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내내 농협의 존재 이유로 농민을 꼽아오며, 한평생 농민을 위해 온몸을 내던지다시피 해온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이젠 국민의 품으로 돌아간다.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은 16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소재 농협중앙회에서 퇴임행사를 대신한 고별강연을 열었다. 강연은 김 회장의 당부에 의해 조용하고 소박하게 진행된 것으로 전해진다.

강연에서 김 회장은 “농협 임직원들은 정부, 국회와 함께 대한민국 농업을 견인하는 동시에 농업인들로부터 가장 사랑받을 수 있는 행복한 분들”이라며 “그동안 이끌어온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을 향해 더욱 매진해달라”고 마지막 당부를 전했다.

또한 “이제 농협중앙회장직을 떠나지만, 농업인을 향한 희생과 열정으로 남은 인생을 농업인들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날 진행된 강연이 여타 화려한 퇴임식 대신 소박하게 진행된 데는, 김 회장 특유의 검소한 성품과 평소 그가 가진 농업인들을 향한 철학과 농협 임직원들에 대한 애정이 깊게 녹아있다는 평이다.

◇ 전문 농업 경영인…농가 소득 5천만 달성의 꿈
전남 나주에서 태어나 1978년 농협 직원으로 입사한 후, 2016년 23대 농협중앙회 회장으로 취임했던 김병원 회장은 첫 호남출신 중앙회장으로서 4년을 8년처럼 일하겠다는 각오와 함께 임기를 시작했다.

임기 시작 당시만 해도 정체됐던 농가소득을 40년 동안 농민과 함께하며 농민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모델을 만들어 사상 최초로 4207만원까지 끌어 올렸으며, 16년 상반기 기준으로 약 1,379억의 적자를 내던 농협을 1조 원 가량의 수익을 내는 흑자 기업을 탈바꿈 시키며 전문 농업 경영인으로서의 진가를 발휘했다. 이외에도 지난 10월엔 ‘협동조합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로치데일 공정개척자상을 수상하며 협동조합의 정체성을 회복한 공을 인정받았다.

◇ 농협 중앙회장의 ‘흑역사’ 종결
또한 김 회장은 역대 선출 중앙회장들 대부분 구속 수사를 받거나 검찰 수사를 받는 등, 이른바 농협중앙회장 ‘흑역사’의 고리를 끊었다는 것에도 높은 평가를 받는다.

그간 농협중앙회장 직은 농업 대통령이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권한과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른 결과 대부분 끝이 좋지 않았다. 전임 4명 가운데 최원병 전 회장을 제외한 3명이 모두 비자금 조성 및 횡령 등의 혐의로 실형을 선고 받으며 임기를 마치지 못했는데, 최 전 회장 역시 검찰 수사를 받으며 포토라인에 서며 최측근이 실형을 선고 받는 등 법의 칼날을 완전히 피해가지는 못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앙회장으로서 사법적으로나 도덕적으로 큰 흠결 없이 회장직을 수행해낸 김병원 회장은, 건전하고 전문적인 경영으로 인한 개혁과 변화의 성과를 이끌어낸 것에 대해 높은 신임을 얻고 있다는 게 농협 안팎의 평이다.

관련하여 농협 측 관계자는 “김병원 회장과 대화를 나누면 농민에 대한 끝없는 열망과 진정성에 숙연한 마음까지 든다”며 “퇴임 후 새로운 도전 역시 열정과 진정성으로 가득하리라 믿는다"고 밝혔다.

한편 김 회장은 같은 날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총선 나주·화순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더불어민주당의 전남 나주·화순 지역구에 공천을 신청하고 내년 4월 총선을 위한 경선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