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일 화순문화원 원장

추석(秋夕)은 중추가절(仲秋佳節)이면서 천고마비(天高馬肥)에 등화가친(燈火可親)이니 독서계절(讀書季節)이라, 아침저녁으로 불어오는 선선한 바람과 청명(淸明)한 푸른 하늘색은 가을이 깊어가고 있음을 코스모스 한들한들 향기로 느끼게 해줍니다. 오곡백과를 수확하는 가을과 함께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 가위 명월추석(明月秋夕)은 풍성하고 여유(餘裕)로우며 가족과 고향생각이 나는 의미 흐뭇함이 가득하네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명절은 크게 설날과 추석을 꼽습니다.

추석(秋夕)을 중추절(仲秋節)·가배(嘉俳)·가위·한가위라고도 합니다. 한해 농사를 끝내고 오곡백과(五穀百果)에 추수감사(秋收感謝) 하는 풍성한 명절입니다. 고대사회의 풍농제(豐農祭)에서 유래했으며, 신라와 고려시대에도 추석명절을 쇠었고 조선시대에는 국가적으로 선대왕에게 추석제(秋夕祭)를 지낸 기록이 있습니다. 추석날 아침에는 차례(茶禮)를 지내고 성묘(省墓)를 가서 여름비에 무너진 무덤 보수와 벌초를 합니다. 차례(茶禮)상에 올리는 제물은 햇곡으로 준비하여 먼저 조상에게 선보이며 한 해 농사의 고마움을 조상에게 전합니다. 성주·터주·조상단지 같은 집안 신들도 햇곡식으로 천신(薦新)하며 추석치성(秋夕致誠)을 올립니다. 추석에는 씨름·소놀이·거북놀이·줄다리기 등 다양한 농악민속놀이도 행해졌습니다. 농산물 수확 철이라 다양한 음식이 선보이며 추절시식(秋節時食)이라 하여 햅쌀로 술을 빚고 월병(月餠)과 희망을 상징하는 상현(上弦) 반달송편을 만들며 무나 호박을 넣은 시루떡이나 인절미·율 단자도 만듭니다. 그래서 다산(茶山)정약용(丁若鏞)이 말하기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늘 한가위만 같아라“. (加也勿가야물 減夜勿감야물 但願長似단원장사 嘉俳日가배일)라고 합니다. 1819년(순조 19) 김매순(金邁淳)이 연중행사를 세시풍속을 기록한 열양세시기(冽陽歲時記)에 적힌 추석에 대한 내용입니다. 그렇다면 한 가위의 유래와 뜻을 살펴본다면 한 가위라는 말은 “크다”는 뜻의“한”과“가운데”라는 뜻의 “가위”가 합쳐진 것으로 8월 가운데 있는 큰 날이라는 의미입니다. 또 “가위”라는 말은 신라 때 길쌈놀이(배 낳아 짜기)인 “가배嘉俳”에서 유래한 것인데, 다음과 같은 김부식(金富軾)이 쓴 삼국사기(三國史記)의 기록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신라 유리왕 9년에 국내 6부의 부녀자들을 두 편으로 갈라 두 왕녀로 하여금 그들을 이끌어 7월 기망(旣望 : 음력 열엿새 날)부터 길쌈을 해서 8월 보름까지 배를 짜게 하였습니다. 그리곤 짠 배의 품질과 량(量)을 가름하여 승부를 결정하고, 진편에서 술과 음식을 차려 이긴 편을 대접하게 하였습니다. 이 날 달 밝은 밤에 임금과 백관 대신을 비롯해 수십만 군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왕녀와 부녀자들이 밤새도록 “강강술월래”와 “회소곡(會蘇曲)”을 부르고, 춤을 추며 질탕 흥겹게 놀았습니다. 이것을 그 때 말로 “가베 → 가위라고 하였다고”기록하고 있습니다. 한 가위의 다른 이름인 중추절(仲秋節)은 가을을 초추(初秋),중추(仲秋),종추(終秋) 3개 달로 나누어 음력 8월 가운데에 들었으므로 부른 이름입니다.
추석(秋夕)이라는 말은 “예기(禮記)”의 “조춘일(朝春日) 추석월(秋夕月)”에서 나온 것이라는 추석이라는 설과 중국에서 중추(中秋),七夕,月夕, 등의 말을 쓰는데 중추의 추(秋)와 월석의 석(夕)을 따서 ”추석(秋夕)“ 이라 한 것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더 많이 쓰이는 “추석”은 어원이 명확하지 않을 뿐 더러 중국에서 유래된 것이어서 “한가위”라고 부르는 것이 더 좋겠지요? 추석(秋夕)은 가을의 달빛이 가장 좋은 밤을 추석은 중국인이 사용하던 중추, 월석을 합쳐 축약했다는 설이 있습니다.

추석 한가위 고전 한시
중추월(中秋月) / 장유(張維)
今夜中秋月 (금야중추월) 오늘 밤 바라보는 팔월 보름달
高開萬里雲 (고개만리운) 만 리 구름 헤치고 두둥실 높이 솟았도다
遙空添爽氣 (요공첨상기) 먼 하늘 삽상한 기운 뻗쳐 나가고
列宿掩繁文 (렬숙엄번문) 별들도 현란한 빛 감추었어라
蟾兎初誰見 (섬토초수견) 당초에 그 누가 섬토(蟾免)를 보았던가
山河乍可分 (산하사가분) 산하대지 나뉠 만큼 낮처럼 맑은 것을
茅齋看不厭 (모재간부염) 초가에서 아무리 봐도 싫증은커녕
凉影坐紛紜 (량영좌분운) 서늘한 바람에 달그림자 어지러이 일렁이네
섬토(蟾免) : 달 속에 두꺼비가 있다는 전설에서, 달의 별칭

한국동요(童謠)
“달아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저기저기 저 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금도끼로 찍어내어 은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간 집을 짓고
양친 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 지고"
<“달아 달아 밝은 달아”는 중국 당(唐)나라의 시인 이태백(李太白 701∼762)을 노래한 것으로 작자 미상)

달 빛 기도(祈禱)
이해인 수녀님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내
좀 더 환해지기를

모난 마음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걸어두고
당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추석이라고 365일 다른 날들과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의미를 부여한 날은 의미 있는 날이 되고 세게 깨 물은 손가락이 더 아픈 것이 세상 이치입니다. 그러니 추석에 행복한 가정임을 다시 돌이켜보고 온천지에 가장 우선인 것이 가족 간의 정겨운 사랑임을 느끼시라 축원하는 것도 크게 민망한 일도 아니라 여겨집니다. 좋은 일만 있으라고 마음깊이 빌어도 세상은 좋은 일 나쁜 일이 공평한 것이니 빌었다고 좋은 일만 있을 것도 아니요 빌었다고 운이 멀어지는 것도 아닌데 오늘만은 나를 위해 조상과 우리가족 사랑을 위해 또 밝은 세상을 위해 잠시 기도해 봅니다.

즐거운 추석명절 가족들과 함께 풍성한 한가위 가정에 웃음꽃이 가득하시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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