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류씨 검한성공파 화순종중(회장 류광열)은 15일 선조 뿌리 찾기 순례를 다녀왔다.

정유재란 당시 의병활동을 하다 순절하신 최서생 선생을 따라 고창군 흥덕면 사진포에 몸을 던진 류씨부인의 열녀문을 참배하고, 김제시 공덕면 황산 선영을 찾아 정신공 승, 장경공 돈, 문화군 진, 검한성공 원현 선조를 찾아 참배하고 돌아왔다.

이번 행사는 문화류씨 검한성공파 화순종중 청년회(회장 류언열)에서 주관했다.

◇열부(烈婦) 류씨부인(柳氏夫人)
이 곳은 해주 최씨(崔氏) 집성촌으로 명문세가(名門世家)를 자랑하며 살고 있다. 최서생(崔瑞生)은 앞에서 말한 바와 같이 해동공자 최충(崔沖)의 후손이다.
그리고 그의 부인은 문화류씨(文化柳氏)로 효자 열역재(悅易齋) 류덕용(柳德容)의 딸로 그는 류덕용(柳德容)의 정훈유습(庭訓儒習)을 받아 모든 행동이 어린 시절부터 범인과는 다른 바가 있었다.
말과 행동을 신중히 하면서 윗사람을 접하는 태도가 항상 예의 법도로 하였고 온화한 표정을 잃지 않았으며 생활이 어려운 사람을 보면 남모르게 보살펴 아낄 줄 아는 부덕(婦德)이 몸에 배어 있었다.
그가 성장한 후에는 닦은 인품에 걸맞게 화순의 명문(名門) 해주최씨(海州崔氏) 집안으로 출가하게 되었다.
최서생(崔瑞生)역시 당시 위세가 당당했던 집안으로 부인 류씨를 맞게 되었는데 부인 또한 명가의 후예로 시부모 섬기기를 친부모처럼 하고 남편에게도 극진한 예로서 섬겼다. 이 두분 사이에서 선조(宣祖28 己未)즉 1595년에 옥동자를 얻었으니 그가 뒷날 흥덕현감 최기종(崔起宗)이다.
그는 귀한 아들을 얻어 애지중지 기르는 가운데 아이 세 살에 왜적이 다시 쳐들어오는 정유재란(丁酉再亂)이 일어났다. 정유재란은 임진란(壬辰亂)의 복수전이 되어 지적도를 가지고 다니면서 적진(敵陳)파악은 물론 임란공신(壬亂功臣)의 후예가 살고 있는 집성촌(集成村)을 파악하여 공신 후예를 샅샅이 밝혀 보복전을 폈으므로 그 화를 면하기 위하여 모두 피신하던 때였다. 그러므로 그 당시 화순 해주최씨 가문(家門)에도 최경운(崔慶雲), 최경장(崔慶長),최경회(崔慶會) 등 전 가문이 창의병장(倡義兵將)으로 몸을 바쳤던 터이라 남편 최서생(崔瑞生)도 그대로 앉아 있을 수만은 없어 분연히 일어서 의병을 이끌어 흥덕에 이르러 그 곳 왜적들과 함께 대전이 시작되었다.
이때 최서생은 필사의 힘을 다 했으나 불행히도 적탄에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 비보(悲報)를 종으로부터 전해들은 류씨부인은 비통한 마음에 눈물을 가눌 수가 없었다 그는 마지막 떠나는 남편의 시신을 자기 손으로 염습을 해야 되겠다는 생각으로 종과 함께 먼 길을 나섰다.
어지러운 세상에 인심은 흉흉하고 왜적들의 횡포 또한 극심한데 부인 몸으로 먼 길을 나서기는 퍽 조심스러우나 부득이한 사정인지라 어찌 할 길이 없었다. 부인 류씨는 종과 함께 목적지 흥덕(興德)에 이르렀다. 이 곳은 흥덕에서는 사진포(沙津浦)였다. 좌우를 살펴보니 우리 아군의 패전으로 곳곳마다 피비린내가 코를 찌르고 왜적들의 천지였다. 부인 류씨는 좌우를 살피면서 조용히 남편 시신을 찾았다. 처음은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으나 종 순동(順童)의 노력으로 겨우 찾게 되었다. 많은 시신들에서 남편 최서생(崔瑞生)의 싸늘한 시체를 만지는 순간 그는 천지가 아득했다. 터져 나오는 통곡을 짐짓 숨죽여 겨우 참았다.
