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의 날이 있는 5월 화순에 의로운 행동으로 읍·면 인들의 귀감이 된 의인을 소개하고자 한다.

오늘 소개할 성암 정재열 선생은 화순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며 빈부귀천을 탓하지 않고 궁핍한 사람에게는 무료로 진료하고 위급한 환자에게는 때와 상황을 가리지 않고 달려와 진료하는 등 화순읍인들을 위해 10여 년 동안 정성을 다해 치료하였다. 이에 화순읍인들이 선생 75세 되던 해 서기 1936년 병자년 9월에 그 성의를 살펴 천영진이 글을 짓고 김남현이 글을 써 공의 명덕을 비에 새겨 후세에 전하고자 기념비를 세우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이 기념비는 화순 제일 중학교 교정에 자리 잡고 있으며, 그의 후손인 봉산 정재경 선생과 2020년 5월 15일 스승의 날을 맞이한 화순제일중학교 학생, 학부모, 교직원 일동이 성암 선생의 덕을 기리고 본받고자 우리글로 요약 게시하였다.

「스승을 날을 맞이한 5월 1936년 일제 강점기로 온 나라가 핍박받는 와중에도 어렵고 힘든 환자를 위해 정성을 다해 치료에 앞장선 ‘성암 정재열 선생’ 그분의 의로운 행동을 본받고 스승이라는 것의 참 의미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로 삼길 바란다.」



＜碑 文＞
富而施易貧而施難貧而好施
者惟今之惺巖翁乎翁奉化人也
業醫所我邑邑人有疾視之如己
疾診之必虔付藥料價必廉於他
患者窮甚以無料給藥躬行察之不禪寒暑或風雨深夜叩門叫急不以衰老
辭卽起應之惟恐不及又或途中見流乞者者負痛必帶來施療凡對症也光
貧富貴賤親切勤誠有若弟兄相救積屢十年行之如一日盖其本意以濟人
爲要而己奚暇念及於自家事乎貧其固然哉翁之年今七十有五矣邑人感
其誠意而惜其老謀所以壽傳其名德也爭捐聚合得一片琢以書之屬余記
余於翁朝夕相從善知其實行故不憚不文而記
昭和十一年丙子九月日
千榮珍 記 金南鉉 書

우리나라는 자고(自古)로 예의지국(禮意之國)인 바 상조정신(相助精神)이 투철한 국민이라 부(富)하면 베풀기 쉽고 빈(貧)하면 베풀기 어려운 일인데 빈(貧)하면서 베풀기를 좋아하는 분은 오직 금세(今世)에 성암정옹(惺巖鄭翁)이라.
정옹(鄭翁)의 관(貫)은 봉화(奉化)이시니 한의업(漢醫業)을 우리 화순읍(和順邑)에 경영(經營)할때 읍인(邑人)의 유질(有疾)에 내 몸같이 여겨 진료(診療)하심에 반드시 지성(至誠)을 다하여 약(藥)을 쓰면서 약값은 필(必)히 타환자(他患者)보다 염가하고 심(甚)히 궁(窮)한 분은 무료(無料)로 급약(給藥)하여 몸소 완치(完治)를 살피셨고 또한 엄동설한과 삼복더위와 폭풍우가 몰아치는 깊은 밤중이라도 문을 두드려 위급을 부르지르면 늙고 쇠한 몸으로서 곧 일어나 병(病)을 보아 주셨으니 오직 공의 성심(誠心)을 따르기 어려움이라 또한 혹(或) 출외(出外)도중 심(甚)한 유병걸인(有炳乞人)을 보면 필(必)히 다려와서 치료(治療)하여 보내셨다.
공(公)은 빈(貧)과 부(富)와 귀(貴)와 천(賤)을 탓하지 않고 근성(勤誠)으로 친절(親切)히 진료(診療)함을 동생과 형같이 서로 구(救)하여 덕(德)을 쌓으신 지 10여년(余年)을 한결같이 하셨으니 대개 그 본의(本意)가 의술로 제인(濟人)하는 은덕(隱德)의 요점(要点)이 되는 것이요.
어찌 이 일이 가사(家事)에 미침을 생각치 않으랴. 그 고연(固然)하신 높은 뜻은 안빈락도(安貧樂道)라 말하리라.
공(公)의 연령(年齡)이 이제 75세가 되심에 우리 화순읍인(和順邑人)들이 그 성의(誠意)를 살펴 노옹(老翁)을 중시(重視)하여 영원(永遠)토록 명덕(名德)을 새겨 전(傳)코져 함에 본읍주민(本邑住民)들이 서로 앞 다투어 연금(捐金)함을 취합하여 물흐르는 한곳에 성암정옹(惺巖鄭翁)의 제중기념비(濟衆紀念碑)를 읍인(邑人)들이 세우려고 나에게 기록(記錄)을 하라 하니 공(公)과 나는 조석상종하여 그 실행(實行)을 잘 아는 고로 글을 못하나 꺼리지 못하고 응(應)하여 기록(記錄)하노라.
소화11년 병자 9월 일(서기1936년)
천영진(千榮珍) 글을 짓고 김남현(金南鉉) 글을 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