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은 지난해 6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퇴직공무원과 배우자 24명의 유럽여행경비를 지급했다. 이들은 프랑스와 스위스, 이탈리아 등으로 9박10일간 해외여행을 다녀왔다(사진 베니스).

퇴직을 앞둔 공무원과 배우자에게 수천만원의 군비를 들여 유럽 등으로 해외여행을 보내는 것이 적정한가에 대한 시비가 일고 있다. 화순군은 매년 퇴직을 앞둔 공무원과 배우자를 위해 '퇴직공무원산업시찰‘이라는 명목으로 예산을 편성, 해외여행경비를 지급했다.

퇴직공무원 해외여행경비는 2005년도까지는 1인당 100만원씩의 예산이 편성됐다. 물론 더 많은 예산을 승인해 달라는 집행부의 요구가 계속 있었지만 “퇴직할 공무원들을 예우하기 위해 수천만원의 예산을 지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회의 제지에 부딪혀 많은 예산을 편성하지는 못했다.

2005년도에 퇴직한 공무원은 15명, 이들의 배우자 등 30명은 1인당 98만원씩 2천940만원을 화순군으로 부터 지급받아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동남아 5박6일 일정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그러나 화순군은 지난해부터 그동안 집행됐던 예산의 두배가 넘는 1인당 250만원의 예산을 퇴직공무원 해외여행경비로 편성했다. 예산이 두배가 넘게 책정되다보니 여행장소도 동남아에서 유럽으로, 일정도 5박6일에서 9박10일로 늘어났다.

지난해 퇴직한 공무원은 12명으로 배우자를 포함한 24명에게 총6천만원의 예산이 지원했으며 이들은 1인당 18만원에서 20만원의 경비만을 부담하고 9박10일 일정으로 프랑스와 스위스, 이탈리아, 오스트리아, 독일, 바티칸, 체코 폴란드 등 유럽을 돌며 파리와 밀라노, 베니스와 피렌체 등 유명관광지를 둘러봤다.

올해 퇴직예정공무원은 15명, 화순군은 이들의 해외여행을 위해 1인당 250만원씩 7천5백만원의 예산을 편성했다. 이에 대해 주민들은 화순군이 퇴직공무원에 대한 산업시찰 예산의 집행방향을 바꿔야한다고 지적한다.

주민 이모(일심리)씨는 “관례를 핑계로 산업시찰로 편성된 예산을 해외여행경비로 사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주민들의 혈세를 공직을 떠나는 공무원들의 해외여행을 위해 쓰는 것보다는 많게는 수십년간 화순의 발전을 위해 일할 공무원의 연수비 등으로 사용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퇴직공무원 산업시찰 등 선심성 예산은 우선 삭감하겠다던 의회가 이를 그대로 승인한데 대해서도 아쉽다는 지적이다. 의회는 제145회 임시회 총무위원회에서 정형찬 의원이 “퇴직공무원의 산업시찰이 관례냐”고 물었고 주무과장이 “산업시찰은 퇴직공무원에 대한 마지막 배려차원의 예산”이라고 답하자 더이상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지난해부터 1인당 100만원씩의 예산이 더 편성됨으로써 퇴직공무원과 배우자들이 동남아 5박6일에서 유럽 9박10일 일정으로 해외여행을 다녀오게 됐다는 설명은 없었다.

이에 대해 주민 김모(대리)씨는 “선심성예산 우선삭감 운운했던 의회가 퇴직공무원들의 해외여행경비에 대해 아무런 문제제기도 없이 승인한 배경이 궁금하다”며 “집행부도 ‘퇴직공무원산업시찰’ 항목을 ‘퇴직공무원 해외여행경비’로 바꿔 주민들과 의회가 예산의 사용처를 보다 명확히 알 수 있도록 하는 등 투명한 예산집행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