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재 선생

󰁭 최경회 장군의 생애와 업적

‘햇빛에 바래면 역사(歷史)가 되고, 달빛에 물들면 전설(傳說)이 된다’. 소설가 이병주의 말이다. 햇빛인 최경회와 달빛인 야사로 전해져만 오던 논개는 조선 性理學인 義理志學의 정신으로 한사람은 군인으로 또 한사람은 열부로 몸을 불살랐던 정렬을 배우게 한다.

‘관자’의 9가지 망국병에
첫째로 국방을 게을리 할 때요
두 번째는 무차별 평화주의가 이길 때요,
세 번째는 쾌락주의가 세상에 만연할 때이며
네번째가 정치가 겉으로만 번드레한 억지에 휘말릴 때이며,
다섯 번째가 금권주의에 물들어 돈 많은 사람이 판을 칠 때이다.
여섯 번째는 사람들이 이념이 아니라 이해에 따라 도당을 꾸미고 파벌끼리 세력 다툼을 일삼게 될 때이고
일곱 번째는 위아래 할 것 없이 모두가 사치 풍조에 젖을 때이며
여덟 번째는 정실인사에 흐르고 감투를 끼리끼리 돌려가며 차지할 때이며
아홉 번째는 아랫사람이 윗사람에게 아첨을 일삼고 진실로부터 위정자의 눈을 가릴 때라고 했다.

전쟁은 오랜 백성의 시달림과 녹봉을 받고 사는 부패한 관리들이 병들고 파당 파벌로 내 닫는 정치 상황에서 여론과 언로가 막히면서 일어나는 극한적인 사회의 부패와 부조리에서 임꺽정, 홍길동 같은 기인들이 나오며 사이비 종교와 비기들이 난무한 것이 일반적인 통례다. ‘국운이 비색하여 섬나라 오랑캐의 침략을 받아 국가가 무너질 지경에 이르렀는데 지방의 수령이나 관군들은 죽기를 두려워하여 도망치기 일쑤니 어찌된 일인가. 신하로서 왕을 잔학한 왜적 앞에 내버려 둔단 말인가. 각 읍의 관군, 수령, 민중들이여, 무기를 들고 군량을 모으며 모두 분연히 일어설 때다. 구국을 위해 다 함께 목숨을 걸고 앞을 다투어 나설 줄로 믿는다.’ 고경명의 외침은 폐부를 찌르고 간담을 울리며 용기를 불어 넣은 이 간절한 호소에 호응한 의병들은 담양을 출발해 太仁을 거쳐 全州에 도착 金山전투로 향한다.

최경회는 중종27년(1532년)11월 23일 화순 삼천리에서 태어났다. 자는 선우,호는 일휴당, 또는 三溪이다.저 유명한 임진왜란 삼대첩의 주인공이다. 고려 최충의 16세손이며 해주 최씨이다. 부친에게 한학을 배웠고 조선의 8대 문장가인 쌍봉의 송천 양응정, 성리학자인 광산의 고봉 기대승에게 수학하여 1561년(명종16년)에 進士에 합격,1567년(명종22년) 文科에 급제 장원하였다. 성균관 전적, 사헌부 감찰관, 형조좌랑 등을 역임했다. 옥구, 장수, 무장현감을 거쳐 영암군수, 영해부사, 담양부사를 지냈다.

1592년(선조25년)에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고경명이 금산전투에서 패한 후 큰 아들 종우가 의병을 일으키자 능주에서 최경회가 전라우의병을 보성에서는 임계영을 중심으로 전라좌의병을 남원에서는 변사정을 주축으로 적기의병을 일으켰다. 모두가 고경명 휘하의 의병들이다. 노 선비 고경명의 백마의 피가 호남 의병운동에 불을 지펴 호남과 조선 땅이 고스란히 지켜졌던 것이다.

특히 후학들은 조선의 道統정맥을 따지면서, 기묘사림의 정암 조광조 이후 호남사상의 맥을 이은 文武를 이룬 구국대열에 앞장선 이분들을 손꼽는다. 조광조와 고경명, 남명, 조식 등이 이룩하려다 실패한 인도주의가 외세 침략이라는 국난을 당하여 그를 추종하며 따르는 유림과 제자들이 각지의 義兵을 규합하여 분연히 일어나 무장화로 외세침략에 대항하고 민족 주체성을 확립 하려했던 殺身成仁(살신성인)의 정신이라 아니할 수 없다.

