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님에게 처방을 내리고 있는 강동원 박사

전날 겨울을 알리는 늦가을 비가 그친 주말 아침에 학동 삼거리에 위치한 지어진지 7-80년된 큰 기와집으로 들어갔다. 옛 기와집 문에서나 들릴 법한 소리가 나면서 손님이 왔음을 알렸다. 곧 강동원 박사가 방안에서 나와 손님방으로 안내했다. 좋은 한약냄새와 함께 방안에는 단군의 모습이 맨 위에 걸려있고, 맨끝에는 이번 진주문화원 회원들이 최경회 장군묘에 참배하는 사진이 놓여있었다.

“화순의 역사가 광대하고 고려 500년, 조선 500년이라는 천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화순군 문화에 대해서만 얘기하면 되는가?”라는 질문을 시작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화순읍 광덕리 출신(40년생)이다. “화순에 관한 향토사회에 관심이 있어 <화순의 전설>이라는 책을 처음 냈다. 전설집을 내고 나니 지역문화에 대해서 더 연구해보고 싶어지더라. 더 폭넓게 다루고 싶어 <화순의 전설 이후>, <화순의 민요>, <오성지:번역>, <화순의 시총>, <화순의 옛 시>, <화순의 무가 사설집> 등을 썼다.

화순 무가에 대해서는 남다른 열정을 지녔다. “남도씻김굿하면 진도로 알고 있는데 그렇지 않다. 흙타령 육자배기에 불과하고 아홉거리밖에 되지 않는다. <한국의 무가사설집> 김용택 교수가 엮은 책을 보면 그렇다. 그 책을 보면 장흥, 해남, 강진, 영광, 담양, 장성 등 무가를 조사했으나 화순 무가만 빠졌다. 화순 무가는 열두섯 거리 모두가 있는 세습무가다. 현재 살아계신 박정님 씨와 친 동서, 자기 조카, 시누이 네 분이 세습하고 있다.

화순 무가는 사설이 아주 체계 있게 잘 정리되어있다. 그 시전 전체내용을 보면 의범이 정연하다. 신에 대한 예우라든지 절차 순서가 아주 법도에 정확하다. 공대를 나온 박정님 씨 아들이 무가를 잇겠다고 준비하고 있다. 남도의 유일한 무속인이 이제 막을 내리는 순간인데 그 아들이 잇겠다고 하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자기 직장도 그만두고 다시 찾아온 거다. 그걸 전수받고 싶다고 나에게도 며칠 전에 다녀갔다. 박정님씨 그 분을 목포대 교수, 광주 전대교수들이 관심을 갖고 문화재 지정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데, 화순군 차원에서 박정님 씨를 문화재로 만들기 위해 적극 후원하고 노력해야한다.”고 강조한다.

보기 드물게 단군사상에 관한 민족철학으로 학위를 받았다. 학위를 받은 연유를 묻자, “민족철학 공부는 화순에 관한 책자를 연구하다보니 우리 근본 뿌리가 단군에 있다는 걸 절감하고 단군사상에 대해서 연구하기 시작했다. 우리가 이러한 것을 너무나 모르고 있다. 그래서 화순군 이십곡리에 국조전(단군전)을 수억을 들여 내 손으로 지었다.

또 단군전을 지어놓고 생각해보니 누가 물어봐도 대답을 잘 못하니 공부를 해야겠구나 생각이 들어 내가 직접 대학원에 가서 공부를 시작했다. 전라남도 내에 국립대만 4곳이어도 민족철학을 전공한 학자도 없고 과목도 없더라. 어쩔 수 없이 원광대가 민족종교 원불교 재단이라 무언가 있을 것 같아 선택하여 그쪽으로 갔다. 민속학 전공 교수는 속학을 전공했지 민족철학을 전공한 사람은 아니었다. 『개천경이 나타난 효사상연구』라는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그러나 해당분야에 박사학위를 받은 전문교수가 없어 박사과정에 진학하지 못하고 있다가, 대전대에 임균택 박사가 『홍익인간의 사상적 고찰』로 학위를 받으신 분이 유일하게 계신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 분에게 가서 간혹 쉬는 날이면 가서 배웠다. 나중에 그 분이 제자로 받아줘서 겨우 대전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었다. 60세 가까이 되었을 때야 학위를 받았다.”

그의 현재 ‘남도한약방’을 운영하고 있는데 한약업은 23살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당시 한의사 제도가 없었고 화순군에 보건소 하나밖에 없던 시절이다. 무양면 해소책으로 보사부 장관령으로 한약업사시험을 전국적으로 일제히 치렀다. 전라남도에서 중학교 졸업 이상이면 시험에 응시할 수 있었는데 광주 서중 출신 어른들도 많았다. 내가 두 번째로 어리고 전부 수염 난 어른들이셨다. 신기하 위원 부친 신충원, 학정 서예원 원장 선생이신 송곡 안규동 선생도 나랑 같이 시험을 봤다.”

최경회 장군묘 참배하고 있는 진주문화원 회원들 사진

이번 진주문화원 회원들의 추계화순탐방에 대한 화순군 자체의 홍보에 대해서는 많은 아쉬움을 표했다. “해년마다 화순을 방문하는 의례적인 행사가 아니었다. 추계문화탐방을 위해 화순을 택하여 진주문화원에서 화순문화원에 직접 의뢰한 거다. 광주에서 오신 유지들도 홍보가 미비한 것에 대해 개탄스럽게 여겼다. 군수에게 그 행사의 중요성이 잘 전달이 안 된 것 같다. 전국적으로 이 탐방을 알려야했는데 너무나 초라하게 넘겼다. 화순군 홍보계 자체에서 수수방관하고 외면해버렸다. ‘군우신현은 흥하고 군현신우는 망이라’라는 말이 있다. 임금이 어리석어도 신하가 어질면 그 나라는 흥하고, 임금이 어질어도 신하가 어리석으면 나라가 망한다는 말이다. 화순군청 직원들이 군수를 잘 보필해야한다.”라며 말을 마쳤다.

광주 도심 한복판에 고집스럽게 서있는 기와고택을 바라보았다. 개방화로 인해 세계가 하나의 문화로 되가는 마당에 화순이라는 향토문화와 우리 단군사상에 일생을 바치고 융통성 없게 보일법한 어른이 아직도 우리가 살아가는 시대에 건재하다는 사실에 묘한 안도감이 일었다. 후대에 우리가 원래 지녔던 색깔이 무엇이었는지 기어코 가르쳐주려는 선생의 고집스러움에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에도 이런 고집스러움을 전승해줄 수 있을까. 그럴 수 있기를 소망한다.