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님, 할머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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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아버님, 할머님’ 감사합니다
동면 복림(福林)마을의 특별한 마을제사
  • 입력 : 2008. 04.09(수) 23:32
  • 안호걸 기자 hoahn01@hanmail.net
마을 어른들이 제를 올리고 있다
복림마을 주민 30여명은 8일 마을 유선각에 모여 ‘해주 오씨 할아버지 부부’와 ‘능성 구씨 할머니 부부’의 제사를 마을제사로 지냈다.
마을제사 제문

“글쎄요. 언제 적인지 잘 모르지요. 저희 할아버지의 할아버지가 그 할아버지에게 들은 이야기이니까 몇 백 년 전 일 일겁니다.” 동면 복림마을 임민열(72세) 이장의 말이다.

강남 간 제비가 돌아와 추녀 밑에 집을 짓는다는 삼월삼짇날이 오면 동면 복림마을에서는 아주 특별한 제사가 열린다. 언제 적부터 제사가 시작되었는지 아무도 모른다. 마을 어르신들도 정확한 년대를 아무도 모른다. 그저 수 백 년 전부터 전해왔고 계속해서 제사를 올린다는 것이다.

기록이 없어 정확한 년대를 알지 못하고, 세월이 너무 흘러 구전(口傳)의 정확성도 떨어져 정확한 년대와 구체적인 사실을 모르나 복림마을 제사의 연유는 이렇다. 수 백 년 전 복림마을에 살던 ‘해주 오씨 할아버지 부부’는 손이 없고 대를 잇지 못하게 되자 적지않은 전답을 마을에 기증하고 제사를 부탁하게 되었다.

이후 복림마을에서는 한 해도 빠지지 않고 삼월삼짇날이면 ‘해주 오씨 할아버지 부부’의 제사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시간과 세월이 흐르면 잊혀지고, 했던 약속도 지켜지기 힘든 것이 세상사인데 몇 백 년 동안 계속해서 동네제사를 이어온 것은 복림마을의 참으로 소중하고 자랑스러운 전통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십여년 전에는 ‘능성 구씨 할머니’도 먼저 할아버지를 여의고 혼자 남았을 때 마을 주민들이 할머니를 잘 보살펴주었고, 손이 없는 할머니는 집과 집터를 마을에 기증하였고 십여년 전부터는 ‘능성 구씨 할머니 부부’의 제사도 마을제사로 함께 지내고 있다. 현재 마을 유선각이 있고 주차장으로 쓰고 있는 곳을 구씨 할머니가 마을에 기증한 것이다.

마을을 위해 좋은 일을 하신 고인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올리고 이웃끼리 오순도순 정을 나누며 마을의 공동관심사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귀중한 시간을 갖는 것이다. 마을 주민 정만조씨는 “자신들의 조상 제사를 지내는 것도 귀찮아 꺼리는 요즘 좋은 본보기가 되는 우리 마을의 우수한 전통이자 자랑”이라고 말했다.

복림마을 주민들은 “두 내외분의 제사는 동네 사람들을 정으로 이어주는 끈이기 때문에 마을이 없어지지 않는 한 자랑스러운 전통으로 후대에 물려줄 것”이라고 말했다. 농촌이 무너지고 도시화 되어가는 시대에서 아직도 농촌공동체에서만 볼 수 있는 정서와 문화를 동면 복림마을에서 볼 수 있었다.
잘 차려진 복림마을 제사상

젯상이 두 개이다(오씨 할아버지 내외와 구씨 할머니 내외)

구씨 할머니가 기증한 유선각터와 주차장터

마을제사를 소개하는 정만조씨
안호걸 기자 hoahn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