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안에 차오른 물로 방바닥이 꺼지고 천장이 내려앉은 최형채씨집

태풍 '메기'로 입은 피해 복구를 위해 하루 1,000여명씩의 인원이 지원 되는 등 각계에서 지원의 손길이 답지하고 있다.
그러나 화순군내 한켠에선 피해를 입고도 지원의 손길도 받지 못한 채 힘겹게 복구를 위해 애쓰고 있는 주민들이 있어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화순군 동면 신운리에 살고있는 최형채(66)씨는 지난 18일 저녁을 생각하면 아직도 몸서리가 쳐진다고 회상한다.
갑자기 들이닥친 물이 순식간에 집을 집어삼키고 말았다.
허리까지 차오른 물을 헤치고 부인과 함께 집 밖으로 대피했다.
다음날 아침 돌아온 집은 온통 쑥대밭이었다.
집안에 들이닥친 물로 가재도구며 가전 제품등이 모두 젖었고 창고에 쌓아둔 쌀 3가마와 아직 방아를 찧지 않은 벼 4가마가 고스란히 물에 떠내려 갔다.
창고에 쌓아둔 연탄 3,000여장도 물에 젖어 쓸 수 없게 돼 전부 버려야 했다.

하지만 최형채씨를 더 마음 아프게 하는 건 수해로 입은 피해보다 군청과 면 사무소의 미루기식 행정이었다.
면사무소에선 군청으로, 군청에선 다른 부서로 책임을 미루는 통에 연락한 곳만도 10여군데, 관공서의 도움을 받길 포기했다고 불평한다.
농협직원 2명이 나와 하룻동안 도운것과 적십자에서 준 구호품 한 박스가 지원받은 전부다.

신운리에서 주택이 침수된 곳은 모두 16가구. 그러나 군에서 직원 2명이 나와 피해조사를 한 것외엔 다른 가구들도 다른 지원을 받지 못했다.
엉망이된 집을 치우는데 일손이 없어 일당을 주고 사람을 쓰고, 물이 들어간 가전제품과 보일러 등은 사용하지 못하고 버렸거나 수리를 기다리고 있지만 엄두를 못내고 있다.

많은 비가 내리자 혼자 계신 어머니가 걱정돼 벌교에서 달려온 아들의 도움으로 대피했다는 김의순 할머니의 사정은 더욱 안타깝게 한다.

집안에 가득 찬 물때문에 냉장고며 세탁기 등 가전제품도 수리기사를 불러 고치고 보일러도 쓸 수 없게 돼 새로 놓아야 했다.
다른 곳에 비하면 이정도는 괜찮다며 취재를 사양하는 아들옆에서 이런일로 자식들에게 부담을 줘서 미안하다며 언뜻 스치는 김할머니의 눈물이 마음을 아프게 했다.
더 많은 물적 인적 피해를 입은 곳도 있지만 피해가 적다고 수해로 인한 고통이 없고, 지원이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지원에서 제외된채 복구를 위해 애쓰는 지역의 주민들을 한번쯤 돌아보는 배려가 아쉽다.
수해를 입었지만 복구지원에서 소외된 신운리 주민들에겐 그 어떤 것보다 지역민들의 따뜻한 위로와 관심이 절실히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