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농협법에서는 자산 총액 2천500억원 이상인 조합은 조합장을 비상임으로 하도록 규정돼 있고 ‘비상임조합장은 연임 제한을 두지 않는다’고 돼 있어 비상임 조합이 조합장의 영구집권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시각이 많다. 해당 농협은 조합원이 아닌 이사 가운데 1명을 상임이사(자산총액 1천500억원 이상)로 둬야 한다. 자산규모가 큰 농협을 전문 지식을 갖춘 상임이사에게 경영을 맡긴다는 취지다.

조합장이 비상임 체제로 운영되면 직제상 그 아래 있는 상임이사가 경영을 책임진다. 교육, 경제, 신용, 금융기관 보험 대리점 운영 등 9개 분야에 걸쳐 인사 및 경영 권한이 주어진다. 막강한 조합장의 권한을 분배하고 경영의 전문성을 강화하기 위한 취지이다.

문제는 상임 이사가 지역 농협을 대표해 업무를 수행하지만, 실제는 비상임 조합장이 실권을 행사하기도 한다는 점이다. 상임이사의 경우 인사추천위원회에서 추천된 후보를 총회에서 선출한다. 그런데 비상임 조합장 체제라 할지라도 조합장이 상임이사를 측근으로 내세워 ‘막후 영향력’을 행사할 개연성이 있다.

결국 특정인이 조합장을 오래 맡을 경우 조합 사유화 및 독단화 등 각종 부작용이 생길 소지가 큰 것이다. 실제 화순농협에서는 화순축협마트 신축관련 거리제한 규정을 양해하여 화순농협 하나로마트 매출의 30% 감소가 우려되고 있다. 마트 수익은 화순농협 경제사업 부문에서 거의 대부분의 수익을 차지하고 있다.

조합원들의 이익과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을 조합장이 단독으로 처리하여 조합원들의 이익에 반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연임 제한이 없기 때문에 조합장이 ‘군수 선거’ 등 정치권에 기웃거리는 등 관심을 보이고 실제로 18년 지방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하여 2달여 거쳐 군수 선거운동을 하다가 공천에 실패하자 다시 조합장 업무에 복귀하기도 하였다.

이른바 ‘조합장 하다 군수 되면 좋고, 아니면 말고’식이다. 조합원들과 군민들에 대한 진정성과 결기가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만일 연임 제한이 있었다면 훨씬 진정성 있는 행보가 나왔을 것으로 판단되고 있다. 18년 지방선거는 19년 조합장 선거에 불과 1년 앞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 농협 조합원은 “권한 분산과 경영 전문성 제고를 위해 도입된 비상임 조합장제가 본래 취지를 벗어나 특정인 장기 집권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하고 있다”면서 “특정인의 권력화·일탈을 막고 농협 경영 투명화를 위해서라도 비상임 조합장 임기를 제한하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