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시니어기자

학생들은 방학을 즐거워 하고 직장인들은 휴일이 돌아오면 편히 쉴 수 있어 기뻐한다. 어떤 의무감이나 자신을 얽매는 것들로부터 잠시 벗어나는 것은 즐거움을 준다.

그런데 방학이나 휴일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다. 나드리복지관에 다니는 어르신들이다. 특히 서예반에 다니는 분들은 방학 중에도 교실을 개방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이곳에 와서 조용히 글씨를 쓰고 싶다는 것이다.

정년 이후에 딱히 해야 할 일을 찾지 못하는 분들에게 화순 나드리복지관은 작은 에덴동산이다. 건강이나 예능, 특기나 적성에 맞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 건강 증진과 여가선용에 안성맞춤인 곳이다.

나드리복지관 서예실에는 행서에 능하신 지림(志林) 선생님, 베풀 줄 아는 리더십을 지니신 운곡(雲谷) 회장님, 그리고 취미가 같은 분들이어서 그런지 몰라도 다 친형님, 누님 같은 분들이 모여 공부하고 있다.

서예 회원 중에는 도전이나 시전, 소치미술대전 등에서 대상 우수상을 받으신 분들도 많다. 어떻게 써야 좋은 작품이 되는가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이분들의 글씨를 보고 임서해 보는 기쁨도 크다.

어느 지인이 요즘 뭐 하고 지내느냐고 묻기에 서예를 공부한다. 한시를 감상하고, 고전을 통해 지식을 익히고, 붓을 통해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기쁨이 크다고 했더니 어느 미술 대전에서 우수상을 받은 사람에게 상량(上樑)할 때 글씨를 써 달라고 하니 쓰지 못하다더라는 말을 했다. 상은 받았으나 실제 능력이 따라주지 않더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서예를 공부해 본 사람들은 어느 정도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왕희지나 구양순의 글씨체를 보고 임서(臨書)할 때는 엇비슷하게 써지나, 남의 글씨를 보지 않고 자기만의 글씨체로 써보면 어설프게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TV를 보면 가면을 쓰고 노래하는 복면가왕이란 프로그램이 있다. 진정한 노래 실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는 누구인지 먼저 알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익명으로 평가하고 나중에 이름을 밝히는 예능 경선 대회가 더 많이 있다면 어떨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붓을 힘없이 끌고 다니면서 모양만 흉내 내면 안 된다고 한다. 어떻게 해야 잘 쓸 수 있을까, 컴퍼스로 원을 그리듯이 구심축이 있다면 아름답고 힘 있는 글씨를 쓸 수 있을까?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발견하는 가운데 나드리 서예실에서의 시간이 즐겁고 보다 행복한 노후 생활의 일부분이 되기를 바란다.

특히 여기에 근무하시는 관장님을 비롯하여 모든 복지사분들의 한결같이 친절한 모습에 감사하지 아니한 분들은 거의 없다. 이분들을 통해 타인에게 따뜻한 정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의 원동력이 되는지를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