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병선변호사

길을 걷고 있는 여러분께 누군가 다가와‘잠시 검문이 있겠습니다. 신분증 좀 보겠습니다.’혹은 ‘가방 좀 살펴보겠습니다.’라는 말을 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제가 얼마 전 강연에서 같은 질문을 드렸더니 어느 참석자께서 경찰의 요구에 따르지 않으면 공무집행방해가 되니 협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요. 과연 옳은 말일까요? 아닙니다. 예전부터 권력자들은 자신들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무력을 동원하여 체포·감금하였고 형벌을 가함으로써 통치체제를 유지해 왔습니다. 그러나 수 많은 희생을 치른 결과 현재는 사람을 체포할 때 미란다원칙을 고지하도록 하고, 구금할 때는 법관의 영장을 받도록 하는 등의 인권보호 절차를 마련해 두었습니다. 알고 있으면 힘이 되고 재미도 있는 개략적인 형사절차에 대해 이번 주 부터 몇 주간 1)불심검문과 임의동행, 2)체포와 구속, 3)압수와 수색, 4)경찰과 검찰에서의 신문, 5) 수사의 종료에 대해 여러분과 함께 알아보고자 합니다.

★불심검문
불심검문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구구절절 설명해 드리는 것 보다는 법 조항을 찬찬히 읽어 보시는 것이 훨씬 이해가 빠르실 겁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 3조 1항에는 ‘경찰관이 수상한 거동 기타 주위의 사정을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어떠한 죄를 범하였거나 범하려 하고 있다고 의심할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 또는 이미 행하여진 범죄나 행하여지려고 하는 범죄 행위에 관하여 그 사실을 안다고 인정되는 자를 정지시켜 질문할 수 있다(경직법 3조 1항).’라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위 조항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보이시나요? 바로 수상한 거동을 하지 않은 ‘선량한’ 시민은 불심검문의 대상도 되지 않고, 불심검문의 방법은 정지시켜 질문하는 것 뿐입니다. 강제로 신분증 검사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따라서 시민으로서는 신분증 검사가 싫다면 거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임의동행
그렇다면 임의동행이라는 것은 무엇일까요? 쉽게 설명하자면 경찰이‘잠시 경찰서까지 함께 가주시죠.’라고 요구하는 것을 말합니다. 임의동행의 법적근거를 한번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경찰관직무집행법 제 3조 2항은 ‘ 경찰관은 제1항에 따라 같은 항 각 호의 사람을 정지시킨 장소에서 질문을 하는 것이 그 사람에게 불리하거나 교통에 방해가 된다고 인정될 때에는 질문을 하기 위하여 가까운 경찰서·지구대·파출소 또는 출장소(지방해양경비안전관서를 포함하며, 이하 "경찰관서"라 한다)로 동행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동행을 요구받은 사람은 그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임의동행을 거부하는 의사를 표시했음에도 경찰에 계속 동행을 강요한다면, 이는 명백한 위법행위이므로 강력히 항의하고 그래도 강제로 경찰서로 동행하게 하여 이를 거부하기 위해 실력을 행사해도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지 않음은 당연하다고 할 것입니다.

만약, 임의동행에 응한 경우라도 언제든지 가족이나 친지 등에게 연락을 취하고, 진술을 거부할 권리가 있음은 당연합니다. 경찰이 동행자에 대하여 조사를 하는 경우에도 예의를 지켜야 하며 욕설, 폭력 등의 행위는 불법행위로 엄격히 금지됩니다. 또한 임의동행을 한 후 언제든지 경찰서에서 나가기를 원하면 경찰은 언제든지 이에 응하여야 하며 이에 응하지 않는 경우 불법구금이 됩니다. 또한 동행한 사람을 6시간을 초과하여 경찰서에 머물게 할 수도 없습니다.

★체포
체포는 ‘수사를 위하여 피의자를 강제로 단기간 수사관서 등 일정한 장소에 데려다 구금하는 것’을 말합니다.
체포의 방법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총 3가지가 있는데요. 현행범 체포, 긴급체포, 영장에 의한 체포가 바로 그것입니다. 원칙적으로 피의자를 체포하려면 법관이 발부한 체포영장이 있어야 합니다. 우리 헌법은 영장주의를 원칙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흉악범죄를 저지르고 도망가는 범인을 발견하고도 영장이 없다는 이유로 잡아갈 수 없을까요? 이러한 예외적 경우에 체포를 가능하게 하기 위하여 긴급체포와 현행범체포 제도를 두고 있습니다.

긴급체포란 중대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의심되는 피의자를 수사기관이 영장 없이 체포하는 것을 말합니다. 긴급체포는 중대성(장기 3년 이상의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 체포의 필요성(증거인멸이나 도망할 염려가 있을 때), 긴급성(판사의 영장을 받을 여유가 없을 때)라는 3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하여야 합니다. 수사기관은 긴급체포한 이후 48시간 이내에 판사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으면 피의자를 석방하여야 합니다.

현행범체포는 범죄를 막 저지르고 있거나 막 저지른 직후에 있는 사람을 체포하는 것을 말하며 현행범은 경찰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영장 없이 체포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폭행범, 성추행범 등은 누구나 붙잡을 수 있습니다. 다만, 시민이 현행범인을 체포한 후에는 경찰이나 검찰에 범인을 지체 없이 인계하여야 합니다.

★미란다 원칙
경찰이 위에 언급된 긴급체포나 현행범 체포를 할 때 피의자에게 반드시 알려줘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미란다원칙’을 고지하여야 하는데요.
드라마나 영화에서 경찰관이 범인을 체포할 때 ‘당신은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당신에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을 권리, 변호인의 도움을 받을 권리가 있습니다.’라는 대사를 하는 것을 많이 들어보셨지요?

여기서 미란다는 미국의 강간 피의자의 이름입니다. 1963년 미국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 에르네스토 미란다라는 18살의 청년이 강간혐의로 체포되어 최저 20년 최고 3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습니다. 그러나 미국 연방대법원은 미란다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그 이유는 바로 진술거부권, 변호인 선임권 등의 권리를 미란다가 고지 받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이 판결 후 수사기관은 피의자를 체포하거나 신문할 때 경고문을 미리 읽어 주게 되었고, 우리나라 헌법 및 형사소송법도 이러한 원칙을 받아들여 이를 명시하여 놓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형사소송법상 체포 전에 고지할 사항은 1)피의사실의 요지, 2)체포의 이유, 3)변호인을 선임할 수 있는 권리, 4)변명할 기회로 정하여 지고 있으며, 우리나라 대법원은 이러한 사항을 고지하지 않은 상태로 피의자를 체포한 것은 위법하고 이에 뒤따른 증거는 증거로 사용할 수 없게 하여 범인을 처벌할 수 없도록 그 기준을 정하여 놓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