최경회는 평택 임씨 1590년(선조23년) 12월17일에 모친상을 당하자 담양부사를 사임하고 귀향하여 상중에 있을 때였다. 1592년(선조25년) 4월에 임진왜란이 일어나자 큰형 경운과 둘째형 경진과 더불어 의병청인 지금의 고사정(화순읍 삼천리)에 있는 자리에 설치하고 여러 고을에 격문을 보내 3백여명의 의병을 조직하여 조카인 홍재에게 인솔하게 하여 의병장 고경명을 도와 그 휘하에서 싸우게 하였다.

금산성 싸움은 1592년(임진년 8월 20일) 유명한 무주대첩이다. 이때 잡은 적장의 품속에서 고려 공민왕이 그린 ‘청산백운도’가 나왔다. 적장이 지닌 칼은 당시 왜국에 있던 도장 모리미찌(성도)의 작품이라고 명인 되어 있는 언월도 이다. 전라 감사로 새로 부임한 권율은 최경회 의병군에게 무주 무풍방면으로 진격하여 왜군이 전라도를 침공하는 것을 방비하라는 명을 내린다. 최경회는 훈련중인 의병들을 정돈 진군하여 무주 남쪽에 있는 적상산성에 진을 쳤다. 경상우도 순찰사의 원병요청을 받은 최경회는 정병 5천명을 뽑아 남원, 운봉, 함양, 거창 등을 거쳐 화급을 고하자 진주성으로 향했다.

왜적은 10명의 장수가 거느린 2만 여명의 병력으로 10월3일 진주성을 포위했다. 당시 진주 목사는 김시민이다. 성내의 병력은 3천8백에 지나지 않았다. 최경회가 진주성 지원을 결정하자 일부에서는 湖南을 버리고 嶺南을 구하려 가는 일이 옳지 못함을 말하는 불만들이 있었다. 이 말에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냐, 호남도 우리 땅이요, 영남도 우리 땅인데 義로서 일어난 사람들이 어찌 영호남을 가린단 말인가!” 한마디로 일축하고 용의주도한 진군을 펼쳤다. 오늘날의 지역차별에 우리는 조상들 앞에 부끄럽다.

제1차 진주성 싸움은 임진년 10월10일부터 시작되었다. 김시민은 성문을 굳게 닫고 성중 노파들과 부녀자들까지 남장을 시켜 장정처럼 위장하였다.

전라 좌의병장 보성출신 임계영의 2천여명과 더불어 합세하였고 곽재우도 진주성 북쪽 비봉산에 진을 쳤다. 싸움은 5일 동안 계속되었고 적은 수많은 시체를 남기고 패주하고 말았다. 진주성 싸움은 壬辰倭亂의 3대첩이다. 이 싸움에서 적의 유탄을 맞은 김시민은 전사했으며 진주성 1차 싸움의 승첩을 듣고 경상감사 김성일이 달려와서 최경회의 전공을 치하하고 宣祖에게 최경회의 공을 상계하였다.

1차 진주성 싸움에서 승리를 거둔 최경회는 단성 안음에서 주둔하면서 적을 소탕하던 중 경상도의병장 김면이 성주성을 치자는 전갈을 받았다.

성주성은 왜장 가쓰라 모도쓰나(계원경)가 지키고 있었는데 김면은 8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공격하였으나 함락시키지 못했다.

최경회는 계영방면에서 공격을 하였으며 임계영은 고영방면에서 합세 하였다. 3차 성주성 싸움은 임진년도 저물어가는 12월7일에 시작되었다. 각처에서 모여든 의병이 연합전선으로 공략하자 적은 전의를 잃고 원군만을 기다리고 성문을 굳게 닫고 있었다. 왜군의 원군을 성주 성내로 들어가지 못하게 최경회의 첨병이 저지선을 굳게 지켜 어찌할 도리가 없던 적은 드디어 이듬해 1월15일 성을 버리고 패주하였다. 1953년 4월 조정에서는 최경회에 경상 우병상의로 임명되는 직함이 내려졌다.

제1차 진주성 싸움에서 패배한 왜군은 그 원한을 갚기 위해 무려 9만3천여명의 대병력을 동원하여 1953년(계사년)6월16일에 진주성을 겹겹이 포위했다. 전초전은 6월15일부터 함안을 점령하고 16일에는 반성을 점령한 뒤 18일에는 낙동강을 건너 의령 땅을 점령하기에 이르렀다.

