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 - 김상현



새벽녘까지 잠이 없는 밤엔

찬 서리 내리는 뜨락에 나와



새벽달 보듯 하려고

남겨둔 홍시를

무슨 원한이 깊기로

저리도 찍고, 찢고, 헤집어서

내장만 걸어두었는지



까치소리 요란한 아침은

어수선한 마음으로 집을 나선다



섣달 감나무 피투성이 듯

나는 또 뉘 마음을

그렇게 만들지는 않았는지



생각하느라 뒤척이는 밤이면

까치소리 마냥 요란한 나날들에 대한

참회가 깊다.



동지는 글자 그대로 겨울에 이르렀다는 뜻으로, 태양이 가장 남쪽으로 기울어져 밤의 길이가 일 년 중 가장 긴 날이다. 대설(大雪)과 소한(小寒) 사이인 스물두 번째 절기로 음력 11월 중기(中氣)이고 양력 12월 22일경이 절기의 시작일이다.

24절기는 설, 추석 명절과 달리 양력을 기준으로 하고 있으며 그 중 두 번째 절기는 꼭 음력의 달에 들도록 하고 있어 11월이 동짓달이 된다. 동지가 초순(초하루부터 초열흘까지)에 들면 애기동지, 중순(열하루부터 스무날까지)에 들면 중동지, 하순(스무하루부터 말일, 대개 스무아흐레 또는 그믐)에 들면 노(老)동지라고 한다. 애기동지 때는 팥 시루떡을 해 먹고, 중동지나 노동지 때는 팥죽을 먹는 세시풍속이 있다.

민간풍습으로는 동지부적(冬至符籍)이라 하여 뱀 ‘사(蛇)’자를 써서 거꾸로 붙여 잡귀를 막는 속신(俗信)이 있으며, 팥죽을 쑤어먹지 않으면 쉬이 늙고 잔병이 생기며 잡귀가 성행한다는 속신이 있다

또 날씨와 관계된 민간의 설로는 동짓날 일기가 온화하면 다음 해에 질병이 많아진다고 하며, 눈이 많이 오고 날씨가 추우면 풍년이 든다고 전해진다. 이는 농경사회가 농사와 연관된 천기에 민감한 것과 상관관계가 있다.

한편, 동지 무렵에는 ‘동지한파’라는 강추위가 오는데, 이 추위가 닥치기 전 보리밟기를 한다. 땅속의 물기가 얼어 부피가 커지면서 지면을 밀어 올리는 서릿발로 인해 보리 뿌리가 떠오르는 것을 막고 보리의 웃자람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이제 겨울의 한 가운데에 들어섰는데 벌써 봄이 그리워지는 건 침체된 경기가 강추위와 함께 우리의 체감온도를 더 낮게 만들어 그러는 게 아닐까?

하지만 그건 그것이고, 어린 시절 아랫목에 둘러앉아 식구들과 동지팥죽 먹던 정겨운 추억을 떠올리며 마음 따스한 동지를 기다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