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읍에 사는 이모씨는 4일 새벽 두시경, 갑자기 전기가 들어오지 않아 캄캄한 방에서 추위에 떨어야 했다.
보일러가 멈춰버린 것은 물론 난로도 켤 수 없었다.
그리고 전화도 불통이었다. 전기를 이용하는 무선전화기였기 때문 이었다.
이씨는 어쩔수 없이 밖으로 나와 공중전화를 찾아 어렵게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에 신고했다.
그러나 출동한 한전직원은 “집안에서 일어난 전기고장은 수리를 할 수 없다.""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돌아가면서 전기공사설비 업체에 연락해 수리를 하도록 하라는 것이었다.
결국 이씨는 다음 날 오전9시경 전업사가 문을 열때까지 추위에 떨 수 밖에 없었다.
옥내 전기 설비는 손대지 않는다는 한전의 내부 규정 때문이었다.
전기를 사용하는 일반 주민들은 한전의 규정 때문에 밤이나 새벽의 옥내 전기 고장에는 속수무책이다.
누전으로 생길 수 있는 화재 등의 책임을 피하기 위한 한전의 규정이 전기를 사용하는 주민들에게 불편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이씨는 꼬박꼬박 전기료를 내고 있는데 막상 전기공급이 안돼 연락을 하니 고쳐주지 않고, 전기설비업자를 찾아 수리 받으라고만 하는 것은 회사 이익을 위한 편의주의적 제도라고 불평했다.
이에 대해 한상선 한전 화순지점장은 “한전은 전기가 각 가정이나 사업체에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할 뿐 이미 공급된 전기를 사용하면서 생긴 고장에 대해선 책임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한전은 전기선로를 통해 각 가정이나 사업체에 설치된 계량기까지 전기가 제대로 공급될 수 있도록 관리하고 이 과정에서 일어난 고장에 대해 수리를 하지만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고 있는 상황에서 일어난 고장에 대해서는 사용자가 책임을 져야한다는 것이다.
한 지점장은 한전에서 건물내부에서 일어난 고장을 수리했다가 차후 누전이나 화재 등이 일어났을 경우 사용자가 한전에 원인과 책임을 묻는 등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미리 막기 위해 한전과 사용자간의 책임한계선을 정하고 한전은 사용자의 책임부분에 대해선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한전에서 사용자에게 수리를 받을 수 있는 전기설비업체를 알려 줄 수도 있겠지만 이런 경우 특정업체에 대한 특혜시비 우려가 있을 뿐 아니라 사용자간의 분쟁이 생겼을 때 한전에 항의를 하기 때문에 설비업체의 연락처도 알려주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전기설비업체가 한전의 예하기관이 아니기 때문에 한전에서 업체에 어느 곳의 고장을 수리해 주라고 요구할 수도 없는 실정이라고 말한다.
결국 한밤중 전기고장으로 인한 불편은 고스란히 사용자의 몫인 셈이다.
야간 전기고장으로 인한 주민 불편 해소를 위해 한전의 야간 서비스체계가 바뀌어야 하고 지역 설비업체를 중심으로 당번 업체를 정하는 등의 적극적인 개선책이 절실하고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