진주성에는 의병장 나주의 김천일, 충청병사 황진, 복수의병장 고종후(고경명의 아들) 등의 장수와 진주성 사수를 결의한 경상우병사 최경회가 총지휘하는 의병과 관군을 합쳐 3천4백의 병력과 진주 주민들이 있었을 뿐이다. 왜군이 본격적인 총공격을 한 것은 6월22일 오전 10시경부터였다. 이날부터 8일 동안 피아간의 밤낮 없는 대 혈전이 계속되었다. 함양의 의병군과 상주의 明軍들이 이 血戰을 돕지 않는 가운데 장마로 퍼 부었다. 혈전분투 8일 진주성 최후의 날이 다가왔다. 생우피를 씌운 적의 귀갑차가 동문쪽 성벽밑에 접근하였다. 이날은 6월29일의 정오였다. 적은 귀갑차에서 기어 나와 성벽 밑의 초석을 빼기 시작했다. 성내에서는 바위를 굴러 내리고 불화살을 쏘아댔으나 생우피를 덮은 귀갑차는 타지 않았다. 온갖 방법을 동원해 사투를 계속한 이날 밤 줄기차게 내리는 비 때문에 동문 쪽이 무너져 내렸다. 적의 주력부대가 성벽을 타고 진입했다. 서문 쪽에서도 적이 들이 닥쳤다. 義兵과 官軍은 차츰 밀리기 시작했다. 화살도 다하고 칼과 창은 날이 무디어 떨어져 나갔다. 전투복을 벌겋게 선혈로 물들고 의병과 관군은 촉석루로 몰렸다. 긴급한 상황에 최경회에 성을 탈출하여 후일을 도모하자는 말을 하였다.

“나라의 두터운 은혜를 입어 이 城을 맡았으니 성이 없으면 나 또한 있을 수 없다” 이렇게 말한 최경회는 조카 홍우를 불러 홍우야 너는 꼭 살아남아 이 서찰을 청산백운도와 조를 네 아버님에게 전하라 내가 죽은 줄 알면 반드시 기병하실 것이니, 이것을 증표로 삼아라“ 홍우는 흐느끼며 숙부가 내리는 물건을 받아 말안장에 매달고 성을 빠져 나갔다. 최후의 시각이 다가온 것을 안 최경회는 김천일, 고종후와 함께 촉석루 망루에 올라가 장마로 칠 흙 같은 밤 피맺힌 목소리로 시를 한수 읊었다.




촉석루 삼장사는
잔을 들고 웃으며 강물을 가리키노라
강물은 도도히 흘러가니
저 물이 흐르는 한 혼은 죽지 않으리.
(矗石樓 三壯士 一杯 笑脂長江水 長江之水 流滔滔 不渴애魂不死)

시를 다 읊고 나서 북향사배를 하고 경상우도 병마절도 직인을 안고 남강에 뛰어 들었다.장수들과 수많은 의병들이 차례로 몸을 강물에 던졌다. 구국대의 명분을 안고 남강의 충혼이 되어 순절한 사나이 들이다.

의병장 고경명이 금산전투에서 8천여명이 전사한 뒤를 이어 남은 화순, 능주 동복 의병들인 의리의 고장 호남의병을 이끌던 정신적 지주 최경회 장군은 임진. 계사 2년간의 전투로 공을 세웠고 62세에 진주성을 사수하여 호남의 곡창과 민초들의 가녀림을 미연에 막으려다 순절한 文武를 겸한 애국의 화신이다.

선조는 7월 21일 진주성 모든 전사자에게 충절의 교서를 내리고 최경회를 “명장이라 칭하고 왜군이 두려워 하니, 가히 그 이름이 3국에 널리 떨쳤다 .7월에 이조판서 겸 대제학에 증직되고 진주 장열사에 향사케 하고, 좌찬성을 추서하고 한천면 모산리에 충혼을 기리게 하였다. 1747년(영조23년)에 조정의 특명으로 불조 포충사묘가 한천면 금전리에 건립되었다. 이 불조묘는 1963년 화순읍 다지리에 기념관이 지어져 이 고장에 관광의 명물이 되었으며 후손들도 자랑스러운 조상으로 뫼시게 되었다. 화순 고장에 오늘에도 장군출신들이 많은 것은 우연만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 이경재 선생은 한국교원대 대학원에서 역사와 철학을 전공하였고 향토문화연구와 한국문인협회, 시인협회 회원(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