍질을 벗겨보니 그 껍질이 늘씬하고 보들보들 하여 이것으로 실을 뽑아 베를 짰는데 이것이 한산모시의 시초가 되었다.

세모시 고쟁이라는 말이 있다. 여자에게 화냥기가 있을 때 ‘세모시 고쟁이’ 라 빗대어 이야기 한다. 세모시는 고운 올올이 투명하여 남자들의 눈을 쏠리게 한다. 보일 듯 말 듯한 몸의 살색이 옛 부녀자들의 노출하고자 하는 욕망을 채워준다. 하체 내의인 고쟁이는 화냥기에 비유한다. 그래서 후한 때 후궁들은 세모시를 알몸에 입으면 화냥기의 빛깔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세모시는 여느 모시보다 한 필당 세배나 비쌌다. 단골고객들은 주로 기생 들이였고 옛 기도에 한 번 정들면 살빛 세모시 한 필을 구해 주는 것이 관례가 되어있다고 한다. 곧 남정네들의 외도가 살빛 세모시 값을 폭등시켰다고 할 수 있으나, 이 고 한다. 곧 남정네들의 외도가 살빛 세모시 값을 폭등시켰다고 할 수 있으나, 이 모시는 만드는 작업과정 역시 까다로워 그 수공이 다른 모시보다 세 곱절이상 든다고 한다.

모시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옛말로 산적이 옷까지 벗겨 약탈하는 식으로 송두리째 가져가거나 망하게 하는 것을 “한산 처녀 모시 훑듯 한다”고 하였는데 이는 1년에 세 번이나 베어낸 모시는 대나무 칼로 뿌리 “쪽을 위로 잡고 훑어 내리는 데서 비롯한다. 모시풀을 베어다가 잎은 훑어 내리고 남은 줄기로 맨 바깥쪽 껍질도 벗긴다. 이렇게 표피가 벗겨진 인피를 태모시라고 부른다. 태모시를 한줌씩 묶어 물에 하루쯤 담가 두었다가 꺼내 햇볕에 말린다. 물에 담가 두었다가 햇빛에 바래게 하는 과정을 여러번 반복 할수록 질좋은 모시를 얻게 된다. 그다음 태모시를 다시 물에 적셔서 한 올씩 쪼개야 하는데 가늘게 쪼개느냐 굵게 쪼개느냐에 따라 모시품질의 상, 중, 하로 가려진다. 쪼개진 모시올을 긴 실로 만들어야 하는데 짧은 모시올의 두 끝에 침을 묻혀 여인네들의 무릎위에서 손바닥으로 비벼 연결한다.

모시올은 굻고 가늘기에 따라 새(승)가 정해진다. 10세 이상을 세모시라고 한다. 1새는 80올이며 모시올 10올 정도를 1모라고 하여 8모가 1새가 된다. 모시옷을 잘 짜기 위해서는 실내 통풍이 안 되는 곳을 선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모시 짜기는 베틀을 조립하야 오뉴월 복중에 하여야 튼튼하다. 그 이유는 모시는 많은 수분이 필요하기 때문에 바람이 잘 통하는 곳은 안 된다. 조선시대 여인들은 찌는 듯한 복중에 움집에서 모시를 짰는데 갓 짜낸 모시는 생모시라 부른다. 이 생모시는 다시 중방에서 찌거나 잿물에 삶으면 부드럽고 깨끗한 익은 모시가 된다. 생모시와 익은 모시의 중간을 반저라고 한다.

모시는 베틀에서 짜낸 생모시를 그대로 쓰기도 하나 이럴 경우 때가 묻지 않도록 창호지에 잘 싸서 따뜻한 곳에 1-2년 묵혀 두었다가 색깔이 고아지고 광택이 나면 사용한다. 이곳 화순지역의 특산품으로 모시와 기정떡이 유명했다.

삼베(대마)는 뽕나무과의 1년포이며 온대지방에서 키가 3m 내외로 자라고 주로 섬유를 이용할 목적으로 재배한다. 원산지는 인도, 페르시아(이란)였으나 아열대 지방보다는 온대지방에서 많이 재배되고 있다. 기후 적응력이 좋아서 세계각지에서 재배되고 있으며 주 생산국은 러시아, 독일, 프랑스, 이태리 등이다. 양적으로 가장 많이 생산하는 곳은 러시아이며, 품질적으로 가장 우수한 것을 생산하는 곳은 이태리이다.

오래된 피복용 섬유로 제작기술이 발달한 한국에서는 한복, 여름옷감으로 널리 인기가 있어 쓰여 왔다. 마포류가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재배된 것은 일반적으로 고조선 시대부터이다. 그리고 부여 지방에서 재배 되였다는 설이 유력하다고 전해 온다. 삼국시대부터 울진, 안동, 남해, 충정내륙, 이웃보성, 순창에서 약간의 대마포가 생산되어 왔었다. 섬유가 질기고 수분 흡수력이 뛰어나고 수분 증발력이 좋다. 연소,내구성이 강하며 잘 늘어나지 않으며 타 섬유에 비해 강하다. 현재는 여름철 중의적삼, 침대시트, 이불, 요 특히 수의등으로 많이 유용되고 있다.

