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시니어기자

광주에서 30년을 넘게 살다가 이제 화순 시골에 내려와 산 지도 4년이 되어 간다.
지금 살고 있는 곳은 화순 군청에서 택지 조성하여 분양한 곳인데 마을 뒤에 산이 있고, 앞에는 저수지가 있어 그런대로 답답한 느낌은 없이 살 수 있는 곳이다.

처음에는 그저 좋은 환경인 줄 알았는데, 돌을 채취하는 석산이나 풍차 등이 설치되면서 많은 문제점이 생기기 시작했고, 석산이나 풍차 등을 설치하는 데 따른 보상 문제로 마을 주민의 이해가 엇갈리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는 다 같을 수 없다. 생각이 다르고 욕심이 다르고 타인을 감싸줄 수 있는 포용력도 차이가 있다. 가치관이나 지향하는 바가 다른 사람이 모여 사는 곳에서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 제삼자의 처지에서 보면 사소한 일처럼 여겨지는 것일지라도, 당사자는 큰일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뭐 그런 것 가지고 왈가왈부하느냐고 선뜻 말하기 어렵다.

내가 간절히 바라는 것일지라도 친구는 관심이 없을 수 있고, 나의 기쁨이 곧 이웃의 기쁨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그들이 나와 다르다고 미워할 일은 아닌 것 같다. 옛날에는 마을에 존경할 만한 어른이 있어서 무슨 일이 생기면 그분의 조언을 듣고 일을 처리했다고 하는데 지금도 그런 분이 한 분쯤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친구가 많고, 이웃과의 관계가 좋은 사람일지라도 마음속에 외로움을 온전히 떨쳐버릴 순 없다. 그래서 홀로 살기 힘들고 이웃이 필요하고 또 소중하다. 설령 나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 이웃일지라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홀로 사는 것보다 옆집에 누군가가 사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존재가 될 수 있다. 이웃이 나에게 베풀어주었던 것은 잊고 서운한 것은 잊지 못하는 것이 우리들의 마음인지도 모른다. 자신이 온전하지 못함을 알고, 남도 온전할 수 없음을 인정하면 성인군자가 아니더라도 타인의 잘못을 어느 정도 용서할 수 있다.

어떤 일이 생겼을 경우 “네가 잘못이 없더라도 참아라 용서하라.”라고 하면 “왜 나만 그럴 필요가 있느냐?” 고 반문할 수 있으나, 참고 용서하지 아니한다면, 상대방과 같은 수준의 사람으로 전락하는 것이어서, 잘못을 덮어주고 용서하는 것이 내 자신을 위해서도 필요한 것일 수 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말이 있으나 이웃이 하는 대로, 같은 행동을 하여 되돌려 줄 수만은 없다.

갑을 관계에서 을의 처지에 있는 사람들은 이웃이 나보다 더 악한 사람이라고 비난할 수 있으나, 이웃보다 내가 더 선한 사람이라고 스스로 확신한다면, 그리고 이웃보다 내가 더 청렴하게 살아간다면 이것은 행복이고, 나는 깨끗하게 살려고 노력하는 자라고 자신을 위로할 수 있다. 나를 초대하지 않은 이웃을 초대하여 대접해 줄 것이 있다면 이것이 기쁨이다. 베푸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구걸하는 것보다는 마음 편한 일이다. 이웃의 이기심을 비난하는 나의 이기심을 버리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