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적벽난리법석장’ 일명 ‘난장’을 꾸려 운영하고 있는 일꾼들

화순의 제1경 ‘적벽’이 있는 곳 이서면, 이곳에서 작지만 강한 바람이 일고 있다. 동복댐으로 마을들이 수몰되기 전 화순에서 가장 클 정도로 활기 넘쳤다는 이서 '도석장'의 명성을 되찾고자 이서 주민들이 자치적으로 ‘화순적벽난리법석장’ 일명 ‘난장’을 꾸려 운영하고 있다.

장마가 끝난 지난 주말, 그곳 ‘난장’을 찾았다. 난장에 들어서자 막 삶아낸 옥수수에서 나는 구수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구미를 당긴다. 이곳 난장을 함께 꾸려가고 있는 이서 주민들은 25명이다. 토착 주민과 귀농·귀촌한 이들이 어울려 난장을 만들고 서로 도우며 지금까지 꾸려오고 있었다.

지난 4월부터 책임을 맡아 난장을 이끌어 가고 있는 문병길 팀장을 먼저 만났다.

▲ 난장이 활성화 돼 지역경제에 보탬이 되길

이서에서 나오는 농산품들은 거의 다 난장에 나옵니다. 전통식품들 ‘된장, 고추장, 간장, 식초, 조청, 식혜’ 그리고 ‘생나물과 건나물, 한약재’ 등 거의 다 난장에 내놓고 있습니다. 스물다섯 농가가 참여하고 있는데 아직은 수익이 발생하지 않아 여덟 명 정도만 난장에 나와 장터를 관리하고 농산물들을 대신 판매하는 등 고생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적벽투어 차량 두 대가 더 들어와서 사람들이 다른 때보다 조금 더 많습니다. 평상시에는 두 대만 이곳까지 운행하니까 찾는 관광객이 적습니다. 적벽투어에 들어오는 모든 차들이 이곳 커뮤니티센터까지 들어와 30분 정도라도 머물다가 돌아가면 난장이 활성화 돼 이 지역경제와 참여 주민들에게 보탬이 될 텐데 그러지 못하니까 안타깝고 답답하기도 합니다.

▲ 난장과 지역 활성화 위해 버스킹 공연

난장 시설물도 열악합니다. 적은 예산으로 겨우 파라솔하고 판매대만 설치해서 난장을 꾸려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참여하는 주민들에게나 이곳을 찾는 관광객에게 아쉽고 부족한 것들이 많습니다. 난장을 좀 더 활성화시키고자 주말에는 버스킹 공연도 준비해서 하고 있는데... 늘 부족한 예산이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어서 빨리 계획대로 예산이 나와서 좀 더 안전하고 풍성한 난장으로 커 나갔으면 합니다.

이서 난장은 주로 뽕모실영농조합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적벽투어에 종사하는 인원을 뽕모실영농조합 소속으로 할 수 있다면 적벽투어와 난장 등 관리와 운영에 있어 전체적으로 효율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화순군에서만 적벽투어를 운영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부터 광주시에서도 자체적으로 적벽투어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광주시에서 운영하는 적벽투어 버스를 타신 분들이 여기 커뮤니티센터까지 들어와야 하는데 적벽에서 그냥 돌아가 버리니까 이 지역의 경제하고는 아무 상관없게 된 것입니다.

볼거리와 즐길거리, 먹을거리 등을 더욱 풍성하게 하기 위해 다각도로 애를 쓰고 있습니다. 버스킹도 지속적으로 하려고 하고 야외 상설무대도 마련하고자 준비하고 있습니다. 또 이곳 주변에 꽃밭을 조성하기 위해 사업추진도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 준비하고 계획했던 것들이 올해 안에 이뤄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그러면 지금보다 훨씬 아름다운 여행지가 될 것이라고 봅니다. 이것이 난장의 활성화에도 기여를 할 것이고 지역경제와 참여농가에도 도움이 되리라고 기대합니다.

▲ 난장의 진정한 일꾼들

난장에 참여하고 있는 농가 대표들인 임선심, 최용남, 김용락, 한성근 씨와 잠깐 담소를 나누며 그들의 이야기를 들었다.

최용남 씨는 “옛날 어르신들이 만든 방법 그대로 첨가물 같은 걸 넣지 않고 조청도 만들고 식혜도 만듭니다.” 그는 토착민으로 1차 농산물인 쌀을 전통적인 방법으로 가공해 조청, 식혜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었는데 그는 자신이 만든 상품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했다.

임선심 씨는 “공기 좋고 물 좋은 이곳에 와 살면서 직접 기른 작두콩, 아로니아, 다이어트 콩, 들깨 등 팔기도 하고 가루로 내어 팔기도 합니다.”라며 연신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잘난 자식 자랑하듯 한다.

김용락 씨는 다른 생산자를 대신 해서 “전통 된장, 고추장, 조선간장, 청국장 등 모두 저염식으로 만들고 있다. 식초도 용량에 따라 좋은 용기에 담아 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시골에서는 청년층에 해당되는 귀농인 한성근 씨는 “귀농 4년째입니다. 난장에서 지역 주민들을 만날 수 있고 관광객들이 오셔 가지고 필요한 물건을 저렴하고 편하게 살 수 있어서 굉장히 좋다고 생각합니다.”라고 전했다. 그는 그의 아내가 손수 만든 아기자기한 다양한 소품과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었다.

▲ 난장에서 적벽으로, 적벽에서 난장으로!

닫혔던 적벽이 몇 년 전에 열렸듯이, 이서커뮤니티센터 난장이 이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하나의 길이 되길 바라게 된다.
영화 촬영지가 될 만큼, 전국적으로 내로라 할 만큼 아름다운 적벽의 유명세에 걸맞게 적벽난장도 유명해져, 강원도 동강에 장이 열리면 서울경기 사람들이 놀러가 듯이, 난장에 놀러와 적벽을 보러가고 적벽에 놀러왔다가 난장에서 장을 보는 그런 멋진 날을 꿈꾸는 이들에게, 같은 지역민들과 군에서 더욱 관심을 갖고 아낌없는 격려와 지원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

사진 오른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문병길 팀장, 임선신 님, 한성근 님, 최용남 님, 김용락 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