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주고등학교 '제5회 거꾸로 과학 캠프'

‘최고의 학생, 최고의 실력, 최고의 선생님’이라는 슬로건을 내건 능주고등학교가 해가 갈수록 명문고로써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능주고(교장 권정순)는 지난 2018학년도 대학입시 수시전형에서 전남지역 일반고 중 단연 최고의 진학결과를 이뤄내는 성과를 거뒀다. 능주고가 수시 전형에서 좋은 성적을 얻게 된 것은 무엇보다 능주고만의 특화되고 차별화된 프로그램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기사에서 소개할, 지난 7월 13일부터 14일까지 진행된 ‘제5회 거꾸로 과학 캠프(Neung-ju high school Flipped Science Camp ; NFSC)’가 그 노력의 일환이다.

‘새로운 수업방식의 패러다임 시작, 거꾸로 수업’
캠프의 시작부터 끝까지 프로그램을 주도적으로 이끌어 나가거나 교실의 앞에 서 있는 선생님들은 없었다. 일반적인 수업과는 다른 분위기였다. 교실 앞에는 학생이 서 있었고, 학생들은 분필을 잡고 있지 않았다.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은 선생님이 아닌 교실 앞의 학생위원들에게 집중하였고, 그들의 손에는 교과서가 아닌 다양한 실험도구와 자유로운 형식으로 채워진 활동지가 있었다.

‘거꾸로 수업’이란 전통적인 수업방식을 탈피하고 학생활동이 중심이 되는 참여형 수업의 한 형태이다. 학생들은 수업에 앞서 수업내용을 교사가 제공하는 온라인 영상 등을 통해 미리학습해 오고, 본 수업의 교실에서는 이를 바탕으로 학습자 중심의 활동이 이루어진다. 거꾸로 과학캠프는 이의 방식을 접목한 과학캠프로 교사의 주도가 아닌 학생위원이 마치 교사가 되어 일련의 실험과 관련된 이론, 활동을 준비하고, 참여 학생들이 중심이 되어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캠프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교사가 아닌 학생 주도로 운영된다는 것이 다른 학교 프로그램과의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본 캠프에서 교사의 역할을 맡은 학생위원들은 캠프가 개최되기 한 달 전부터 틈틈이 지도 교사와의 피드백을 통해 실험 설계, 예비 실험, 프레젠테이션 만들기 등 2시간 가량의 분야별 실험활동을 준비한다. 참여 학생들은 사전에 배부된 활동지를 미리 작성하고, 토론활동의 바탕이 될 다큐멘터리를 시청하며 거꾸로 과학캠프를 준비한다. 특히 학생위원들은 실험활동 뿐만 아니라 캠프의 모든 프로그램을 직접 구상하고 진행하며 캠프 진행의 주축이 된다.

참가학생들은 캠프를 통해서 이론 설명과 문제 풀이가 주가 되던 수업에서 벗어나 직접 참여한 탐구활동을 통해 과학교과의 심도 있는 내용을 학습하게 되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또한 모둠원과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면서 과학적 문제 해결력과 의사소통 능력을 얻었다고 이야기 했다.

‘학생들이 직접 기획한 다양한 프로그램’
횟수로 5회째를 맞은 이번 과학 캠프는 종전의 과학 캠프와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학생 위원이 주가 되어 실험을 설계하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운영방식은 지난 캠프와 동일하였지만, 이번에는 각 분야의 실험과 토론활동들이 궁극적으로 ‘능주고, 미래도시를 설계하다!’라는 큰 주제를 향하고 있었다. 캠프에 참여한 학생들은 양일간 크게 두 그룹으로 나뉘고, 또 각 그룹 안에서 4개의 모둠으로 편성되어 모둠활동이 이루어졌다.

1일차 ~ 2일차 오전 :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 4개 분야에서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었다. 물리 분야에서는 빛의 전반사를 이용한 레이저 폭포 실험 후 모둠대항 레이저 장기대회를 실시하였는데 30분이 넘는 시간동안 한 학생도 자리에서 떠나지 않고 토론을 통해 게임을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화학 분야에서는 수소연료전지 실험과 3D 폴리모프를 이용한 물라스틱 만들기 실험이 진행되었다. 미래도시하면 떠오르는 에너지와 신소재 측면에서 참여 학생들이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 생명과학 분야에서는 환경과 관련하여 엽록소 추출·분리 실험을 진행하였고, 지구과학 분야에서는 풍력발전과 구름 만들기 실험으로 참여 학생들이 미래도시 설계에 기본이 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였다.

2일차 오후 : 앞서 실험한 내용을 확장하는 활동이 이루어졌다. 개별적으로 시청하고 온 YTN 사이언스 다큐멘터리의 3생토론 활동인 DIE(Documentary In Education)가 진행되었다. ‘3생 토론’이란 다큐멘터리를 시청한 후 자신에게 문답하며 ‘생’각하기, 모둠원과 준비해온 질문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여 ‘생’각 교차하기, 공통질문을 선정하여 자기 진로와 관련하고 심화시키는 ‘생’각 확장하기 순으로 토론하는 것을 말한다. 학생들에게는 길고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2시간의 토론 시간 동안 능주고 학생들은 모든 학생이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고, 진로와 연계하여 모둠원과 생각을 나누며 진지한 태도로 임하였다. 4분야의 실험 후 정리시간을 학생위원들이 직접 준비한 카훗 게임으로 진행되었다. 실험 내용에 대해 복습도 하고 센스 있는 문제들로 참가 학생들의 쉬어가는 시간이 이어졌다.

