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독립만세운동이 발발한지 89년째 되는 해이다.

1919년 3․1운동은 일본 지배 하 한국민족 최대 독립운동이었으며, 비폭력 평화적인 운동으로 세계 민족국가 해방운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인도의 유명한 시인 타고르가 한국을「동방의 빛」이라고 노래 한 것도 바로 3․1운동 때문이었다.

전남지역 만세운동은 타 지역보다 약간 늦은 3월 10일 광주운동 기점으로 전라도로 확산됐다. 전남지역 만세운동은 평안도, 경기도 등지에 비해 그리 격렬한 양상을 띠지는 않았지만 참여층은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기독 ․ 천도교인, 청년 ․ 학생 ․ 유생층으로 나타나며, 주동은 역시 농민층과 보통학교 학생층이었다.

화순에서의 3․1운동은 3월 13일 밤 발발했다. 3.1운동을 주도했던 민족대표 33인중 유일한 전남출신인 지강 양한묵이 생활했던 곳으로써 그의 영향을 받은 능주 도곡지방의 청장년들이 3월 10일 광주에서 독립만세운동이 전개되었다는 소식을 접하자 능주면 관영리 양회준(당시 23세)은 같이 시장에서 상업을 하는 김정열을 비롯하여 주재영 등 5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이날이 3월 13일 밤 9시경이었다. 이들은 독립만세를 소리높이 외쳤다.

3월의 밤하늘을 가르는 독립만세 소리 메아리도 채 가시기 전에 양회준은 일경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양회준은 모진 고문을 당했고 그해 4월 25일 광주지방법원에서 징역 6월의 형을 받았다. 그는 감옥에서도 일경에 반항 형기를 마치고 출감되었을 때는 시신이 되다시피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숨졌다.

3월 15일 남리 조국현(당시 24세)이 주동으로 연동서당의 학우였던 조경환, 조기현 등과 마을 주민 노 형규, 조병열, 김세태 등 수십 명이 화순면 연동에 있는 갱무산 마루에서 일으켰다. 남리 조국현은 품속에서 태극기를 꺼내 높이 올리고 독립만세를 목이 쉬도록 외쳤다. 갱무산의 만세소리는 퍼져갔다. 이에 호응하여 산 밑 마을들에서도 만세의 환호성이 울렸다. 읍내에 주재하고 있던 헌병들은 곧 출동하여 왔다. 남리 조국현은 일본 헌병들의 모습이 보이자 행여나 소중한 국기를 적에게 더럽힐세라 몸에 지니고 현장을 탈출했다. 조경환, 차성태, 조기현, 노형규, 조병열 등은 일헌에 붙들려 곤욕을 치러야 했다. 화순을 빠져나간 남리 조국현은 충청, 경기 등을 전전하며 갖은 고생을 겪었다.

동복지방에 만세운동이 번져든 것은 3월 20일이었다. 기미년 전해인 1918년 서당에서 한문을 배우다 일정이 세운 동복학교에 강제 입학한 오재인(당시 16세)을 비롯하여 오덕기(당시 17세), 오재효(당시 16세), 정창문(당시 14세), 오연복(당시 13세) 등은 만세운동이 전국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학교 뒤에서 이들은 모임을 갖고 장날인 20일 만세운동을 굳게 결의했다. 3월 20일 오전 학교를 빠져나온 이들은 천변리 시장으로 나갔다. 국상을 당한 슬픔이 덜 가신 때라 백립을 쓰고 흰 도포를 입은 노인들이 많았다. 이들은 군중을 헤치며 조선독립만세를 외쳤다. 삽시에 시장은 만세소리로 가득했고 노인도 아낙네도 만세의 물결에 휩쓸려 들었다. 화순 헌병 분대 동복 분견소에서는 시장을 덮치고 오재인, 오재효, 조성순 등은 붙잡히는 바람에 다른 자는 몸을 숨길 수 있었다. 3일 후 일본인 교장인 평전풍관이 분견소로 찾아와 용서를 호소하여 풀려났다.

화순지역에서 일어난 만세의 불길은 계속 번져 한천, 춘양, 청풍 등지에서도 기독교인들을 중심으로 한 산발적인 만세운동이 벌어졌고 횃불만세운동도 있었다. 3․1운동에 참여했던 노형규는 전협(全協) · 최익환(崔益煥) 등이 주도·조직한 조선독립대동단(朝鮮獨立大同團)에 가입하여 1920년 7월에는 조병렬(曺秉烈)·신유선(辛有善) 등과 함께 서울의 신덕영(申德永) 및 최양옥(崔養玉) 등과 연락해 가며 광주·화순·곡성·담양·보성 등지에서 임시정부의 자금 모집을 위한 활동을 폈다. 또한 동년 10월에도 여러 동지와 함께 대동단원(大同團員) 전협(全協)과 연락하면서 전남 각지에서 임시정부(臨時政府) 군자금 모금을 위하여 온 힘을 기울였으나 동년 11월 5일에 광주(光州)에서 일경에 피체되어 1921년 12월 13일 대구복심법원에서 징역 5년형 옥고를 치렀다.

화순 3․1독립만세운동은 우리고장의 역사다. 오늘의 대한민국이 이렇게 발전 된 것은 이 분들이 계셨기 때문이 아닌가. 삼일절은 단순히 공휴일, 쉬는 날이 아니다. 삼일절을 맞아 오늘 만이라도 태극기를 품에 안고 숨겨가며 독립만세운동을 외쳤던 3․1운동 선열들의 얼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오늘과 같은 대한민국 발전이 순국선열의 희생과 공훈으로 이룩되었음을 잊지 않고 길이 계승되어지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광주지방보훈청 단체팀장 이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