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농협이 화순하나로마트 인근에 추진하고 있는 로컬푸드 직매장이 인근 전통시장 상인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달에 열리기로 했던 당사자들 간의 간담회는 여태껏 열리지 않고 있다. 19일에 열리기로 했던 간담회도 열리지 않았고, 29일이라고 보도했던 본지의 기사는 이형권 조합장과의 통화내용을 근거로 한 것이었지만 그대로 실행되지 않았다.

상인들은 기존의 하나로마트에 로컬푸드 직매장까지 들어서면 인근 상권이 큰 피해를 본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태다. 상인들은 2008년 하나로마트가 대형화될 때부터 이미 매상이 격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하나로마트가 대형화되면서 상인 수도 400여명에서 절반이 됐다고 한다.

상인회 측은 로컬푸드 매장 취지에 공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위치 선정에서 농협 측과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로컬푸드 직매장이 시장과 인접하면, 상인들의 피해는 불 보듯하다. 그래서 상인회 측은 로컬푸드 직매장이 시장과 1킬로미터, 최소한 500미터는 간격이 있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화순군과 화순농협은 당초 8억원을 들여 계획하고 있는 로컬푸드 직매장은 화순군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생산자가 직접 가격을 결정해 팔고, 판매수수료 10%를 공제하는 방식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상인들은 기존의 1650㎡ 규모의 하나로마트에 새롭게 305㎡ 크기의 로컬푸드 직매장이 들어서면 “재래시장 등 인근 상권이 큰 피해를 본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형 매장이 들어서면, 전통시장이 타격을 입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화순농협(조합장 이형권)은 "5일장이 열리는 날에는 2시 이후에 로컬푸드 매장을 오픈하고, 1년에 걸친 전통시장 라디오 광고, 분기 1회 문화 공연을 지원 사업을 제시하겠다"는 등의 해결책 등을 제시했다. 그러나 농협이 제시한 이러한 방안들은 미봉책에 그치는 것이지,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전통시장 바로 인근에 로컬푸드 직매장이 들어서는 것이 갈등의 핵심인데 이형권 조합장의 제시안은 본질에서 벗어난다는 평가다. 또한 이형권 조합장의 제시안은 전통시장도 자체적 역량이 충분한 것이어서 로컬푸드 직매장 설치와 주고받을 만한 사항이 아니다.

로컬푸드 직매장 추진과 관련하여 이형권 조합장은 “화순전통시장에서 판매되는 농산물 대부분이 이 지역 농민들이 직접 생산한 게 아니라 공판장에서 떼어다가 판매를 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형권 조합장의 주장은 로컬푸드 직매장 설치를 위한 유리한 논리적 발언으로 보이지만 전통시장의 특성으로 잘 이해하지 못한 발언이다.


마치 공판장에서 농산물을 받아 판매를 하는 전통시장은 화순농협 로컬푸드 직매장 설치에 반대하지 말라는 논리가 될 수 있다.

또한 이 같은 이형권 조합장의 주장에 대해 상인회 측은 화순전통시장 내 ‘시골장터’ 상인들이 고사할 수 있다며 우려한다. 군내 텃밭에서 경작한 소규모 농민들이 판매 터전을 잃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시장상인회는 “로컬푸드 직매장은 하나로마트의 ‘확장형 사업’이기 때문에 전통시장은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농협이 로컬푸드 직매장을 통해 상권을 넓히면 지역 상권은 피해가 커질 수밖에는 없다는 것이다.

화순전통시장 상인들의 우려는 로컬푸드 직매장 설립으로 인한 상권의 침체․몰락에 있다. 농협자본과 맞서기 어려운 상인들에게 원칙을 운운하는 것 자체가 공허한 메아리라는 지적이다. 이미 화순 지역의 상당수 전통시장들은 명맥을 잇기 어려운 형국에 있다. 화순전통시장 상인들이 우려하고 있는 것은 로컬푸드 직매장 설치가 가져올 전통시장 상인들의 생활 터전 위협 문제라는 입장에서 이해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인회 측은 오는 9일 로컬푸드 직매장 설치에 반대하는 집회를 가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