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수 시니어기자

삶 속에서 어떤 때는 더는 반복되지 않을 경험이었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하는 때가 있는데 대충 다음과 같은 경우들이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고 매사에 자신감을 보이는 친구들과 만남에서 그들은 무언가를 배려해주고 있는 것처럼 행세하고, 무언중에 함께 지내는 것이 자랑스럽지 않느냐는 식으로 대할 때, 더는 지속할 수 없는 관계임을 느낀다. 어떤 이득을 상대적으로 많이 보고 있는 것 같은 모임, 이런 불균형의 관계에서 벗어나 홀가분함을 만끽하고 싶다.

타인과의 관계에서 타인과의 거리감을 상실할 때 조심성이 없이 함부로 대하기도 하고, 거부하기 곤란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생긴다. 냉정하게 대하는 것은 아닐지라도 불쾌하면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필요도 있다. 이는 너무 이해(利害)를 따지는 행동이라 정이 가지 않는다고 할 수 있으나, 타인의 이기심을 비난하는 것은 자신의 이기심 때문일 수도 있다. 타인을 위한 희생정신은 고귀하나, 타인으로 말미암아 무시를 당하는 것 같은 느낌이나, 딱(困苦)함에 빠지는 것은 조심하고 싶다.

하루하루의 삶 속에서 특기할만한 즐거움을 발견하지 못할 때는 이런 인생은 무의미하다고 불평을 하다가도, 몸이 심하게 아프거나 병이 깊어지면 이제까지 불평 속에 살았던 삶을 동경하게 된다. 이는 행복의 기준이 흔들리기 때문일 것이다. 평소 일상의 행복을 알지 못하고 지내는 경우가 없기를 바란다. 오늘 하루의 삶을 감사하고, 내일이 큰 변화 없이 나의 삶으로 이어진다면 또 감사하고 싶다.

우리가 수용할 수 있는 것의 경계가 우리 자유의 경계다. 라는 말이 있다. 가능하면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넓히고 싶다. 누군가의 잘못된 행동을 보고 그래선 안 된다. 라고 단정하여 말하기 보다는 그럴 수도 있다. 라고 인정하며 살고 싶다.

우리는 태어나는 것이나 삶을 마치는 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만사분이정(萬事分已定)이란 말을 온전히 부정할 수는 없다. 삶의 과정에서 느끼는 희로애락의 분량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면, 운명이 주는 역경으로 몸은 자유롭지 못할 수 있지만, 마음만은 흔들리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책(自責)하여 주눅 들게 하면서 더 나은 방향으로 몰고 가거나, 결점을 숨기려는 애쓰지 말고, 순수하지 못한 점이나 완전하지 못한 점도 인정하며 감싸 안는 것이다. 왜냐하면 온전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우리는 완벽한 몸과 용모에 대한 대중매체의 기준을 만족시키려고 흰머리를 염색하고 주름을 제거하려고 노력하기도 하고 끊임없이 다이어트를 시도하기도 한다. 우리 자신을 이상적인 모습과 비교하며 그 차이를 줄이려고 애쓰지만 많은 경우에 ‘뭔가 만족스럽지 않다.’라는 의식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우리가 누구며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맘 편하게 즐기고 싶다.

고통의 진원지(震源地)에는 다가가기 어려운 이상향(理想鄕)이 있다. ‘현실의 자기’와 ‘되고 싶은 자기’와의 괴리(乖離) 속에 고통은 존재하며, 이 틈을 좁히려고 애를 쓰는데 마음대로 되지 않을 때 우울함에 빠질 수 있다.

이상적인 자아를 만들기 위해 여력이 있으면 노력해야 하지만, 쉬고 싶으면 내려놓아야 한다. 지금까지 최선을 다했으며, 그런대로 견딜만하다고, 더 낮은 곳을 바라보며 자기를 위로해야 한다. 이 세상을 살면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내가 구애받지 않는 것을 해탈이라고 한다. 삶을 잘 사는 유일한 방법은 매 순간을, 지금, 이 순간을 반복될 수 없는 기적으로 생각하고 받아들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