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청리, 미곡리 주민 축사결사반대 현수막

전남 화순군 도곡면 죽청리와 미곡리 주민들은 ‘평화롭고 청정한 동네에 한우축사가 웬말인가?’라며 인근에 들어서는 한우축사 건축에 대한 결사반대에 나섰으며 이로인해 한우축사 사업주와 주민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 주민 무시한 축사 건축에 격앙
두 마을주민 300여 명은 축사 사업주 이모 씨가 지난 3~4월 축사부지에 콘크리트 축조를 할 때야 마을 인근에 축사가 건축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주민들은 바로 우사(牛舍) 건축에 대한 반대서명동의서를 작성해 화순군에 2회 제출했고 몇 번의 주민공청회를 통해서 반대의사를 밝혀 왔으나 법적 하자나 행정적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공사가 그대로 진행됐고 현재 90% 이상 지어져 완공을 앞두고 있다.

이에 마을주민과 축사 건축현장과 인접해 있는 시설하우스 농가들은 축사 사업주나 군(郡)의 행정이나 모두 주민을 무시하는 태도로 일관한다며 격앙된 울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
마을주민들이 더욱 분노한 원인은 축사 사업주가 허가받을 당시 이장직에 있으면서 그 직분을 이용해 허가를 받아냈다는 것이다. 이장은 마을주민의 권익과 보호를 위해 일 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 그래서 당시 이장이었던 이 씨를 그렇게 믿고 의지했는데 주민들 몰래 축사 허가를 내고 건축에 들어간 것에 대해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듯 매우 실망스럽고 배신감이 크다고 주민들은 전했다.

죽청마을 한 어르신은 “우리 마을은 자작일촌(自作一村)이다. 몇 백 년 동안 일족들이 오순도순 모여 살아왔는데 이러한 일로 서로 반목갈등하게 돼 자칫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등 큰일이 일어날 것 같아서 두렵다.”며 안타까운 속내를 밝혔다.

마을주민들은 “그동안 한집안 사람들이라 무슨 말을 못했다. 그러나 다른 것은 몰라도 소 키우는 것은 동네사람들 모두가 하나같이 95% 이상 반대한다. 냄새나는 것을 어느 누가 좋아하는가? 일가친척이라고 해서 동의하겠느냐?”며 “축사건축 반대 플래카드를 봐라. 이곳에 사는 주민뿐 아니라 객지에 나가 있는 향후회원들까지 부모가 살고 계시는 고향의 환경이 나빠질 것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갈등이 최고조로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마을주민들은 매일같이 모여 대책 마련을 놓고 머리를 맞대고 있으나 뾰족한 해법이 없어 답답한 한숨만 내뱉고 있다.

▲ 딸기농사 망할까 봐 홧병으로 죽을 것 같다
축사에 바로 인접해 있는 딸기하우스 시설 농가에서는 “친환경 인증까지 받아서 오로지 딸기농사 하나로 먹고 살고 있다. 어린이집이며 인근 카페 손님들까지 하루 최대 180여 명이 체험하러 다녀가기도 했다. 이제 축사가 들어서면 누가 딸기를 사러 오고 견학을 올 것이냐? 축사를 지으면서 이웃에 대해 감안해 주지 않은 축사 주인도 그렇고 군(郡)도 인근 주위도 살펴가면서 허가를 내 줘야 하는 것 아니냐. 분통이 터질 일이다!”며 “축사가 들어서면 나 먹여 살리라고 군에 가서 드러누울 것이다. 가슴이 막 뛰고 터져버릴 것 같다. 홧병으로 죽을 것 같다. 나 혼자만 죽겠냐.”고 절망스러운 심정을 토로했다.

▲ 청정지역이 축산단지화 될까 우려
미곡리 한 주민은 “60~70년대에 축조한 하천제방이 있는데 홍수가 나면 한 번씩 천이 범람한다. 이때 축사에 쌓여 있는 배설물과 오폐수가 인근주변을 다 오염시킬 것이 불을 보듯 뻔하다. 또한 제방이 마을을 안고 있는 형국이라 축사의 악취가 새어나가지 못하고 공기를 오염시켜 주민들이 악취로 고생할 수밖에 없다. 또한 이번 축사가 들어서게 되면 하나둘 축사가 더 늘어날 수밖에 없기에 축사가 들어서는 것을 반대할 수밖에 없다.”고 추후 예견되는 악영향까지 전했다.

▲ 축사도 농업의 한 행위
축사 사업주 이모 씨는 “축사가 전혀 없다가 축사를 신축하다 보니 기존의 어르신들이 불편할 것이라는 심정을 알고 있다. 일처리 하는 과정에서 제가 원만하지 못했다. 어려운 말(축사를 하겠다는)이라 꺼내기가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한 “축사를 최대한 깨끗하게 관리하겠다. 배설물 처리도 미생물배양을 통해 관행보다 더 미세하게 할 것이다. 배합기도 준비했다. 완공 후 많으면 7~8마리고 적으면 3~5마리를 들여와 시작한다. 축사도 농업의 한 행위로 봐 주시면 좋겠다.”고 전했다.

▲ 법적 문제 없다고 개개인의 행복추구권 박탈해서야
이에 축사반대추진위원회 김모 위원장은 축사 사업주에게 “축사 규모가 1800여 평으로 2동이다. 최대 4~500마리까지 들어간다고 봐야 한다. 법으로 어떻게 하자는 게 아니다. 말 한마디 없이 물밑작업을 하고 있을 때 주민들은 아무것도 모른 채 손 놓고 있었다. 축사반대 플래카드를 보고 이 사실을 알게 된 후 주민들의 의견을 모아 군에서 가서 공사 중지부터 해달라고 했다. 뭔가 타협과 실마리를 찾은 후 공사가 진행되길 바랐다. 수억이 들어갔으니... 남의 돈이라고 우습게 알지는 않는다. 일단 업종을 변경해 주길 주민들은 바란다. 대대손손 살아야 하는 사람들 가슴에 멍이 들게 할 것이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민 개개인의 행복추구권을 박탈해서야 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 행정적 취소나 취하는 불가
군 관계자는 “수도작으로는 생계가 어려워 생계를 위한 선택인 것으로 안다. 축사허가 반려 2회는 서류 미비로 본인이 취하한 것이며 3회째는 서류를 완비해 접수했고 개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허가 내 줬다. 주민동의를 전체적으로 얻지는 못했으나 인허가를 내는 긴 시간동안 알 만한 주민들을 거의 알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 가축사육제한지역은 주거밀집지역에서 100미터 이내다. 100m 이상 거리면 허가된다. 죽청리에서는 500m, 미곡리 450m이다. 취소나 취하는 불가하여 행정적인 도움은 어렵다. 단 건축주가 사용변경을 신청해서 설계변경하면 용도변경은 가능하다.”고 전했다.

▲ 자작일촌 공동체 훼손되지 않기를
법적인 하자가 없더라도 그 지역의 현황과 환경, 사정 등 역학적 관계를 고려한 후 축사에 대한 인허가를 내 주었더라면 하는 군 행정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 또한 대대손손 집성촌을 이루어 평화롭게 정을 나누며 살아온 마을이라 작금의 주민 간 갈등과 분란이 더욱 안타까울 수밖에 없다.

소중한 마을공동체가 훼손되지 않고 이어져 나갈 수 있도록 군 행정은 적극적인 중재와 조율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축사 사업주와 주민들도 역지사지(易地思之)하여 반목과 갈등보다는 상생할 수 있는 지혜로운 대안과 대책을 마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위)신축 중인 축사 (아래)축사 인근 홍수로 범람한 제방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