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마지막 선비라고 불리며 호남 서화(書畫)분야에 큰 업적을 남긴 화순 출신 근원 구철우(1904~1989) 선생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전시회가 광주시립미술관 본관 제3․4전시실에서 25일 개최되었다.

화순군(군수 구충곤)과 광주시립미술관(관장 조진호)이 공동 기획한 전시회에는 근원 선생의 서예 및 묵화 작품 55점을 비롯해 유품 50점이 선보인다.

특히 관람객들의 작품 감상을 돕기 위한 작품 해설과 함께 선생의 생전 모습을 담은 영상도 상영되고 있다.

25일 열린 근원 구철우 선생 작품 전시회 개막행사는 지역 문화예술인들과 유족 등 150 여명이 함께한 가운데 성황리에 열렸다.

구충곤 화순군수는 “근원 구철우 선생은 예술은 돈이 아니라는 확고한 신념으로 일생동안 한 번도 개인전을 열지 않았다”며 “선생의 예술세계가 일반인들에게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근원(槿園) 구철우(具哲祐, 1904~1989) 선생

號는 근원(槿園)이며 전라남도 화순군 한천면 정리에서 천석군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여덟 살 무렵 ‘꼬마명필’로 알려질 정도로 글씨를 잘 썼다. 양곡(良谷) 이승복(李承福)과 후석(後石) 오준선(吳駿先) 문하에서 한학을 배웠으며, 손에 흙 한번 묻히지 않고 유유자적 지필묵만을 가까이 하다 열여섯 살 되던 해인 1920년 양재옥 씨와 결혼을 한다. 결혼 직후 서울의 배재학당에 입학하면서 신･구(新･舊)학문을 두루 섭렵하였다. 그러나 중동학교 3학년 재학 중에 증조할아버지의 권유로 귀향하였고, 1928년 광주시 대인동으로 이사하면서 허백련(許百鍊) 문하(門下)에서 그림과 글씨를 본격적으로 배우게 되었다.

1938년 허백련이 광주에 전통 서화가 양성을 목적으로 설립한 연진회 (鍊眞會)의 주요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소전(素筌) 손재형(孫在馨) 같은 유명 서화가들과 친분을 맺었다.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자택에서 5년 동안 매일 팔백 자(八百 字)씩 글씨를 쓰면서 개성적 필법을 완성하였다. 특히 그는 조맹부(趙孟頫)의 송설체(松雪體)에 근간을 둔 단아한 행서(行書)에 뛰어났으며, 사군자(四君子) 중에서는 매화(梅花)가 일품(逸品)이었다.
덕분에 1955년 묵죽(墨竹)으로 국전 특선을 시작, 연 4년 동안 사군자로 특선을 차지해 서예계에 두각을 드러낸다. 1960년에는 국전 초대작가로 추대되었고 이어 서예부문의 심사위원과 심사위원장직을 일곱 차례나 지냈다. 또 1961년에는 전라남도 문화상을 받았고 75년에는 한국예술원 원로작가로 추대되는 영광을 누린다. 의재가 타계한 78년부터 그가 죽기 전까지는 연진회의 미술원 원장 직을 맡아 후진 양성에도 정성을 쏟았다.

한국 서예계의 변화를 진정으로 염려했던 근원은 전주의 강암 송성용(剛菴 宋成鏞), 제주의 소암 현중화(素菴 玄中和)와 더불어 남쪽의 3색으로 불려졌다. 해박한 동양철학과 사상을 실천에 옮기며 의재 허백련(毅齋 許百鍊) 동강 정운면(東岡 鄭雲勉), 구당 여운구 (丘堂 呂元九), 송곡 안규동(松谷 安圭東), 목정 최한영 (牧丁 최한영)과도 친분이 두터웠고, 故人이 된 광주관음사 상인 스님과 불교의 뜻을 나누기도 했다.

1956년 제5회 국전 서예․사군자에 출품한 「묵죽」을 시작으로 연속 4회 특선을 하면서 1960년 국전 추천작가가 되었고, 이후 서예부의 심사위원 및 심사위원장을 7회 역임하였다. l96l년 전라남도 문화상을 수상했으며, 1975년 한국예술원 원로작가에 추대되었고, 1978년 고 허백련의 유지에 따라 설립된 연진회 미술원의 초대 원장으로 후학을 양성하였다. 이곳은 광주농업기술학교를 바꾸어 1978년 2월 10월 개원한 미술교육기관으로 보통과 와 전문과로 나누어 사군자와 습자는 물론 국어, 국사, 기초 한문 등의 교양과목도 가르쳤다. 더불어 전라남도 미술대전, 무등미술대전 등 공모전의 심사 또는 운영위원으로 광주 화단의 발전에 기여하였다. 이밖에 1964년 신세계미술관에서 개인전이 열렸으며, 1973년 ‘원로작가 초대전’을 비롯해 1979년 열린 ‘아주현대서화명가 전(亞洲現代書畵名家 展)’, 1982년 국전(國展)이 폐지되고 처음 열리는 ‘82 현대미술초대전’, 1985년 ‘현대미술 40년 전’, 1988년 올림픽을 기념해 개최된 ‘국제현대서예전’, 1990년 ‘한국서예 국전 30년 전’ 등 국내외의 주요 전시회에 참여하였다.

현재 전라남도 순천 선암사 경내의 삼성각(三聖閣) 편액과 허백련 묘비는 그의 글씨이며, 다수의 글씨와 사군자가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