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병선 변호사

어느 날, 친구에게 1억여원의 돈을 빌려준 A씨. A씨는 수 차례 친구에게 돈을 갚으라고 말하였지만, 그 친구는 이를 외면하고 있습니다. A씨가 현재 알고 있는 친구의 재산은 아파트 1채. 이 마저도 자신의 부인에게 소유권을 이전시키려 한다는 소문이 파다합니다. 이럴 때 A씨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바로 가압류입니다.

▪보전처분의 의의
보전처분이란 확정판결을 받기 전에 손해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할 목적으로 일시적으로 재산을 동결시켜 두거나 임시로 잠정적인 법률관계를 형성해두는 재판을 말합니다. 우리나라 법제상으로는 원칙적으로 자력구제를 허용하지 않으므로, 권리자가 민사소송절차를 거쳐 집행권원(예를 들자면 판결문)을 얻고 다시 강제집행절차를 밟아 종국적으로 권리의 실현을 얻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민사소송절차는 많은 시일과 비용을 소요하게 되므로 그 사이에 채무자의 재산상태가 변화하게 되면 채권자는 민사소송에서 승소하고도 권리의 만족을 얻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나중에 확정판결을 얻었을 때 그 판결의 집행을 용이하게 하고 그때까지 채권자가 입게 될지도 모르는 손해를 예방할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하게 되는데, 이러한 수단이 바로 보전처분이라고 할 것입니다.

▪보전처분의 종류
가압류 또는 가처분이라는 말을 뉴스를 통해 많이 들어보셨을 겁니다. 그렇다면 가압류와 가처분의 차이를 알고 계신가요? 가압류는 금전채권이나 금전으로 환산할 수 있는 채권의 집행을 보전할 목적으로 미리 채무자의 재산을 동결시켜 채무자로부터 그 재산에 대한 처분권을 잠정적으로 빼앗는 집행보전제도입니다. 즉 다툼의 대상이 되는 권리가‘돈’일 경우에 가압류를 하는 것입니다. 실무상으로는‘채권가압류·부동산가압류’가 가장 많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가처분은 무엇일까요? 쉽게 생각하자면 다툼의 대상이 되는 권리가 ‘돈 이외의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예를 들자면 부동산을 매수하였으나 매도인이 소유권이전등기를 하여주지 않을 때 매도인이 다른 사람에게 부동산을 처분하게 되면 매수인은 소유권을 취득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때 매수인은 매도인이 부동산을 타인에게 처분하지 못하도록 ‘부동산 처분금지 가처분’을 신청하게 되는데요. 이를 떠올리시면 쉽게 이해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가압류절차
가압류를 하기 위해서는 관할법원에 가압류 신청서를 작성하여 제출한 이후 일정한 비용을 납부하여야 합니다. 관할법원이라고 한다면 가압류할 물건이 있는 지역의 법원 또는 본안소송이 예정된 법원을 말합니다. 가압류는 본안소송과 다르게 신청에서 결정이 나기까지 약 1주일 정도가 소요되고, 채무자가 재산을 다른 곳으로 은닉하지 못하게 비밀리에 진행됩니다.
가압류 결정은 보통 담보제공이나 보증보험증서를 제출하는 조건이 붙습니다. 이는 채권자의 소송 남용 방지와 채무자가 불의의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한 것인데요. 채권자가 법원에서 명령한 담보를 납부하게 되면 비로소 가압류 절차가 완료 됩니다.

▪가압류의 효력
가압류의 효력을 쉽게 이해하기 이전에 우선 ‘채권자평등의 원칙’에 대해서 알아야 합니다. 채권이란 특정인(채권자)이 특정인(채무자)에게 일정한 급부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로 물권(쉽게 생각하면 저당권)과 같은 대세적인 우선권이 없습니다. 따라서 채권은 일반적으로 다른 채권에 대해 우선하지 못하며, 모든 채권은 성립의 선후, 목적하는 채무의 내용에 관계없이 모두 평등한 효력을 갖게 되는데 이를 ‘채권자평등의 원칙’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가압류 채권자는 채권자평등의 원칙에 따라 우선변제권이 없고 다른 다수의 채권자가 존재하는 경우 함께 배당을 받아야 합니다.
그렇다면 가압류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저당권은 대세적인 효력이 있는 물권이라고 설명 드렸습니다. 따라서 경매를 통한 배당 절차에서 저당권이 설정된 뒤 가압류를 한 자는 저당권자가 배당받은 다음 남은 금액이 있으면 가압류 채권자와 일반채권자가 평등하게 배당을 받게 됩니다.
그러나 가압류를 먼저 해 놓은 상태에서 제3자가 저당권을 취득하게 되면 가압류채권자는 저당권자와 동순위로 배당을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생깁니다. 채권이 강력한 물권인 저당권과 동등한 순위를 갖게 되는 것이지요. 나아가 저당권자보다 후순위의 일반채권자도 배당요구를 하였을 경우에는 가압류채권자, 저당권자, 일반채권자 셋에게 공평하게 나눈 후 저당권자(담보물권자)가 후순위 일반채권자의 배당을 흡수하게 됩니다.

생각보다 조금 복잡한가요? 쉽게 생각하면 가압류는 물권이 아니므로 저당권과 같은 강력한 보호 장치는 되지 못하더라도 가압류를 미리 해 놓는 것이 안하는 것 보다는 훨씬 유리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입니다. 또한 가압류는 채무자에게 심리적인 압박을 주어 변제가 용이하도록 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