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

모든 사람들의 꿈은 한결 같다. 그 꿈이 젊었을 때 열심히 일하면서 일한 만큼의 댓가를 인정받고 나이 들어서 풍요로운 노후를 즐기는 거라면 전 화순전매서장을 역임한 오늘의 주인공 이동근 씨가 그 전형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필자는 광주에 거주하고 있어 이웃 인접지 화순읍 수만리 쪽을 여가삼아 가끔 찾아가는데 이 지역 일대는 흔히 볼 수 없는 태고의 멋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이어 수만리 고개를 넘어서면 산속길이지만 잘 포장된 도로를 따라 주행하다 보면 지역 원로이신 진재량씨가 운영하고 있는 안양산 휴양림을 경유 역시 연결된 포장도로를 따라 산골짝 왼편에 전혀 오염되지 않은 물이 가득 찬 안심 저수지가 나타난다. 쉽게 볼 수 없는 맑은 공기에 풍광이 천하일색이다.

봄에는 온갖 꽃들이 만발하고 여름철에는 우거진 숲, 가을에는 수북이 쌓인 낙엽들, 겨울에는 청송백설(靑松白雪)로 장관이다. 계속해서 1.5km정도 이 길로 가다보면 이서면 영평리에 이동근 씨가 관리하고 있는 숲과 돌들로 어울어진 「설봉원」을 찾을 수 있다. 필자와 이동근 씨와는 소식시절 지근거리인 서울 세종로 중앙청 총무처에서 필자가 건설부 재직 시 사귄 50년 지기다.

그곳 설봉원에 가기 전에 전화를 했다. 오늘은 청명한 날씨에 수목을 절제하는 날이라고 그 곳으로 오라는 이야기에 가보니 콘테이너를 개조한 (내부장식) 휴식실 겸 사무실에서 이동근 설봉원장이 직접 나와 반겨준다. 작업하는데 편한 간소복을 입고 있는 그의 몸에서 풍기는 기개와 도량이 있어보였고 약간 마른 듯 하면서도 탄탄한 근육질로 다듬어진 몸매에다 구릿빛 그의 얼굴은 잔주름만 조금 있을 뿐 60대 초반의 모습 그대로 이다.

이동근 씨가 가꾼 설봉원은 무등산 자락 천왕봉 무돌길 8길에 위치하고 있는데 자비로 1,500평 부지에 여러 수종의 나무들 사이사이에 온갖 모양의 자연석, 크고 작은 돌 불상들이 놓여있고 별도로 지어진 건물에 비치된 농경시대에 사용되었던 생활도구와 농기구, 많은 전통 민속품들로 발 디딜 틈도 없이 꽉 차게 진열되었음을 볼 수 있었다. 지난 세월 속의 추억들과도 잘 조화된 설봉원이 가지고 있는 특색 때문인지 지금까지 탐방한 사람 만든 방명록에 기록된 바에 의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설봉원을 이토록 가꾼 이동근씨에 대해 가만히 생각해 보니 너는 세상에 나가 이런 일들을 해라하는 하늘의 섭리가 아닌가도……

여기서 무등 길로 (화순 이서면 월산리) 조금 지나면 화순 적벽이 있는데 사시사철 느끼는 하천 물위의 풍월과 산위의 명월을 볼 수 있다.

적벽이란 말은 소동파 시인이 남긴 만고의 적벽부에서 따온 중국 적벽의 경치에 비교 시 버금가는 경치 좋은 곳이다.

이와 같은 힘든 일을 하게 된 연유인 즉 1973년도에 정년퇴임 한 후 선비들이 낙향하듯이 고향 화순에 머물면서 화순과 무등산 볼거리 특색에 착안, 인생40년을 거친 동안 개척정신을 가지고 자연을 벗삼아 한 가지 일에 몰두 집념, 열정, 노력으로 취미생활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인생은 준비기간, 활동기간, 휴식기간이라 칭한다면 자신은 휴식기간에 와있다고 정의한 이동근 씨는 휴식기간이란 남에게 댓가를 바라지 않는 시기, 있는 것을 베푸는 시기로 되도록이면 남을 배려하면서 긍정적으로 살려고 노력한다는 그의 말마따나 휴식기간에 접어든 세대이건만 글자 그대로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음도 느꼈다. 그의 생활은 검소한 편으로 수수한 기아스포티지 차량을 이용 젊고 늙음 가림 없이 많은 사람들과 친교를 맺고 있으며 세상 돌아가는 일에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지난 또 다른 이야기로 설봉원은 정부(농수산식품부)에서 공모한 “농촌종합개발사업”에 선정 2013년까지 설봉원 주변 땅 3,000평을 매입하고 그 위에다 100평의 전시박물관, 50평의 휴게소를 갖추기 위한 소요사업비 15억 원의 국가예산이 확보되어 그 첫 단계로 토지매입에 착수하였으나 토지소유자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혀 사업기간 도과로 본 예산이 반납된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예산이 반납된 체 현재에 이르고 있지만 설봉원의 미래 가치는 크고 영원할 것이다. 금후보다 힘찬 현대화사업 추진을 위해서는 보다 명분을 확보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광주하면 무등산권에 볼거리가 거의 없는데 그 기초발판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설봉원을 확대개발 시 성공적인 명소로 평가될 수 있는 만큼, 이의 추진을 위한 제도적으로 자문홍보 추진위원회 구성도 검토해 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