그는 집에서 가져간 새 옷을 하나하나 입혀 가면서 염습(殮襲)을 모두 마치고 입관(入棺)하여 전제(奠祭)를 올렸다. 짧은 인연에 이처럼 영원한 이별이 될 줄 그 누가 알았으랴 역시 하얀 소복을 갈아입은 류씨 부인은 남편 시신 앞에 사배(四拜)를 정중하게 드린 다음 그는 밤이 되어 부득이 예법을 지켜 가면서 종과 함께 그 곳에서 철야를 하기로 했다. 그 때 마침 왜병(倭兵)이 순찰을 하고 있었다. 왜병들은 두 사람을 보고 놀라면서 심히 물었다.
부인 류씨는 전후사실을 모두 말했으나 허락하지 않고 퇴출시키는 것이었다.
부인 류씨는 할 수 없이 종 순동(順童)이와 함께 밖으로 나와 초라한 객사 처마 밑에 자리를 펴고 밤을 보내기로 했다. 밤하늘의 별빛만이 말없이 두 사람의 외로움을 지켜 주고 있었다.
이때 조금 전 지나갔던 왜병 순찰병 하나가 다시 찾아와 그들의 처소로 불렸다. 부인 류씨는 마땅치는 않았으나 왜적 천하에서 그들의 마을 무시할 수는 없어 할 수 없이 무거운 발걸음으로 왜놈의 처소를 들어갔다.
왜놈 대장(隊長)이 앉아 있었다. 그는 부인 류씨의 청수한 인상과 단아한 자태에 눈이 멀어 부인에게 농담을 던지며 희롱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으나 끝까지 거절할 수가 없었다. 혹시 왜놈비위를 거슬러 남편 시신에 피해가 된다면.... 하면서 생각을 바꾸었다. 외경내원(外敬內遠)하는 심정으로 억지 따뜻한 표정을 지었다.
왜놈대장은 부인의 자태가 너무 아름다웠던지 그는 이성을 잃고 덥석 왼손으로 껴안으며 오른손으로 두 유방을 만지기 시작하였다. 참으로 하늘이 용서 못할 일이었다. 저희들 손으로 죽인 시신을 찾아 놓고 통고하는 여인을 붙들고 희롱하다니 이것은 천인공노(天人共怒)의 만행이었다.
부인 류씨는 순간 큰 지혜를 찾아냈다. 의연히 거짓 미소를 지으면서 왜놈대장에게 말하기를 “요즈음 몸이 청결하지 못하니 밖에 나가 깨끗이 하고 다시 오겠다”고 말하며 간청을 했다 왜놈은 쾌히 허락을 해주었다. 부인 류씨는 그 길로 돌아와 남편시신 앞에서 통곡 사배(四拜)를 다시 올리며 “이제는 저도 당신 곁으로 가겠습니다” 하였다. 그리고 말하기를 “더러운 손으로 만진 젖을 어찌 명문(名門) 귀족(貴族)의 자식에게 먹일 수 있겠느냐” 하며 종에게 이 아이를 잘 길러 줄 것을 간곡히 부탁했다.
그 때 어린아이의 나이는 세 살 이었다. 종 순동(順童)은 눈물을 흘리면서 “어찌 그럴 수가 있겠습니까? 집으로 같이 돌아갑시다” 하며 부인 류씨 앞에서 간곡히 만류했다. 순동(順童)이와 류씨 부인은 뜨거운 눈물이 그칠 줄 몰랐다.
이때 또 다시 왜놈이 다가와 빨리 가자며 독촉하였다. 이때 부인 류씨는 “에잇! 천하에 추악한 놈! 하늘이 두렵지 않느냐?” 하고 왜놈 얼굴에 침을 뱉고 몸에 찼던 장도(粧刀)로 젓가슴을 열고 두 유방을 잘라 왜놈 얼굴에 던졌다. 왜놈 얼굴은 한순간에 새빨간 피로 얼룩졌다.
부인 류씨는 그 길로 총총 걸어가 사진포(沙津浦) 바닷물에 몸을 던져 남편의 뒤를 따랐다. 이렇게 애절하게도 아버지와 어머니를 일시에 잃어버린 천애의 고아가 곧 뒷날 흥덕현감 최기종(崔起宗)이다. 이처럼 3살에 고아가 된 기종(起宗)은 그 후 종 순동이와 일가 친척들의 보살핌을 받아 가면서 자랐다.

※위치: 전라북도 고창군 흥덕면 사포리 46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