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지방보훈청 이현구 팀장

국가보훈처 ․ 광복회 · 독립기념관과 공동으로 3·1운동 민족대표인 양한묵(梁漢黙, 18 62. 4. 29~1919.5.16)선생을 무자년 새해 1월의 독립운동가로 선정했다.

정부에서 새해 1월에 3․1독립만세운동 민족대표 33인 중 유일한 전남출신인 선생을 이달의 독립운동가로 선정, 발표하고 홍보되니 우리지역에서는 얼마나 반가운 일이 아니겠는가.

비록 해남군 옥천면에서 태어나셨지만 결혼 후 능주에서 생활하신 양한묵 선생은 독립운동가 이준 등과 함께 헌정연구회를 조직하였고 서울에 천도교 중앙총부를 결성하여 법도사 · 직무도사 등으로 활약하였다. 3·1운동 때 민족대표 33인 중 한 사람으로 체포되어 옥중 순국하셨다.

본관은 제주(濟州), 자는 길중(吉仲), 호는 지강(芝江)이다. 1894년(고종31) 탁지부(度支部) 주사(主事)로 능주(綾州)에서 세무관리로 있다가 1897년(광무 1) 관직에서 물러나 중국 북경 등 을 유람, 견문을 넓혔다.

선생은 1902년 일본 나라[奈良]에서 그 곳에 망명 차 와 있던 손병희(孫秉熙), 권동진(權東鎭), 오세창(吳世昌) 등의 권유와 천거로 동학(東學)에 입교하였다. 1905년 귀국해 친일파로 변절한 이용구에 대항하기 위해 윤효정, 이준 등과 함께 헌정연구회를 조직해 입헌군주제와 관련된 계몽운동을 전개했으며 '헌정요의'등을 저술해 '황성신문'에 연재하기도 했다.

1906년 손병희 · 권동진 등과 서울에 천도교 중앙총부를 결성하고, 집강진리과장(執綱眞理課長) · 우봉도(右奉道)가 되었으며, 1909년 법도사(法道師)를 거쳐 11년에는 직무도사(職務道師)가 되어 서울에 교리강습소를 개설하였다.

선생은 1919년 3월1일 인사동 태화관에서 손병희 등과 함께 민족대표로 참석해 독립선언서를 낭독한 뒤 경찰에 체포돼 5월16일 서대문감옥에서 옥중 순국했으며 이에 정부는 그의 공훈을 기리기 위해 1962년 건국훈장 대통령장을 추서했다.

선생의 집안은 문헌 등에 의하면 그의 10대조 할아버지 때 화순 능주에서 해남으로 이거해 생활하다가 선생나이 19세 때 다시 능주로 이거했다고 한다. 사회적으로 선생의 집안은 문과 급제자를 다수 배출한 양반의 명문가였고, 그의 조부 제하(濟河)도 영암 양사재의 분관을 운영할 정도의 재산을 갖고 상당한 노비를 거느리는 여유 있는 집안이었다고 한다.

그의 모친 낭주 최씨는 그녀의 나이 19세 때인 1857년에 가족과 상의하여 부리고 있던 집안 노비를 해방시켜주었다고 하며, 농민항쟁이 물밀 듯이 일어났던 당시에 이것으로 인해 농민과 노비들로부터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다고 한다. 선생은 19세에 풍산 홍씨와 결혼하여 나주군 산포면 송촌으로 이주하였다. 이후 능주목 오도면 율치(현재의 화순군 북면 율치리)로 이거하여 학생을 교육, 생활하면서 우주의 근본과 인간의 본질에 관심은 더욱 깊어졌으며, 당시 사회에 만연된 부패 원인에도 생각을 많이 갖게 했다.

선생은 좀더 넓은 세계와 인심의 동향을 알기 위해 결혼 1년 남짓하여 사랑하는 부인을 뒤로 하고 전국 유랑의 길을 떠났다. 그러던 중 모친상으로 고향으로 돌아와 3년상을 치른 후 무등산 증심사, 계룡산 등지에서 30살이 되도록 유람생활을 했다.


동학농민운동이 일어난 1894년 선생은 능주의 고향에 머무르고 있으면서, 당시 능주에는 남원대도소 김개남 휘하의 동학농민군이 진출하여 자금과 식량을 마련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었다. 또 전투의 막바지에는 전라남도의 장흥, 보성 등지에서 활동하던 동학농민군의 다수 체포되어 능주목으로 압송되어 왔다. 이 때 선생은 사형을 당하게 된 무수한 동학농민군을 구출하였다고 한다. 자세한 상황을 파악할 수 없지만, 당시 선생의 활동은 능주목사 조존두(趙存斗)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던 것으로 보인다.

1895년말 탁지부 대신 어윤중의 도움으로 9품직인 탁지부 주사에 임명되었다. 고향 능주에서 세무관리로 있으면서 동학농민전쟁, 일제 간섭에 의한 농민들의 학살, 특권층에 의한 외세와의 결탁 등이 선생으로 하여금 지방의 말단 관리라는 자신의 처지에 대해 회의를 느껴 1897년 관직을 그만두고 구국의 대열에 발을 들여 놓게 된 것이다.

옥중 순국 후 선생의 유해는 서울 수유리에 안장 됐다가 3년 후에 1921년 화순읍 앵남 산자락으로 모시었다. 선생을 기리는 현충시설로는 화순읍 남산공원에 “삼일민족대표 양한묵선생 추모비”(1965.8월 화순군수 건립), 해남군 옥천면에 “지강 양한묵선생 순국비”가 건립(1992년. 유족 건립)되어 있다.

이처럼 유일한 우리지역 출신으로써 33인 민족대표이시고 조국독립을 위해 큰일을 하신 순국선열께 기념할 만한 시설물이 겨우 추모(순국)비 밖에 없다니 안타깝다.

오늘의 한국을 있게 한 선생의 업적이 우리고장에서조차도 빛을 못 보고 있으니 실로 부끄럽다. 바라건대 지역적인 차원에서 기념사업을 통해 자라나는 학생과 차세대에게 독립정신의 교훈을 심어주고 선생의 발자취가 영원히 기려지기를 기대해 본다.

(광주지방보훈청 단체팀장 이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