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스마트 양돈축사

지난 해 끝자락, 화순 남면에서는 면 주민과 남면번영회 및 사회단체들이 일제히 ‘공장 하나 지을 수 없는 남면 땅에 대규모 양돈장 투쟁으로 저지한다!’는 현수막이 남면 일대 마을과 거리 곳곳에 내걸렸다.

한 부동산 업자가 4만 5천 평의 땅을 매입한 후, 대규모 양돈장을 계획하여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주민들이 들고 일어난 것이다

주민들은 ‘이 넓이의 양돈축사가 들어설 경우 예상 사육두수가 5만~8만 두로 하루 오폐수 방출량이 250~300톤으로 예상된다. 뿐만 아니라 면 일대가 돼지 똥냄새와 돼지 울음 소음으로 몸살을 앓게 될 것이다. 여름에 피서객들의 발길도 끊길 것이 뻔하다. 이렇다 할 소득원이 없는 마을의 경제와 유구한 마을 전통을 염려하는 고향 어르신들 및 토착 주민들의 생존권과도 직결된 문제다’며 반대 시위를 하고 있다. 이에 남면대곡향우회도 발 벗고 나서서 반대서명운동 등을 펼치고 있다.

▲ 지역이기주의인가 정당한 저항인가

이러한 남면주민들의 모습과 활동을 단순하게 님비(NIMBY)현상으로만 여길 수 없다.
인간은 누구나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살 권리가 있다. 때문에 이 권리를 박탈하거나 침해하면 거부하고 저항하는 것이 당연한 것임을 두말할 필요 없이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갈수록 늘어나는 돼지고기 수요에 맞춰 양돈축산업은 확산될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해야 이러한 딜레마(dilemma)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까?

본지는 지난 해 8월, 이양면 금능리와 인근지역 주민들의 양돈축사의 악취로 인한 고통과 호소를 담은 기사 ‘20년 이상 지속된 악취, 더 이상 고통받지 않고 싶다!’를 신문에 보도한 적이 있다. 금능리 일대 주민들의 고통과 울분이 섞인 아우성은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이후 어떻게 하면 양돈축사가 있는 마을이나 인접마을 주민들의 이러한 고통과 희생을 해소할 수 있을까? 대책과 대안을 찾고자 하는 생각들이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지난 해, 화순군의회 제2차 정례회 기간 동안 동면운농리 일대에 조성될 뻔했던 대규모 스마트축산 ICT시범단지(이하 동면축산단지) 부지 매입 건과 관련한 공유재산관리 계획안 심사가 진행됐다. 해당 지역주민들의 강한 반대에 부딪쳤으나 군의회는 가결했고 토지 매입비 19억원도 반영해 예결위로 넘겼었다.

이에 郡 집행부는 어떻게든 주민들을 설득하여 이 사업을 추진코자 했으나 주민들의 결사적인 반대가 더 거세졌고 시위와 집회는 가열화됐다.

▲ ICT 접목 스마트 축사 두 마리 토끼일 수도

이에 본지는 지난 해 12월 이 사업에 대한 보도기사를 준비하며 ‘ICT 접목 스마트 축사’ 관련 자료를 탐색하고 분석한 결과 ‘친환경 스마트 축사 시스템’이 어쩌면 양돈축산과 관련된 악취와 환경오염, 가축 전염병 등의 문제해결 및 양돈업자와 지역주민 간의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이 되지 않을까? 판단했다. 그래서 ‘친환경 스마트 축사’가 ‘지역 혐오시설일까? 친환경 축산도시로 나아가는 기반시설일까?’라는 제목으로 중립적인 관점에서 지역민 모두가 상생의 길을 모색하기를 바라는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 구충곤 군수 동면축산단지조성 포기선언

그런데 지난 2일, 구충곤 군수의 동면축산단지조성 포기선언이 있었고 해당 지역 주민들과 사회단체들은 환호하며 집회를 해산했다.

이 소식을 접하며 지역 주민들과 함께 환호할 수만은 없었다.
왜냐하면 위에서 언급한 딜레마 자체가 일단락된 것이 아님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현재 낙후된 양돈축사에서 발생되는 수많은 문제들과, 소고기보다는 서민들에게 부담 없이 단백질을 제공하며 입맛을 즐겁게 해 주는 돼지고기의 수요 확산에 발맞춰 생산량이 증가할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다.

그렇다면 현실에 맞게 양돈축산업을 하고 있는 농가의 축사 확장이나 하고자 하는 희망농가에 인·허가를 내줘야 되지 않겠는가?

그러나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동면, 이양면, 남면 일대의 주민들처럼 결사코 반대하고 나설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 구충곤 군수의 고뇌(苦惱)

구충곤 군수는 ‘아무리 좋은 사업이라도 주민들과 지역민들이 반대하면 하지 않겠다’는 소신을 늘 밝혀왔고 이번에도 동면 운곡리 친환경축산단지조성 정부 공모사업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깊은 고뇌에 빠졌음을 잠깐 내비쳤다.
“3월 공모 예정이니 주민들과 절충하여 이 사업을 추진하고 싶었으나 그 추운 날씨에 어르신들이 백여 명 가까이 군청 앞까지 오셔서 데모하고 계시는데 너무 가슴이 아프고 안타까웠다. 어르신들과 주민들을 더 이상 고생시키면 안 되겠기에... 다시 한 번, 반대하면 절대 안하겠다는 말씀을 드렸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 사업 자체를 완전히 포기하지는 않고 있다. 가능성은 희박하지만 13개 읍면에 공지를 해서 혹시 유치할 의사가 있는 지역은 인센티브도 주고 해서 유치했으면 한다. 어렵게 중앙 예산까지 확보됐는데 포기하기엔 아쉽다.”고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역주민들께서 행정에 대한 불신이 크다는 걸 이번에 느꼈고 반성을 많이 해야 할 부분”이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 곤궁이통(困窮而通)

다시 한 번 우리 군과 군민 모두가 우리 郡의 양돈축산업에 대해 숙고(熟考)해 봐야 할 일이다.
군은 지속가능한 미래지향 친환경축산 도시의 입지를 다질 수 있는 방법을 더욱 다각도로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서 대책과 대안을 내 놔야 한다.
지역민들은 축산업으로 인한 악취와 환경오염이 없는 좋은 환경에서 살 수 있는 길을, 축산업 농가들은 민원 걱정 없이 효율적이고 안전한 축사환경에서 생산성을 높여 수익을 올리는 길을, 소비자는 수입산이 아닌 돼지고기를 싼 값에 안전하게 사 먹을 수 있는 길에 대해 다같이 고민해야 한다.

우리 군에 살고 있는 모두가 반목(反目)과 질시(疾視)보다는 조화롭게 상생하는 길에 대해 머리를 맞대고 해법을 구하면 곤궁이통(困窮而通)하게 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