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중국 초나라에 계포(季布)라는 장수가 있었는데 한번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키는 것으로 유명한 사람이었다. 이후로 계포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의 대명사가 되었고, 이것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반드시 약속을 지킨다는 고사성어 '계포일락(季布一諾)'이 되었다.

급변하는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계포는 어리석은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친구와 동료와 부모님과 심지어 자기 자신과도 약속을 하는데, 이것을 모두 지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렵다고 하더라도 약속을 하기 이전에 지킬 수 있는 약속인지 충분히 생각하고, 그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을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데 이것을 선거에서는 ‘매니페스토(Manifesto) 정책선거’라고 한다.

매니페스토란 라틴어로 ‘손(manus)’과 ‘치다(fendere)’의 합성어로 약속 이행을 다짐할 때의 ‘선언, 서약’을 뜻하는 말로서, 선거에 임하는 정당이나 후보자가 유권자에 대한 계약으로서의 구체적인 목표, 추진 우선순위, 이행방법, 이행기간, 재원조달방안을 명시한 공약을 말한다. 이에 대하여 유권자는 정당·후보자의 공약을 비교하여 실현가능성이 가장 높은 공약을 많이 제시한 정당이나 후보자에게 투표하는 것이다. 그리고 선거일 후 당선자는 선거 때 제시한 자신의 공약을 실천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유권자는 당선자가 제시한 공약의 이행상황을 평가하여 다음 선거에서의 지지여부를 결정하자는 것이 매니페스토 정책선거 추진운동이다.

지난달 2일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통계에 따르면 19대 지역구 국회의원 239명(전체 246명 중 공석·사고 지역구 7명 제외)의 지난 2012년 국회의원선거 당시 내건 공약 8481개를 분석한 결과, 완료된 공약은 51.2%인 4346개로 집계됐다. 추진중인 공약은 3525개로 41.56%의 비율을 기록했고, 반면 보류되거나 폐기된 공약은 각각 130개(1.53%)와 102개(1.20%)였다. 이는 지난 18대 국회의 공약 이행완료율(35.16%)보다 16.08%포인트 더 높아진 것이다. 우리 국민의 민주시민의식이 성장하는 만큼 후보자·정당도 정책선거 실현을 위해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아직까지 일부에서는 정책과 능력보다는 혈연·지연·학연 또는 자신의 이익에 따라 선택을 하는 구태의연한 행태가 있다. 우리나라의 잘못된 선거관행을 바로잡고 선거가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정책으로 경쟁하고 이를 추진할 역량과 자질을 갖춘 후보자·정당을 선택하는 분위기가 정착되어야 할 것이다. 이에 선거관리위원회에서는 후보자들의 공약개발 지원과 참여유도를 위한 홍보캠페인과 더불어 유권자들에게는 정책공약 관련 정보제공을 통해 매니페스토를 우리의 ‘선거문화 개선운동’으로 확산시키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건강하고 생산적인 선거참여 활동으로 활용되도록 유도하기 위한 공약은행 운영을 비롯해 매니페스토 협약식, 설명회, 캠페인 등 다양한 홍보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다가오는 4월 13일 제20대 국회의원선거는 향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선거로 어느 때보다 정책선거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국가발전과 국민화합을 이루는 원동력이자 위대한 나라, 희망찬 대한민국 건설을 앞당기는 첫 단추는 바로 정책으로 판단하고 정책으로 경쟁하는 매니페스토가 될 것이다.

이번 선거가 정책선거 실현을 통해 정치선진화 구현 목표가 소기의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후보자·정당은 '계포일락(季布一諾)'의 정신으로 선거에 임하고, 유권자 및 언론과 시민단체는 깊은 관심을 가지고 제20대 국회의원선거를 아름다운 선거, 대한민국의 축제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