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몇몇 언론에선 ‘검찰의 칼끝은 어디로 향하나’라는, 올드한 표현의 복고 열풍이 일었다.

지역신문 기자들로 시작하여 산림조합장 및 비서실장의 구속까지 이어진 산림조합 스캔들은, 화순군을 뒤흔들며 관련 인물들의 기소 행진으로 이어졌다. 기록적인 군수 낙마를 보여준 지자체에서 기소의 끝이 어디로 향할지 관심이 쏠리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전임자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조용했던 구충곤 군수였기에 그 비위 여부는 초유의 관심사였던 것이다.

□ 간부 공무원의 기소…표적이 된 구충곤 군수, 그러나 관련성 無
지역사회를 휩쓸었던 이번 산림조합 비위는, 최근 들어 크게 줄었던 화순군 본청과 산림조합 간의 계약을 뇌물 공여라는 불법적인 경로로 메운 비위 사건이다. 관급공사 수주에 대한 알선 및 그 대가로 금품이 오고 갔던 것이다. 구속된 화순군 총무과장과 비서실장이 알선비를 수주한 혐의로 기소되어 큰 충격을 주기도 하였다.

구 군수에겐 화순군청의 압수수색을 비롯한 검찰의 현미경 수사와 언론의 무차별 질타로 인한 십자포화가 연일 이어졌다. 시민단체들은 특정인의 일방적 주장에 의한 집회를 열어 군수를 규탄하기도 했고, 몇몇 언론들은 ‘낙마’란 표현 없이는 기사를 쓸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 비슷한 시기의 다른 문제들까지 싸잡아 지자체장 탓으로 돌리며 군수 낙마론으로 구 군수를 흔들었다.

현 상황에서 말할 수 있는 ‘사실’은 결국 이것이다. 광주지검 특수부는 뇌물수수 혐의로 화순군청 총무과장 및 비서실장 등이 기소되고, 이어 화순군 산림조합장을 기소하고 산림조합 직원 2명도 불구속기소했다. 검찰의 현미경 수사에도 구충곤 군수는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 책임이 없다는 것이 아니다.…진정한 책임 군정의 쇄신과 발전
군수라는 직책은 군 안에서 일어나는, 특히 공직자의 비위에 책임을 지는 것이 당연한 자리다. 이번 사건은 표면적으로는 수주계약을 위한 산림조합의 비위와 몇몇 공직자의 일탈로 비춰질 수도 있으나, 총무과장 및 군수 비서실장이라는 직책의 무게감과 특수성을 살펴보면 화순군과 군수에 대한 비판과 책임은 피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있었던 것은 물론이고 앞으로도 찾아올 비판까지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구 군수는 이미 두 차례 군민들에게 진정성 있는 공개 사과를 한 적이 있다.

생각해볼 만한 것은 책임의 범위와 그 형태다. 부하 직원의 비위에 책임을 지는 것도 군수의 몫이라면, 공정한 인사, 투명하고 청렴한 행정, 측근 배제 등 단호한 군정을 쇄신하는 것이며 나아가 군민들의 복리증진을 위해서 배전의 노력을 다하는 것도 군수의 해야 할 일이고 책임이다.

□ 군민들의 책임…따끔한 질책과 신뢰도 보내야
책임은 군수만 지는 것이 아니다. 선출직 공무원을 직접 뽑았다면 군민들 역시 책임질 줄도 알아야 한다. 일부 언론의 말장난에도 흔들리지 않고, 본인들이 뽑은 지자체장에 대한 적절한 질책과 신뢰를 보낼 줄도 알아야 한다.

잘못했다 하면 심지어는 끌어내릴 줄도 아는 것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지만, 구 군수와 산림비리와의 직접적인 접점이 없는 걸로 드러난 현재, 군민의 신뢰가 원활한 군정 수행의 큰 원동력이 될 것이다. 물론 前 군수들에게 데인 것이 있으니 어느 정도의 우려는 이해 못 할 것도 아니긴 하지만, 결국엔 군민의 총화가 있어야만 군수 리더십에도 힘이 생기고 탄력이 생기고 그로 인해 군정도 안정을 되찾을 수 있다.

□ 5년의 공로와 구충곤의 고뇌…주민들의 염원과 바람
그동안 구충곤 군수는 ▲지역정치 안정화 ▲생물의약산업 글로벌 도약 ▲예산 6천억 시대 ▲신의와 진정성의 정치인 등 지역발전을 위해 많은 공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또한 ‘화순사는 자부심’을 주창하면서 많은 노력도 해왔다. 하지만 이번 일로 구충곤 군수 자신의 자존심에도 심대한 손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군민들은 “그럴 리가 없어야 할 텐데”하면서 군수 연루 가능성에 대해 우려가 컸던 바 관련 없다는 결과에 안도하는 분위기다. 군민들이 바라는 것은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군정발전을 위해 노력해 주고 ‘화순 사는 자부심’을 느끼게 해주는 행정을 바라는 것이다.

끝으로, 산림비리 사건 자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오히려 관련 인물들에 대한 법적인 처벌은 이제야 시작이라고 볼 수 있고 그 후유증과 수습해야 할 뒷일은 여전히 산적해 있다. 화순군을 생채기 냈던 칼끝 역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여전히 주요 인물들의 부덕과 무능력을 향해 겨누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