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천면 가암리 일원에 조성 중인 화순군농어촌폐기물종합처리시설 조감도.

‘화순군폐기물처리시설실치촉진 및 주변지역지원등에관한조례 개정조례안(이하 폐촉법)’이 의회를 통과하면서 화순군농어촌폐기물종합처리시설 조성사업이 원할하게 추진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한천폐기물처리시설 총 사업비는 224억원, 이중 31%인 69억원이 폐기물처리시설로 인한 피해를 주장하는 지역주민들을 위한 주민사업비로 집행된다.

한천폐기물처리시설 총 조성면적 42,810㎡

화순군은 현재 50%이상의 공정이 진행 중인 한천 폐기물처리시설 조성사업의 원할한 추진을 위해 화순군의회에 폐촉법 개정조례안을 제출, 2일 의회의 승인을 받았다.

개정전 폐촉법은 조성면적이 3만㎡ 이상인 매립시설이나 1일 처리능력이 30톤 이상인 소각시설에 대해 적용토록 돼 있지만 군은 매립시설 조성면적은 5만㎡이상으로, 1일 처리능력은 50톤으로 적용범위를 늘렸다.

한천면 가암리 일원에 조성되는 폐기물처리시설은 매립장과 침출수처리시설, 내부도로를 포함 28,650㎡, 여기에 소각과 재활용시설, 임도면적을 포함할 경우 조성면적은 42,810㎡가 된다. 군은 매립시설에 대한 28,650㎡를 조성면적으로 보고 폐기물관리법을 적용, 사업을 추진해 왔다.

폐촉법인가 폐기물관리법인가

한천폐기물처리시설 공사가 가시화되자 한천면 가암리 주민을 중심으로 구성된 반대대책위원회는 광주지방법원에 전라남도를 상대로 ‘화순군농촌폐기물종합처리시설 설치승인 무효소송’을 냈고, 지난해 3월 23일 패소했다. “폐기물관리법을 적용한 것은 행정절차상 하자지만 무효사유는 아니고 취소사유”라는 이유로 원고기각판결을 받은 것이다.

그러자 주민들은 이에 불복, 항소했고 2심 재판부는 “폐기물관리법을 적용한 것은 행정절차상 중대한 하자로 위법임으로 설치승인은 무효”라며 1심 판결을 뒤집고 주민들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소송이 진행되면서 한천폐기물처리시설 공정이 50%이상 진행된데다 이미 47억8천여만의 예산이 집행됐기 때문에 화순군으로서는 공사를 중단할래야 중단할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 해당지역주민들에게도 공동소득사업과 가구별지원 등 주민지원사업비로 14억원이 집행됐다. 능주한천위생매립장과 동복위생매립장도 오는 6월이면 포화상태에 이르러 더 이상 사용할 수 없다.

폐촉법 적용해 다시 시작하면 쓰레기대란 자명

화순군이 2심판결을 인정하고 폐촉법을 적용해 사업을 추진하려면 입지선정위원회를 구성, 입지선정절차부터 다시 밟아야 하기 때문에 준공시기를 장담할 수 없다. 보상범위에 들어가는 마을만도 8개로 늘어 민원의 소지도 지금보다 훨씬 높아진다. 한천면과 가암리 주민들과의 협약도 원점에서 다시 추진해야 한다.

현재 군은 한천면에 18억원, 가암리에 30억원 등 48억원을 주민지원사업비로 지원키로 했는데 당초 보상범위에 들어있지 않던 화순읍 감도리 주민들도 피해를 주장하며 보상비를 요구하고 있다. 군은 감도리에 21억원의 주민지원사업비를 지원키로 잠정결정했지만 주민들은 35억원의 보상비를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폐촉법개정으로 법적인 하자 보완

화순군은 이런 상황에서 폐촉법을 적용해 원점에서 사업을 다시 추진하면 쓰레기 대란은 물론 더 많은 민원이 발생할 것을 우려, 당초대로 폐기물관리법에 의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폐촉법을 개정한 것이다.

이 경우 2심 패소의 결정적 원인이 됐던 법적인 하자를 보완하는 것이 되고 전라남도에 한천면 가암리 일원에 대한 ‘설치승인 재인가’를 받음으로써 별도의 입지선정절차를 거칠 필요없이 폐기물처리시설을 당초계획대로 오는 6월까지 완공시킬 수 있다는 계산이다.

군은 현재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면서 반대대책위와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주민들을 설득하는 한편 전남도에 한천폐기물처리시설에 대한 설치승인 재인가 등 행정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다.

군 전체의 이익을 위해 함께 가려는 노력과 자세 필요

물론 다수를 위해 소수에게 무조건적인 희생을 강요할 수는 없다. 그러나 다수를 위한 공익사업에 소수의 희생이 불가피하다면 소수는 다수를 위해 조금 양보하고 다수는 소수의 아픔을 이해하면서 다독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폐촉법을 적용해야하는 줄 알면서도 ‘사업의 원할한 추진’이라는 명목으로 이를 무시한 처사도 간과해서는 안된다.

화순군도 과정상의 잘못에 대해서는 주민들에게 솔직하게 인정하고 사과해야 한다. 폐촉법 개정조례안의 의회통과와 관련 군수실을 점거하면서까지 농성을 벌였던 한천면 가암리와 화순읍 감도리 등 해당지역 주민들을 설득하기 위해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함은 물론이다.

아울러 화순군전체를 위해 과연 어느 것이 옳은지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사태를 바라보려는 해당지역주민들의 냉철한 시각도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