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태한 무등산국립공원동부사무소 소장

어느덧 입석대, 서석대의 주상절리에 핀 상고대를 감상할 수 있는 겨울이 찾아왔다. 절기상 입동(立冬)이 지나 기온이 뚝 떨어지며 겨울을 재촉하는 겨울비가 촉촉이 내리더니 이젠 겨울이 성큼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음을 느낀다. 연일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겨울산행의 낭만을 즐기기 위해 국립공원을 찾는 탐방객의 발길은 여전하다.

기온이 낮은 겨울철에는 심장질환 발생위험이 높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전체 사망사고 90건 중 심장질환에 의한 사망사고가 50건으로 절반 이상(55%)을 차지했으며, 특히 겨울철(11월~2월)에 발생한 사망사고 31건 중 심장돌연사는 20건에 달했다.

심장질환은 한국인의 사망원인 중 암에 이어 2위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2017년 질병관리본부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는 일반인 심폐소생 실시율이 16.8%로 일본(48.1%), 덴마크(45%), 미국(36.3%) 등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평소 심장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자신의 체력을 넘어서는 등산을 할 때 심장에 무리를 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국립공원을 탐방할 때는 자신의 체력과 건강상태에 맞는 산행코스를 선택하고, 산행 전에 스트레칭 등 충분한 준비운동을 실시해야 한다.

산행 중 발생하는 심장정지 등은 시간이 지체되면 회생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에 누구라도 응급처치요령과 심폐소생술을 배워두는 것이 좋다. 심장질환으로 심장이 정지했을 경우 4분 이내 심폐소생술을 실시할 경우 생존율이 매우 높아진다.
심폐소생술(CPR)이란 심정지가 발생한 사람에게 인공호흡과 흉부에 압박을 가함으로써 인위적으로 혈류를 생성, 순환을 시도해 환자의 심박동이 회복될 때까지 뇌와 심장에 산소를 공급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가슴에 압력을 가해 피를 돌게 하는 심장과 폐 활동이 갑자기 멈췄을 때 실시하는 응급처치를 말한다. 특히 심장마비가 발생하면 온몸으로 혈액 순환이 중단되기에 바로 조처를 하지 않으면 사망하거나 심각한 뇌 손상이 일어날 수 있다. 뇌는 혈액 공급이 4~5분만 중단돼도 영구적으로 손상될 수 있다. 심장마비를 목격한 사람이 즉시 심폐소생술을 시행하게 되면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 않은 경우에 비해 심장마비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3배 이상 높아진다. 따라서 모든 사람이 심폐소생술을 배운 후 응급상황에서 이를 신속하게 심폐소생술을 시작하느냐가 환자의 생사를 좌우할 수 있다. 심폐소생술을 반드시 익혀 유사시 대비해야 하겠다.

심정지 환자가 발생 할 경우에는 먼저 의식과 호흡확인을 확인한 후 주변 사람에게 119에 전화해 달라고 부탁하고 자동심장제세동기(AED)를 함께 요청해야 한다. 주변에 아무도 없으면 직접 119에 신고한 후, 한 손을 다른 한 손의 손등 위에 올린 후 깍지를 낀 다음 가슴 압박을 30회 실시한다. 팔을 쭉 펴고 수직으로 분당 최소 100회 속도 및 최소 5㎝ 깊이로 환자의 가슴을 압박한다. 그런 다음 머리를 뒤로 젖히고 턱을 위로 들어 올려 기도를 열고 인공호흡을 2회 실시한다. 119와 국립공원 구조대원이 도착할때 까지 30회의 가슴압박과 2회의 인공호흡을 반복 시행한다. 심폐소생술 시행 중에 자동제세동기가 도착하면 AED를 이용한 조치를 취한다.

심폐소생술은 이론적인 면보다 실제로 행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기에 평상시 훈련이 매우 필요하다. 심폐소생술 방법이나 관련 교육 등에 관한 정보는 국립공원 홈페이지나 대한심폐소생협회, 지자체, 소방서 등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무등산국립공원동부사무소는 올해 1월 대한심폐소생협회 일반인 심폐소생술 교육기관 인증을 받아 안전문화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전 직원이 심폐소생술 교육을 수료하여 심장질환 환자 발생 시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으며, 소방서 등 유관기관과 합동으로 주요 탐방거점지역에서 ‘4분의 기적’을 전파하고 있다.
또 국립공원 최초로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스마트 CPR 교육을 도입하여 시뮬레이터 안전체험관을 운영하고 있다. 기존 마네킹으로 실습하던 교육법에 비해 시뮬레이터를 적용해보니 모니터를 통해 실습생의 압박 깊이 및 횟수에 대한 정확한 학습과 즉각적이 피드백이 가능하였으며, 재미와 경쟁을 유발하여 탐방객 및 교육생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심폐소생술은 사랑하는 내 가족과 동료, 가까운 내 주변 사람을 구하는 기술이다. 119가 아무리 빨리 출동한다 해도 환자 옆에 있는 나보다는 빨리 올 수 없을 것이다.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골든타임의 키를 내가 쥐고 있는 것이다. 119가 도착하기 전까지 환자의 곁에서 누군가가 심폐소생술을 실시한다면 환자가 살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높을 것이다. 만약 내가 쓰러져 있을 때 옆에 있는 내 가족이 심폐소생술을 할 줄 알아야 내가 살 확률이 높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가족과 내 주변 사람들이 심폐소생술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심폐소생술 교육의 기회가 있을 때 마다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확실히 익히면 혹시 모를 응급상황이 발생한다 할지라도 망설임 없이 심폐소생술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을 것이다. 이번 기회에 온 가족 모두 심폐소생술 배우기를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