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소마을에서 멀리 내다보이는 눈이 덮여 있는 산이 블랙스톤 골프장이 들어설 자리다.

“골프장이 들어서면 우리는 물이 없어 못살고 물이 넘쳐 죽습니다. 골프장 때문에 조상대대로 살아온 마을을 떠나야 할지도 모르는데 정작 화순군이나 골프장 측에서는 피해예상범위에도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골프장요? 절대로 안됩니다!”

가칭 블랙스톤 골프장이 들어서는 인근에 위치한 농소마을 주민들은 요즘 모이기만 골프장 얘기다.

농소마을 주민들은 몇년전부터 마을 인근 천운산에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말을 들어왔지만 그동안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말은 잊을만하면 나왔다가 슬그머니 사라져 왔다. 지난여름 천운산에 골프장이 들어서다는 말이 들리자 주민들은 이번에도 그러려니 생각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 환경평가를 한다는 말이 들리더니 급기야 주민설명회까지 열렸다. 하지만 주민설명회나 사전환경성검토에 가장 많은 피해가 예상되는 농소마을과 신운마을은 제외됐다.

마을 주민들은 골프장에서 사용하는 농약으로 인한 농작물과 식수 등 수질오염보다 수해를 더 걱정한다.

농소와 신운마을에서 수십년넘게 산 주민들은 20여년전에 일어났던 물난리를 또렷이 기억한다. 당시 천운산에 산불이 일어나 10만평정도의 임야가 불탔다.

김준호 농소마을이장은 “산불이 난 이듬해 여름, 조상대대로 마을을 지켜오던 당산나무 서너그루가 뿌리채 뽑히고 집도 두어채 떠내려가는 등 마을에 큰 물난리가 났다”며 “천운산의 나무들이 불타 없어지면서 물이 지하로 스며들지 못해 생긴 일” 이라고 설명했다.

그런데 마을에 물난리가 나게 했던 그 산에 30여만평 면적의 나무가 베어지고 골프장이 들어선다는 것이다. 20여년전의 물난리를 또렷이 기억하는 주민들은 골프장이 들어서면 옛날같이 물난리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공포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김준호 이장은 “당시에는 지금같은 국지성 폭우나 집중호우도 없었는데 그런 일이 생겼다”며 “지금은 기상이변으로 한번에 몇백미리씩의 비가 쏟아지는 집중호우가 다반사로 일어나고 천운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도 마을 중앙을 가로지르는 하천 하나 뿐이어서 천운산의 나무가 베어진다면 마을에 물난리가 날 것은 뻔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마을주민들이 넉넉하게 쓸 수 있는 정도로 물이 많은 것도 아니어서 가뭄이라도 들면 작물이 타죽어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실정”이라며 “골프장이 들어서면 물이 부족해 농사도 짓지 못하는 등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잃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김 이장은 “농소마을은 골프장이 생김으로써 일어날 수 있는 모든 피해를 고스란히 받을 수 밖에 없는 곳인데 골프장 측이 가장 많은 피해가 예상되는 농소마을은 사전환경성검토에서 제외시켰다”며 "주민들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골프장은 절대로 안된다"고 강조했다.

또 화순군과 사업자측에 이 사실을 알리고 대책을 요구했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답변이 없다며 주민들이 입을 피해를 알고도 모른척하는 화순군과 골프장사업자 측을 비난했다.

김준호 이장은 화순군이 '사업자가 인허가를 신청하면 적법한 절차에 따라 행정절차만을 밟으면 된다‘면서 “몇푼 세수입만을 위해 주민들은 죽든 살든 모른척하고 있다“며 비난했다.

농소 인근 신운마을주민들 역시 천운산에서 내려오는 물줄기 때문에 해마다 침수가 되풀이되고 있는데 골프장이 들어서면 피해는 더 심각해 질 것이라며 골프장 조성에 반대하고 있다.

농소마을 주민 등은 사업자 측이 농소와 신운마을을 사전환경성영향검토용역에 반영시키고 농약과 수해 등 주민들이 입는 각종 피해에 대한 보상을 해 주기를 바라고 있다.

또 화순군수가 이를 보장하겠다는 보장각서를 주민들에게 써 줘야 한다며 이런 요구가 반영되지 않는 상황에서의 주민설명회는 의미가 없다고 말해 2차 설명회도 무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2차 주민설명회는 오는 10일 오전 10시 동면 복지회관 2층회의실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