삼베의 섬유 특성상 삼베는 향균․항독을 함유하고 있어 잡균의 서식이나 근접을 막아주는 특성이 있다. 조상의 시신에 삼베수의를 사용하면 조상의 유골이 황골이 된다고 전해지고 있다. 또 유럽지역이나 이집트의 미이라를 감았던 천이 반드시 삼베나 아마로 사용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섬유의 특성에 흡수력,통기성이 타 섬유에 비해 월등함이 증명되고 있다. 올이 거칠지만 우리 서민들인 조상들에게 많이 사용 됐다.

삼은 비가 조금만 내려도 잘 자라기 때문에 남부지방에서 산간지방까지 전국으로 재배되어 우리조상들의 대표적인 옷감으로 사용되었다. 삼베는 요사이 안동, 보성군 복내면에서 많이 생산된다. 수공업 제품으로 삼껍질을 벗겨 만든 실로 짠 베를 말하며 대마포라고 한다.

삼베는 염색이 곤란해서 거의 누런 천의 바탕색 그대로 사용한다. 삼베는 구김살이 잘 가는 대신 내구, 내구성이 크며 까슬까슬하고 시원한 마섬유의 특성 때문에 여름옷감과 여름 이불감으로 많이 쓰이고 있다. 상례에 쓰는 국산 삼베는 가격이 엄청 비싸 중국 수입제품으로 많이 대체를 한다. 즉 삼베는 섬유로 사용하기 위해서 줄기를 말려서 만든 섬유이다. 삼베는 섬유 소제로 사용하기 위해서 만든 것이므로 특별한 약효는 없다. 일반적으로 삼베의 약리작용으로 알려진 특별한 것은 없지만 약한 향균작용이 있어 약효가 있는 것은 마의 잎이나 뿌리 잎은 대마초로 사용되기도 하여 마취 환각작용이 있다는 것이다.

이렇듯이 모시와 삼베는 여름철 한복의 특징으로 통풍이 잘되어 삼복더위를 이겨내기 위한 여름 옷감으로 적당했다. 몸과 몸 사이를 헐렁하게 하여 바람이 잘 통하게 하였다. 웃옷과 아래옷이 분리되어 있어 평상시에 웃옷을 벗고 웃옷안에 등등거리를 만들어 달라붙지 않도록 하였다. 등등거리는 등나무 덩굴을 둥글게 하여 만든 것으로 적삼 밑에 입어 땀이 스며지지 않도록 하였다.

여름나기의 물건들은 등등거리, 죽부인, 등토시, 부채, 통발, 화문석등으로 한 여름날을 시원하게 지낼 수 있는 슬기와 멋이 돋보인다. 모시와 삼베를 베고 삶아서 껍질을 벗겨낸다. 삼대란 것을 가지고 소꼬리를 한 줄을 뽑아 끝에 메달아, 올가미를 만들어 잠자리와 매미를 잡던 동심은 오늘날 자연학습인 곤충채집 숙제였다. 여름날 동네 아낙네들이 모야 앉아서 도투머리 앞에 빙둘러 앉아서 삼베와 모시를 잦는 품앗이는 참으로 아름다운 정경이다.
오손 도손 담소를 나무며 소박한 새참을 먹으며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이 더 한층 정겨운 모습들이였다.

필자의 조모님과 어머님께서도 바쁘신 일머리에 쫒긴 농촌 살림에 쉼 없는 손놀림에 모시 삼베를 나시는 모습이 아른거린다. 어머님은 베틀을 차려놓고 짤그락거린 소리, 다듬이질하는 소리는 언제나 나의 마음속에 정감어린 음악이며 영원한 시가 되었다.
잘 짜내어진 모시와 삼베를 베틀에서 내려 새벽 일찍 장날을 맞춰 팔아 가정경제와 자녀들의 학비를 즐거운 마음으로 뒷바라지 하셨다. 고인이 되신 조모님과 노모님의 고마움은 잊을 수가 없어 복받치는 마음이 여름날이면 괴인다.

지역 고가의 특산품을 화순지역에도 장려하여 힘들어 한 지역경제를 살려 봄직도 하다고 생각해본다.

[저자 프로필] -------
리 경 재 (李慶載) : 한국교원대학교 대학원(역사. 철학교육 전공) 신춘문예 시로 등단. 광주 시인협회. 한국 문인협회 회원.
시. 수필외 다수. 통일 문예 대상. 현재 광주 숭의고 근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