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시니어기자

며칠 전 나보다 서너 살 더 많은 형님의 부고를 받았다. 언제나 밝고 환한 모습으로 나를 칭찬해 주었던 모습이 떠올랐다. 한동안 떠나지 않는 슬픔 속에서 인생무상이라는 말만 되뇌었다. 사람마다 누리고 싶은 연수가 다 다르지만, 이승을 떠나는 경우 애석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 가을에 낙엽이 지고 봄이 오면 만물이 소생하지만, 사람이 살다가 떠나는 것은 다시 돌아온다는 기약이 없기 때문에, 어떻게 살 것인가를 더 생각하게 된다. 울면서 태어났다가 웃으면서 떠날 수는 없을까?

죽는 것은 정해진 일이라, 죽음 자체를 슬퍼해야 할 것은 아닌 것 같다. 우리에게는 수한(壽限)이 있어, 천수를 다 누리고 간다면 슬퍼할 게 없다. 늙어간다는 것은 정해진 수명을 채우기 위해 살아 존재하는 것이니 늙어가는 것 자체가 고마운 일이다. 세상을 떠나는 순서는 장유유서가 없으니 늙어갈수록 기뻐하고 감사해야 할 일인 것 같다.

잘 살기 위해서 남과 자신에 대해서 험담하지 말자. 사탄(Satan)은 파괴의 영이라 사람을 미혹하여 미혹된 자와 관계된 자를 파괴하는데, 험담하는 자는 사탄과 같은 일을 한다. 남을 험담하는 것보다 자신을 험담하는 것은 더 나쁘다. 자신을 깎아내리는 것 중의 하나는 열등감인데, 열등감은 자신을 파괴하며, 미워하며, 자신의 삶을 망치고 급기야 자살로 내몰기도 한다.

열등감은 “너는 이제 끝났다. 그림자처럼 사는 길밖에 없다.”라고 말한다. 열등의식으로 인하여 삶의 지경은 좁아지고, 마음도 몸도 점점 작아지며 기운은 꺾이고 자긍심도 사라질 때, 고아처럼 쭈그리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긍휼히 바라보자. 열등감으로 괴로워하지 말자. 자기를 비하하는 마음이 들 때에는 하나의 생명이 우주보다 더 귀하다는 것을 명심하자.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해 아래에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무엇이 유익한가. 모두 다 헛되어 바람을 잡으려는 것이로다.” (전도서 1) 우리가 추구하는 것이 영원한 기쁨이나 사랑이 되지 못한다면 자신이 하는 일에 너무 얽매이지 말자.

젊었을 때는 자신감이 넘치는 삶을 살았으나 늘그막에 베풀 수 있는 능력이 없어지면 사람들에게 무시를 당하거나 버림을 받게 되고, 자기를 불쌍히 여겨 줄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될 때, 신앙에 관하여 생각해 볼 수 있다. 사람으로부터 위로받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때 창조주를 믿고 그분의 말씀대로 살아가려고 한다면 어느 정도 위안을 받을 수 있다. 창조주는 우리의 영혼을 지옥에 버려두지 않겠다고 약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혼에 관한 이야기가 나오면 대체로 “죽으면 끝이다.” 라고 말한다. 임사(臨死)체험을 한 사람들이 천국이나 지옥을 보았다고 증언하는데, 이를 부정하는 과학자들도 있어, 온전히 믿을 순 없으나. 무당이 행사하는 것을 보면 사후에 영혼의 존재 여부를 단정하여 말하기 어렵다.

대부분 종교는 우리의 욕구, 열정, 탐욕이 고통을 일으킨다고 가르치고 있는데 욕망에 관한 부정적인 시각은 자기혐오를 심화시킨다. 붓다는 욕망이라는 것이 괴로움의 원인이 아니고 욕망에 집착하는 것을 문제 삼는다. 자신의 욕구를 밀어내버리는 것은 살아 있음의 원천을 거부하는 것이 되므로 욕구 자체를 부정하기보다는, 탐욕의 강도가 너무 커서 삶 전체를 장악하지 않도록 하자.

오늘도 하루가 저물어 가는데 오늘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을까? 나이가 많아지는 것에 감사하고, 누군가를 미워하거나 험담하는 일이 차츰 줄어 들어가고, 열등감을 극복하며, 욕망의 무거운 짐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그런대로 잘살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