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기 남화토건 과장

어느 날 송정역 대합실에 갔다. KTX 도착시간은 아직도 이십여 분 남았다. 듬성듬성 빈 자리가 있어 나는 자리에 앉았다. 내 옆에 여대생으로 보이는 아가씨가 앉아 있었다. 핸드폰을 꺼내더니 어디론가 전화를 건다.

“아빠 나여. 어어..., 나 지금 갈려고 송정역에 왔거든 응응…. 무궁화호표 샀어. KTX는 너무 비싸드라, 만오천천원인가 더 비싸. 지난번에도 이걸로 갔어.”

“아빠, 나 부탁이 있어서 전화했어. 어어…. 주민등록증을 잃어버려서 동사무소에 재발급 신청해 놓고 그냥 왔어. 응응…. 아빠가 좀 찾아와라 응응….”

“엄마한테는 말하지 말고 엄아 알면 나 디져븐다. 정신을 어디다 두고 다니냐? 네 나이가 몇 살이냐? 아이구 엄마는 정말…. 그래, 아빠 부탁해. 안녕!”

통화를 끝내고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기도전에 벨소리가 난다.

“아빠, 왜? 아, 지금 동사무소 쪽으로 가고 있다고? 잘 됐네. 어제 찾으러 오라고 했는데 친구들하고 놀다 깜빡 했어. 지금 가면 나와 있을 거다. 그래, 수고해 끊어.”

배낭을 메고 서둘러 개찰구로 나가는 아가씨 뒷모습을 나는 한참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