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주사는 자연지형에 순응한 천연가람이다. 절집경내를 안팍으로 구역하는 속계와 법계의 울타리가 없으니 말이다. 만일 천연고찰 운주사가 그 처럼 열린공간이 아니었다면 이미 민초들의 사원으로써 그 법맥( 法脈)을 잃었을 것이다. 그래서 세상 사람들은 운주사를 두고 민중불법이니 천민세상이니 하는 말들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운주사의 석불들은 조잡한 습작품이거나 실패작이라고 할수 있다. 흔히 마을입구에 볼 수 있는 돌미륵이나 장승처럼 대충대충 다듬어져 있을 뿐이다. 그 생김새를 뜯어보면 한결같이 못 생겼으며 눈.코.입은 물론 몸체의 비례가 제대로 맞지가 않다.

또한 부처의 위엄이라고는 전혀 찾아 볼 수 없다. 불상이기는 하지만 불상 같지 않는 거친 솜씨는 불교를 표방하면서도 지향하는 세계는 불교자체가 아니라는 느낌이다. 운주사의 석탑들은 자연석으로 기단과 특이한 장식무늬 원반형이나 옥개석의 석탑은 판석을 다듬지 않고 친근 하면서도 우습게 느껴지는 토속적인 해학미, 흩어져 바위 밑에 집단적으로 배치된 점등이 바로 운주사의 불교유적의 신성한 감동이며, 어느 사찰에서 느낄수 없는 특징들이다.

운주사의 창건설화나 불탑양태를 살펴보면 통상의 왕실과 토호사찰과는 자못다르다.
운주사 야지(野地)의 석불은 좌불, 입불, 와불 등 다양하다. 그렇지만 그 표정은 한결 같이 소박하고 수수하고 못 생긴 장승같기도 하다. 운주사의 석불의 공통점은 불두(佛頭)가 길쭉하고 볼은 광대뼈까지 드러났고, 몸통은야위고 홀쪽하여 인간들로 치면 천민, 노예 ,백정 같은 냄새가 물씬 풍기고 비록 생김새는 허술해도 욕심이 없고 평화스러워 보인다.

신라권 불상과 비교해 보면, 신라권 불상은 면상에 살점이 두툼하고, 이목구비가 통통하고 귀티가 충만하여 양감이 매우 풍부하며 어깨와 팔뚝 종아리가 모두 근육 살로 포동하여 부귀가 넘친다.

신라권의 궁중사찰은 불상조형의 지향점이 왕실불교나 호국사상을 도모하며 그 표정이 근엄하고 가부장적이며 어딘가 모르게 부귀와 권위가 스며 있다.

그러나 운주사의 천불의 표정이나 언동에서 당시 백성들의 초상을 보는 것 같아서 운주사의 석불들은 조형상으로 보아서는 천작(賤 作)인지 몰라도 그 법계상으로는 모두가 극락정토의 천불(天佛)임이 틀림없이 보인다. 게다가 미륵의 혁명사상을 믿는 천민들과 노비들이 들어와 천불 천탑을 만들어 미륵공동체 사회를 열어 놓았던 것으로 추정하는 이색적인 주장, 심지어는 와불이 일어서면 이 지역이 백제의 한(恨)을 이은 한반도의 수도가 된다는 기막힌 주장까지도등장하였다.

또한 운주사의 골짜기는 불교 사원의 경내이기보다는 천민과 노비들의 해방구역이 되는 곳으로 세계 역사상 유례가 드문 중세시대 노예의 자유민 자치구역의 역사적유적지라는 등까지 등장하여 운주사의 천불천탑은 더욱 미궁속으로 빠져 들고 말았다. 계곡의 서쪽 산 정상에 머리를 남쪽으로 하고 드러누운 듯 보이는 석불좌상(일명 와불)은 운주사 일대의 석불중에서 가장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원래 와불의 기원은 석가모니의 입멸에서 찾는다. 그분은 80세로 북 인도 쿠시나가르에서 입멸하셨는데 그때 열반자세가 바로 와불의 원상이란다. 운주사의 쌍와불 가운데 대 와불은 비로자나 와불이고 소와불은 석가모니 불이지요 운주사의 와불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사례를 찾아 볼 수없는경이롭고 불가사의한 유적이다.

운주사에 대한 전설을 중심으로 종합적으로 정리하여 보면, 옛날 도선국사가 하룻밤사이에 이곳에 천불 천탑을 세우기로 하였다. 하늘을 대고 기도하자 하늘에 천여명의 선동선녀가 내려와서 불상과 불탑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 역사는 반드시 하룻밤사이 첫닭이 울기전까지 마쳐야 하는 일이다.

날이 새며는 선동선녀가 하늘로 올라가 버린다. 도선국사가 해가 뜬것을 늦추기 위하여 일봉암이라고 하는 바위에 해를 묶어 두었다. 새벽녘까지 모든일이 순조로워 천불천탑이 거의 다 조성되고 이제 와불만 일으켜 세우면 된다. 그런데 일을 돕던 대사의 상좌가 일에지쳐 그만 첫닭우는 소리를 냈다. 그러자 와불을 세우려던 하늘의 선동선녀들이 일순간에 모두 하늘로 올라 가버렸다. 그래서 와불을 세우지 못하고 지금도 그렇게 누워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