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순 능주 석고리 경로당에 가면 '한지붕아래 네자매' 어르신들이 계신다.

‘죽으면 헤어지리라’ 약속한 이 어르신들은 배윤나 능주향교유도회장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탄생된 아름다운 자매들이다.

비록 혈연(血緣)관계는 아니지만, 네 어르신들은 인생의 황혼기를 외롭지 않게 혈연보다 진한 우정으로 서로 기대고 보듬는다.

갑작스런 한파로 모두가 움츠리고 추운날씨를 체감하는 오늘. 능주석고리 경로당을 찾아 훈훈한 사람들 이야기로 온기를 느껴보고자 한다.

석고리 경로당 앞의 운치있는 돌담과 담장에 핀 호박꽃

▪‘독거노인 공동 홈(home)’

능주의 은행나무

“죽는날까지 봉사하는 즐거움으로 남은 생 자아실현 하겠다”는 배윤나 능주향교회장의 열정은 실제로 고희(古稀)중반을 넘긴 나이가 무색케 한다.

화순지역 ‘독거노인 공동홈’ 첫 테잎을 끊은 배회장은 ‘독거노인 공동홈’ 화순전지역 활성화가 인생 마지막 염원인, 대망의 프로젝트이다.

‘독거노인 공동 홈’이란 마을 경로당을 독거노인들이 공동으로 생활하는 ‘집’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노인들의 외로움·불안감 감소 등 정서적 측면 뿐 아니라건강·경제·환경·안전 등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화순관내 427개 경로당중 ‘독거노인 공동 홈’을 운영하는 곳은 유일하게 능주 석고리 경로당 뿐이다. 배회장이 처음 이 프로젝트를 제안할때는 ‘에너지 절약’차원에서 였다 한다.

요즘 농촌 고령화로 한 가구당 독거노인들이 한 명씩 산다는 것은 에너지낭비라고 생각한 배회장은 생각했다. 하여 배회장은 머리를 짜내어 경로당 운영은 경로자체 운영비로 충당하기 때문에 독거노인들이 혼자 집에서 지내기보다는 마을경로당을 ‘공동 홈’으로 사용하면 외로움도 덜고 죽는날까지 서로 자매처럼 의지하며 살면 좋겠다는 취지에서 실험적으로 시작했다.

그리하여 2010년도부터 타지역 벤치마킹까지 해가며 배회장은 독거노인들의 에너지 절약과 안전 차원에서 마을경로당을 독거노인들 ‘공동 홈’으로 만들어 함께 기거하고 있다.

배회장 스스로 창안한 ‘공동 홈’의 반응이 좋고 소문이 나자 2012년도와 2013년도에 방송사에서 보도 관련 촬영을 해갔지만, 실제로 방송에서는 화순농산물홍보와 우리춤 공연만 방송되어 배회장은 조금 실망했다고.

그런던 중 2015년도 1월 KBS 제1TV 에서 ‘한 지붕아래 4자매’란 내용으로 ‘독거노인 공동 홈’을 제작·방영하여 배회장은 만족했다고 한다.

2015년도 1월 KBS 제1TV 에서 방영했던 ‘한 지붕아래 4자매’

▪능주석고리 경로당 ‘한지붕아래 네자매’ 막내 배회장

배회장은 능주 석고리 경로당 ‘한지붕 네자매’ 중 막내다.

화순지역에서 유일하게 운영되는 석고리 경로당 ‘독거노인 공동 홈’에는 네자매가 살고 있는데 맏언니인 고재덕 어르신이 연장자로 85세, 염향례 어르신이 84세, 주길태 어르신이 81세, 막내 배윤나회장이 75세이다.

부녀회장들과 마을어르신들, 이장이 도와주기 때문에 반찬이며 부식비 걱정이 없다는 석고리 경로당은 밤에 잠잘 때 소요되는 난방비만 개별부담한다.

한지붕 네자매 맏언니격인 고재덕어르신은 "여기에서 함께 모여사니 멀리 사는 자식들이 걱정을 안하니 마음 편안하다. 또한 아침저녁 식사 제공해주고 여름이면 시원하게 겨울이면 따뜻하게 자게 해주니 좋다."하신다.

연령대가 고령층이라 난청(難聽)으로 인해 상대방의 말귀를 잘 못알아 들어 언성이 높아지기도 하는데 이는 결코 말다툼이나 싸우는 것이 아니다라고 부연하는 어르신들은 모두가 한마디로 “서로 부대끼며 사는게 인생아니요? 늙으막에 이렇게 친구처럼 만나 식구로 지내니 참 좋아요.”하며 어린아이들처럼 천진하게 말씀하신다.

경로당에 모인 어르신들

▪죽으면 헤어지리라, 한지붕 네자매

배회장은 “나는 죽으면 염라대왕 앞에가서 꼭 하고픈 말이 있어요. 다른 일은 한 것이 없지만 경로당을 ‘독거노인 공동 홈(home)’으로 만든 것 만큼은 자랑하고 싶어요."라면서, 머지않아 최소한 화순에 한 면(面)당 한 개의 독거노인 ‘공동 홈(home)’이 생겨날 것이라고 낙관하고 있다.

경로당이 비좁고, 빈집을 리모델링하는 하여 공동홈으로 사용하려면 예산상 여건이 안되는 현실적 부분도 있지만 배회장은 모두가 합심하면 못 이룰 것도 없다고 확신한다.

당국실무자들도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처음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던 마을사람들도 이제는 많이 호의적으로 변했다며, 특히 부녀회, 이장 마을어르신들의 물질적, 정신적 도움에 배회장은 깊은 고마움을 표한다.

마지막으로, 배회장은 “처음에는 에너지절약차원에서 ‘독거노인 공동홈’을 구상했는데 막상 현실화 되니 첫째 여러명이 모여 함께 즐겁게 식사하며 담소를 나누니 건강에 좋고 둘째 자녀들이 부모 걱정없이 자신의 삶을 살아갈 수 있고 셋째가 에너지절약하니 나라발전에도 기여하는 것 아니냐?”며 타 경로당들도 ‘독거노인 공동 홈’ 만들기에 동참하기를 권장한다.

100세 시대에 대비해 어르신들의 사회안전망 구축이 절실한 지금, 능주 석고리 경로당의 '한지붕아래 네자매'의 공동홈은 고령층이라면 누구나 부러워 할 ‘행복한 보금자리’임에 틀림이 없는 거 같다. ‘친구 1명이 삶을 살아갈 이유가 된다’는 말처럼, 독거노인들이 친구를 만들어 함께 어울려 살며 이를 통해 삶에 대한 의욕이 높아지길 바라며, 더불어 고독사·자살률도 감소할 것으로 기대되는 ‘독거노인 공동 홈’이 화순전역으로 확산되기를 기자도 바래본다.

배윤나회장

배윤나회장: 010.3807.69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