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군민들은 한동안 즐겁게 살 수 있을 전망이다. 당분간은, 웃을 일이 없으면 화순 군청의 관광진흥과를 떠올리면 될 테니까. 다소간의 당혹스러움과 분노만 견딘다면, 어이가 없어서 웃음을 터뜨릴 것이다.

들어가기에 앞서, 적벽 관리 및 운영을 전적으로 믿고 맡겼던 군민들의 실수도 있음을 인정하자. 화순군의 공무원들이 비교적 성실한 편이긴 하지만, 믿음이란 약간의 견제가 동반될 때 비로소 아름다워지는 법이다.

다행스럽게도, 전라남도 화순군의 군의회 의원들이 간만에 없던 센스를 발휘했다. 지나치게 순진했던 군민들을 대신하여, 견제의 정신으로 집행부의 나태함을 꾸짖는 3권 분립의 정의를 실현한 것이다.

지난 10일 화순군의회(의장 강순팔) 총무위원회는 화순군이 발주한 주요 사업장의 사업 진도 파악, 잘못된 현장의 지적 부실을 방지하고 사업 애로사항 청취를 위해 현장 방문을 실시했다.

그 일환으로 화순군의 주요 관광지로 손 꼽히는 적벽 코스를 전격 방문한 것이다. 이날 방문에는 화순군청 소속 관광진흥과 박용희 과장 및 담당 공무원들이 함께하여 운영현황 보고 및 질의 시간을 가졌다.

예상대로 순조롭지 못한 시간이 되었다. 당초 순수한 의문으로 시작했던 군의원들의 질문이, 박용희 과장의 불분명하고 애매한 태도에 일방적인 질타의 시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무려 50분의 시간 동안 군의원들의 호통 및 질책 세례가 이어졌고, 박용희 과장은 제대로 된 대꾸 한번 못하였다.

심각한 점은 그 내용에 있었다. 군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는 관광지에는 어울리지 않는 부적절한 시설물부터, 관광지 발전을 위해 몇 년 전부터 요청한 개선사항들에 대한 무시까지, 대부분의 시간이 일방적인 사과 및 침묵의 연속이었다. 특히 몇몇 군의원들의 주문들은 지속적으로 묵살해온 것으로 드러나, 군 의회의 요구에 대한 집행부의 무성의한 대처란 평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쟁점이 됐던 사항 중 하나는 예약 및 예약 취소의 기이한 방식으로, 예약은 온라인으로만 받을 수 있는 반면, 예약 취소는 오직 전화로만 가능해 몇몇 군의원들은 의아함을 감추지 못하였다. 이에 김석봉 의원은 “시스템이 전부 관리하기 편하게 이뤄지고 있다. 관광객들은 전혀 배려를 하지 않고 있다”며 강하게 질책했다.

관광지로서의 개발에 소홀하다는 점 역시 도마에 올랐다. 관광 탐방로 및 하늘전망대에 대한 건의도 몇 년 전부터 꾸준히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으나 ‘아직 정해진 것이 없다’, ‘예산을 요청 해보겠다’는 식의 원론적인 답변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이외에도 축제 예산은 몇 년간 꾸준히 증가해 온 반면에 어째서 축제 이틀에 하루는 적벽이 아닌 이서 커뮤니티센터에서 열리는지, 그마저도 나머지 하루인 ‘걷기대회’는 참가비를 받느냐는 질문의 대답도 인상적이었다. 박용희 과장은 ‘관광객들이 축제에는 쓰레기를 버려도 된다는 인식을 가지고 있어서 적벽에서 열기는 어렵다’는 식의 책임 회피 및 관광객을 탓하는 듯한 발언을 하였고, ‘요즘 관광객들 청소 잘만 하고 다닌다’는 정명조 의원의 일갈과는 대조되어 더욱 빈축을 샀다.

나태함과 책임 회피가 주특기라고는 해도, 때와 장소를 가려가면서 장기를 발휘해야 하는 법이다. 공무원으로서 하면 안 될 발언들과 무책임한 태도는, 한 지자체의 관광진흥과장의 자세라고는 도저히 믿기 힘든 수준이었다.

관광정책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항상 현대적인 감각과 트렌드를 겸비하여야 하는, 시대의 흐름을 읽어야 하는 작업이다. 행정적인 부분에서 능숙해도 감각에서 뒤떨어지면 경쟁력이 떨어지는 분야가 관광정책인 것이다. 하물며 거의 모든 면에서 부적절한 모습을 보여주는 화순군 관광진흥과는 가장 어울리지 않는 옷을 입고 있는 것이다.

인적쇄신. 중앙정부를 비롯하여 대한민국을 뒤흔드는 거대한 흐름을, 화순군 역시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예산의 한계와 기술적인 난점은 어딜 가나 존재하지만, 그걸 다루는 능력은 사람마다 천지차이기 때문이다. 오랜 시간 외부에 개방되어 있지 않던 적벽이, 개방이라는 변화의 바람을 몰고 와 화순군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어준 것처럼, 고여있는 적벽의 관리 및 관련 인사에도 새바람이 불 필요도 있을 것이다.

트렌드를 따르진 못할망정 역행해서는 안 된다. 전국의 지자체들이 관광진흥정책에 사활을 걸다시피한 요즘, 화순 적벽을 관리하는 관광진흥과의 태도와 마인드는 화순 제1경의 명소를 관리하기엔 어쩐지 우스꽝스러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