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개인 여름 아침

김광섭

비가 개인 날

맑은 하늘이 못 속에 내려와서

여름 아침을 이루었으니

녹음(綠陰)이 종이가 되어

금붕어가 시를 쓴다


김광섭(金珖燮, 1905~1977)

김광섭(金珖燮, 1905~1977)은 시인으로서도 이름이 높지만, 해방 뒤에 몰아친 左 · 右翼의 극심한 대립과 갈등의 소용돌이 속에서 우익 문학 단체를 앞장서 이끌고, 文人으로서는 드물게 관직에도 한동안 머문 履歷을 가진 인물이다. 美軍政廳 공보국장을 거쳐 정부 수립 뒤에는 이승만 대통령의 초대 공보 비서관을 지내다 뇌혈관 질환으로 쓰러지는데, 그의 문학 인생을 놓고 본다면 뇌혈관 질환으로 쓰러진 게 뜻밖에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그는 한결 고적해진 생활 속에서 객관적 현실을 정면으로 투시하며 이를 오롯이 자신의 문학 속에 담아내기 시작한다. 1969년에 펴낸 시집 『성북동 비둘기』는 이런 시간 속에서 거둔 열매인 셈이다. 그는 이 시집에서 한결 소박하고 겸허한 일상인의 자세로 삶을 이야기하고, 나아가 달관의 미적 공간을 열어간다. 김광섭이 내놓은 시들의 부드러움과 따뜻함 뒤에는 우리 사회가 산업 사회로 이행하면서 드러낸 비인간화에 대한 준엄한 비판 정신이 도사리고 있다.
지식인의 고뇌와 민족의식을 관념적으로 읊다가 차츰 구체적인 현실을 노래했고 대표작으로 <성북동 비둘기>, <저녁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