캠프의 마지막은 ‘미래도시 설계하기’였다. 이번 NFSC의 꽃이라고도 할 수 있었던 미래도시 설계 시간에는 각 실험이 끝날 때마다 학생들이 실험내용과 미래도시를 연관 지어 작성해 두었던 활동지 내용을 종합하여 미래의 도시를 설계해보고 발표하는 활동이었다. 실험 활동을 확장해 미래의 능주고등학교 모습을 그려 본 모둠의 발표가 인상적이었다. 환경을 생각한 학교 벽면 녹화(생명과학 분야)가, 주차장엔 수소연료전지 자동차(화학분야)가, 과학수업 교구로는 3D 폴리모프(화학분야)가 이용되고, 옥상엔 빛의 전반사를 이용한 태양광 발전이, 교실에선 홀로그램을 통한 수업(물리분야), 단열팽창을 이용한 기후현상 조절(지구과학 분야)을 이용한 학교 행사 진행 등 이틀 동안 직접 진행한 실험 속에서 배운 내용으로 미래의 20년 후의 능주고 모습을 그려 발표하였다. 캠프 참가 학생인 2학년 최재원 학생은 “미래 도시 설계하기 활동을 통해 비로소 이번 캠프 주제를 명확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단순히 실험을 실습해 보는 캠프가 아니라 4개 분야의 활동을 통해 4차 산업혁명시대에 요구되는 융합적 사고 능력을 기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답했다.

‘거꾸로 과학 캠프의 또 다른 주인공, 학생위원!’
거꾸로 과학캠프의 처음과 끝에는 학생위원들이 있었다.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의 분야별 3~4명으로 구성된 학생위원들은 거꾸로 과학캠프 한 달 전부터 대주제 선정을 시작으로 바쁘게 달려왔다. 캠프 한 달 전 지원서를 바탕으로 한 면접을 통해 학생위원들이 선발 된다. 자신이 지원한 분야의 학생위원이 되면 학생들은 주제·실험 선정부터 물품 준비, 예비실험, 실험에 대한 이론 공부, 학생들에게 보여줄 프레젠테이션까지 한 달여간의 기간 동안 직접 준비한다. 각 분야별 지도 교사와 함께 예비실험을 진행하며 참여 학생들에게서 나올 수 있는 질문, 색다른 실험방법 등을 미리 예상해 보며 원활한 캠프 진행을 위한 준비를 한다. 캠프에 학생위원으로 참여했던 1학년 정현호 학생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해 보았다.

Q. 학생위원은 어떻게 구성하며 주된 활동은 무엇입니까?
A. 학생위원은 먼저 지원서를 작성하여 제출합니다. 물리·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의 4가지 분야 중 자신이 희망하는 과목을 선택한 후, 거꾸로 과학캠프에서 진행하고 싶은 실험에 대한 내용과 포부 등을 포함한 지원서를 작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도교사 선생님들과 인터뷰를 진행하여 선발됩니다. 이렇게 뽑힌 학생들은 거꾸로 과학캠프의 시작부터 끝까지 실험을 비롯하여 토론활동까지 모든 과정을 이끌어 간다고 볼 수 있습니다.

Q. 왜 학생위원에 지원하게 되었습니까?
A. 일단 직접 실험을 선정하고 설계해보는 활동이 매력적으로 느껴졌습니다. 교과서 속 이론을 바탕으로 직접 실험을 설계해보고, 참여 학생들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배울 수 있는 것이 많을 것이라고 기대되었습니다. 프로그램을 계획하는 기획력뿐만 아니라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하며 표현하는 능력도 기를 수 있을 거란 기대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Q. 학생위원 활동을 하면서 힘들었던 점은 없었나요?
A. 가장 재미있으면서도 힘들었던 것이 바로 가실험 · 예비실험 단계였던 것 같습니다. 실험 결과에 따른 오차의 이유에 대해서도 생각해야 했고, 나와는 다른 실험설계를 하는 참여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변수에 대해서도 고민해야 했습니다. 단순한 실험인 것 같지만 여러 번 반복하면서 생각해야할 것들이 많아서 어려운 점이 있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도교사 선생님께 피드백을 받고, 함께하는 학생위원들과 생각을 나누면서 거꾸로 과학캠프 개최 날이 가까워지는 만큼 저의 자신감 또한 높아졌던 것 같습니다.

Q. 끝으로 거꾸로 과학캠프와 관련하여 하고 싶은 말이 있나요?
A. 힘든 만큼 보람도 큰 활동이었습니다. 마지막에 참여 학생들에게 받은 롤링페이퍼에 수고 많았다는 문구들을 보며 감동받기도 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에게 참여도 좋지만 다음에 진행될 거꾸로 과학캠프에 학생위원으로 지원하여 활동해 볼 것을 강력 추천하고 싶습니다.


능주고등학교 거꾸로 과학캠프의 지도교사 박재곤 선생은 "회가 거듭될수록 학생들이 준비하는 프로그램의 질과 수준이 높아지고 있고, 참여 학생들이 얻어가는 것들 또한 많아지고 있는 것 같다며 지도 교사들도 프로그램 준비에 더 힘써야겠다."고 답했다. 겨울에는 거꾸로 과학 심화 캠프 개최를 계획중이다고 한다. 거꾸로 수업을 도입한 과학캠프를 이용하여 새로운 교육의 패러다임을 보여줄 능주고등학교의 미래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