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6년 1월 13일자 『대한매일신보』1면

우리지역 화순에서 반세기 가까이 골동품을 수집하며 목공예 연구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태동 님이, 소장하고 있던 1906년 1월 13일 토요일자 대한매일신보(지령 제123호)를 본지에 공개했다.

『대한매일신보』는 1904년 위기일로의 국난을 타개하고 배일사상을 고취시켜 국가보존의 대명제를 실현하고자 창간된 것으로 고종의 은밀한 보조를 비롯하여 민족진영 애국지사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아 출발하였다.

이후 일제의 손으로 넘어가기 전까지 당시 일본의 언론탄압 속에서 외국인의 치외법권을 이용, 신속한 보도와 준열한 논설로써 대중을 계몽하고 항일사상을 고취시키는 등, 한말의 대표적인 민족지로서 그 의의가 매우 큰 신문이었다.

113년 전에 발행된 『대한매일신보』의 3면 하단에 화순과 관련된 독자투고가 있는데 그 내용이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있어 본지에 실어 군민들과 독자들에게 알려드리고자 한다.

글의 핵심내용은, 조선시대 말기 즈음 혼란스러운 세태 속에서 한 하급관리가 풍수지리와 관련한 탐심을 다스리지 못해 벌어진 송사와 이를 바라보는 선대 화순지역민들의 민심을 담고 있다.<편집자 주>

남쪽 지방에서 방문한 사람이 말하기를, ‘화순 철장촌 뒷산에 병자호란 때 순직한 이 지평공(고려 때, 정5품, 사헌부)의 묘소가 있다. 그런데 정승들의 묘소를 쓰려면 국가에서 지정해 주는 사패지에다 써야 되는데 그 백호등에는 일반인이 스스로 쓰는 평장(평민이 쓴 장지)으로 묘가 써져 있다.’고 했다.

기해년에 능주 리(아전급) 주O환이,그의 후손들이 과거에 급제한 후 관직에 오르도록 하기 위해 남모르게 매장했는데, 곧 스스로 무덤을 파고 평장을 한 후 말하기를, ‘전조(고려)의 재상의 묘’라 했다.

이에 이 씨와 주 씨가 서로 송사했는데, 그 표석을 고찰해 보면 말이 안 되는 내용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첫째, 묘지의 서문에 이르기를, 여조의 좌상이라 쓰여 있는데 여조(고려)는 요즘 세상에 칭하는 호칭이므로 시대적 배경에 맞지 않는다.
둘째, 정경(貞慶)부인이라 하는데 경(敬)이라 이르지 않고 경(慶)이라 이르니 격식에 어긋난다.
셋째, 또 예장사패설에 의하면 국장을 안 하고 평장을 했으니 이 또한 헛된 가식이다.
넷째, 관청에서 공고하기를, 고려시대에 속한 인물을 어찌 우리 조선 땅에 쓸 수 있으며, 우리 조선의 어진 현인이 전조의 재상만 같지 못하겠는가? 조선시대 현인의 장지로 쓰기도 부족한데 이는 부당한 처사라 할 수 있다.

암매장 했던 주 씨가 늘 과거에 낙방하더니, 주 씨 집안에서 광찰(전라 관찰사)가 나오자 그 세를 등에 업고 이 씨 집안의 종족 네 사람을 가두고 곧 본 묘소의 주인인 이 지평공의 묘를 파내려 했다. 영예로운 절인의 묘소를 국장이 아니라고 해서 어찌 감히 파헤친다는 말을 할 수 있겠는가?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행태라 아니 할 수 없다.

이 씨 집안의 명당과 함께 양 씨의 선산 사십여 리에 명당으로 알려진 장지가 있다. 주 씨는 그 묘소까지 파헤치려 하는 의중을 갖고 있었다. 그런데 곧 동란이 일어나서 계획했던 것을 실행에 옮기 못하고 말았다.

항간의 지역민들은 노랫말을 읊듯이 말하기를, ‘가소롭다! 요즘 세상의 무덤에 고려 때 인물을 이렇게 썼다고 하니 ‘고려장’이 된단 말인가’ 하며 거니는 인파들이 생겨났다.

명당자리라고 해서 무덤을 쓰는 것은 스스로 행할 수는 있으나 이는 명당설의 학설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근시안적인 행태로 머지않아 누구나 다 실없는 것임을 알 수 있으리라.

또한 ‘고려장법’ 들어보소 하면서 외치는 소리를 듣자면 무덤을 써서 오랜 시간이 지나도 쉽게 패하지 않을진대 하물며 나라에서 지정해 준 석패예장법(국장법)을 어이 두고 평장으로 위장할 필요까지 있을까? 즉 사패지에 떳떳하게 하지 왜 평장으로 위장해서까지 묘를 쓸 필요가 있을까? 하고 주민들이 노래하듯이 부르고 다녔다.
능주 향리(수령) 구 씨, 조 씨, 주 씨가 전조(고려조)의 정승의 묘소 관리법에 대해 일반인들이 풍수지리적으로 잘못 이해하고 확대 해석하는 데서 이 일이 비롯된 것으로 판결하기에 이르렀다.

아울러 기존의 명당자리를 소유했던 이 씨와 양 씨 두 성씨 집안은 주 씨 집안의 전생의 원수처럼 난을 당하게 됐던 것인데 이는 주 씨 집안에서 전라도 관찰사를 하고 있었기에 그 무고한 해를 당한 것이다.

『대한매일신보』3면에 실린 화순 인물의 독자투고

진잠 이기만 고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