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슬처럼 굴러 간 세월 속에서
하나 남은 마지막 잎새
고독에 머물다 떨어지는 날

찜통에 미역 감던 여름은 가고
맑은 하늘 가 잿빛으로
변해버린 11월의 끝날

마지막 달력 한 장이
어설프게 매달려 있다
보람과 회한으로 얼룩진
삶의 뒤안길엔
감상보다 더 짙은 고뇌가
안개처럼 퍼져가고

풀벌레까지도 외로움에
움추리는 끝 달이여

바위보다 더 하아얀
세월의 의미

내 가슴도 잠시 잃어버린
나약한 눈동자 위에
내 모습까지도 미워지려는

소슬 바람속에서
차라리 인적 없는 무명초여라

마음과 갈등이 함께 떠밀려버린
한 해의 공허한 동공이
하늘보고 움츠려지는
이 마지막 달력 앞에서
경건하게 옷깃여미고
새해를 맞이할거나?

그리하여
조금은 폭넓은
한 그루 소나무가 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